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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연구 나의테마] 신체 조성이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비만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말하며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같은 대사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비만을 정의하는 체질량지수는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지만, 근육이 많은 사람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처럼 비만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인의 경우에는 서양인에 비해 체질량지수가 낮지만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의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체지방의 양과 분포, 근육량을 포함하는 신체 조성(Body composition)을 평가하여 당뇨병 발생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신체 조성과 당뇨병에 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의 에드워드 보이코(Edward Boyko) 교수님과 함께 일본계 미국인 지역사회 당뇨병 코호트(Japanese American Community Diabetes Study)를 가지고 연구하게 되었다. 이 연구는 미국에 이민 온 일본인 후손들이 일본에 거주하는 일 본인보다 당뇨병의 발생률이 높다는 점에 착안하여 유전적인 요소 외에 서구화된 생활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당뇨병과 대사 질환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CT 스캔으로 체지방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10년 동안 장기간 추적 관찰을 해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코호트 연구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감사하게도 연구가 순조롭게 잘 진행되어서 네 가지 주제에 대한 연구를 마치고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연구는 내장지방이 축적될수록 혈관의 경직도를 반영하는 맥압(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의 차)이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고 두 번째는 대표적인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사이토카인인 아디포넥틴 농도가 낮은 사람이 5년 뒤에 추적 관찰했을 때 내장지방 축적과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진다는 것을 전향적인 연구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이 코호트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근육량과 당뇨병의 발생률에 대한 연구를 설계하여 근육량과 당뇨병 발생 그리고 근육량과 내장지방의 변화에 따른 당뇨병 발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처음 해외연수를 시애틀로 가기 전에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긴 우기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이 많았다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해외 연수를 간 시점이 우기가 시작되는 10월 말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시애틀에서 보낸 1년의 시간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창 밖으로 소리 없이 내리는 비(gentle rain)를 바라보며 보냈던 바로 그 우기 시즌이었다. 이 조용한 비와 잘 어울리는 시애틀의 명물인 커피를 마시며 나는 연구에 흠뻑 빠져서 지냈다. 이 비가 살짝 지겨워질 무렵에는 봄을 지나 시애틀의 아름다운 여름이 찾아 왔다.


나는 문득 미국의 작은 도시인 시애틀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스타벅스커피, 익스피디어, 보잉 항공사, T-모바일, 코스트코와 같은 많은 기업들이 생긴 것은 아마도 비가 오랫동안 내리면서 생긴 사색적인 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생산성을 높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워싱턴주는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많아서 등산하기에 좋았고, 시애틀은 도시지만 집집마다 울창한 나무들이 많아 사계절이 아름다운 곳이다. 집 근처에 늘 돌아다니는 청솔모, 간간이 나타나는 작은 토끼, 한 번씩 먹이를 찾아 문 앞까지 오는 청둥오리 한 쌍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이 키우는 다양한 애완견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한국에서 진료와 연구에 쫓겨 정신 없이 지내던 생활과는 다르게 시애틀에서는 조용하고 단순하게 지내며 몸과 마음이 많이 힐링 되었다.


시애틀에서 보낸 1년 동안 좋은 분들과 만나 인연을 맺은 것 또한 감사하다. 나의 지도 교수였던 에드워드 보이코 교수님은 임상 의사로서 진료를 보시느라 바쁜 와중에도 나의 여러 질문에 대답해 주시고 연구 결과에 대해 상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했다. 뿐만 아니라 시애틀 근교의 주요 관광정보를 알려주신 덕분에 시애틀 생활도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었다. 또한 코호트 연구를 처음 설계하신 윌프레드 후지모토(Wilfred Fujimoto) 교수님은 샌디에이고에서 있었던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한 번 밖에 뵙지 못했지만, 내가 쓴 논문을 보낼 때마다 가장 먼저 읽어보시고 날카로운 답변을 해주셔서 학문에 대한 교수님의 열정에 감동했었다. 이 두 교수님을 보며 임상 의사로 연구하는 모습과 좋은 멘토의 모습을 많이 배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1년 동안 나의 빈자리를 대신해 수고해주신 아주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님들과 반갑게 다시 맞아 주신 환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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