아주스토리 총 2879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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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
봄 햇볕이 따사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5월이면 보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한동안 전하지 못한소식들을 가족간 사제간 이웃간에 나누곤 한다. 함께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내가 진섭이를 알게 된 것은 1999년 가을쯤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였는데 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이었고, 배가 자주 아프다고 하여 인근 병원에 다니곤 하였다. 어느날 "엄마! 내 머리가 자꾸 커지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서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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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담긴 회상
내 책상 서랍에는 묵화 두 장이 있다. 이 묵화는 입원환자의 보호자가 주신 것으로 부끄러운 마음 때문에 아직 내어 걸지 못하고 있는 그림이다. 수년전 어머니께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우리 병원에 입원을 하셨을 때 일이다. 홀로 계신 어머니의 암 진단은 나에게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소식이었기에 무척 당황했던 나는 오직 어머니에게 생긴 암만 중병으로 생각하고 환자들의 암은 그저 많은 병 중의 하나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믿기지 않는 현실은 나에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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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엄마, 여성으로서 나와 같기에...
유방클리닉은 산부인과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그래서인지 환자들을 맞이할 때면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아내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무의식적으로 이들의 심정을 파악하게 되고,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환자분들을 접하게 된다. 2000년 가을, 유난히 슬퍼 보이는 눈빛을 가진, 작고 왜소한 40대 초반의 여자분이 남편의 손에 이끌려 내원하였다. 여는 환자들처럼 담당 선생님께 진찰을 받았으며 한쪽 유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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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설 수 있을까요?
정형외과적인 질병 중에서도 환자로 하여금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은 제약을 가져오게 하는 질병이 류마토이드 관절염이다. 신체적으로는 다른 관절도 문제가 되지만 하지에 심하게 이환된 경우에는 일어서거나 걸을 수 없기 때문에 환자 본인에게는 가장 심각한 장애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도 생기고 사회적으로도 적응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 삶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금 얘기하려고 하는 환자는 꽃다운 28세 여자환자이다. 처음 외래에 방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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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말할 수 있을까요?
소아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이라는 말을 보호자에게 종종 듣게 되는데 아마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네의 남다른 자식사랑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증의 소아환자를 보게 되면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을 흔히 접하게 된다. 선천성 성문하 협착으로 출생시부터 호흡곤란을 있었던 출생한지 10여일 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부모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의 설명에도 궁금증이 많았는지 의과대학 교수실로 찾아뵙겠다며 찾아왔다. 아이의 아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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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거짓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나는 환자를 대할 때 항상 되내이는 것이 하나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는 거짓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과거 전공의 시절이나 현재도 외래 환자를 대할 때나 입원 환자를 치료할 때 그리고 전공의들과 함께 환자에 관해 고민할 때 항상 다시 한번 생각하고 유념하는 말이다. 수년전 교통사고로 신장이 다쳐서 입원한 30대 부인이 있었다. 이 환자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는 교통사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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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포기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 안해요
보기 드물게 눈부시게 푸른 겨울 하늘이다. 간밤에 내린 눈 때문인지 온 세상이 맑고 청명하다.이런 날이면 문득 떠오르는 인연이 있다. 그 소중한 인연은 지금은 구체적인 연락이나 왕래는 없으나 나의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자리하고 있다. 상대의 마음이야 어찌 되었건 이렇게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이 늘 감사할 뿐이다. 4년전 겨울, 외래 진료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그 분은 반복되는 유산을 5번이나 경험하였고, 급기야는 계속되는 유산수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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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오랜 약물치료로 민둥머리에 마른 체형, 검은 피부, 지쳐보이지만 늘 자신있는 목소리, 꿋꿋한 모습으로 항암치료를 잘 견디어 내셨던 도천수 님. 대장암으로 힘든 투병을 하고 계셔서 자주 입원을 하시는 분이다. 귀에 익은 목소리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면 병동 간호사들은 "또 입원을 하셨구나" 한다. 어김없이 씩씩하고 명랑하게 "선생님들, 모두 몇분이야? 커피 한 잔씩 드려야지"하시며, 사양을 해도 간호사 의사 모두에게 커피라도 대접을 하고 싶으신가 보다. 입원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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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가? 신 일병
내가 처음 군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를 했던 강원도 인제군의 한 군단사령부내의 본부대 의무실은 유사시 환자이송에 1시간정도 걸리는 의료적으로 보면 비교적 열악한 곳이었다. 게다가 독립된 시설도 아니어서 의무실장은 지휘관 견장도 달지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다. 군단 의무실에 부임하던 첫날, 야전 군의관 시절에 만나본 중환자 중에서도 잊지 못할 환자를 만났다. 군대에 처음 왔을 때 누구나 경험하는 「신병증후군」처럼 두통을 호소해 의무실에 입실했다가 고혈압으로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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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아픈 마음을 잘 이끌어 주었더라면…
당뇨전문간호사는 당뇨인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고충을 들어주고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교육하고 상담하는 것이 주 업무다. 병동간호사 시절 당뇨인들을 만날 때는 막연히 ''''혈당조절만 잘하면 되는 병''''이라고 쉽게 생각했었다. 그 후 당뇨전문간호사로 일하게 되면서 매일 만나게 되는 당뇨인들을 보니 ''''혈당조절이 참 쉽지 않구나'''' 또 한편으로는 ''''참 무섭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 동안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 내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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