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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스토리] 예방가능사망률 제로(0), 그 꿈을 향한 비상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가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이름하여 응급의료 전용 헬기 AW169다. 새 날개를 얻은 센터는 환자가 필요한 곳까지 더욱 빠르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예방가능사망률 제로’라는 그들의 목표에도 한층 더 가까워졌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새 식구가 된 중형 헬기 AW169


헬기 한 대가 아주대학교병원 지상 헬기장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헬기가 착륙하면서 주변으로 잠시 바람이 일고, 그 위로 의료진이 내뱉는 안도의 한숨이 작은 바람을 더한다. 의료진은 헬기가 완전히 착륙하자마자 달려와 센터 안으로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한다. 새 식구로 들어온 지 이제 막 넉 달여 된 응급의료 전용 헬기(이하 닥터헬기)와 의료진의 호흡이 제법 척척 맞는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새로 들어온 닥터헬기 기종은 AW169. 2012년 개발된 최신 쌍발 헬리콥터로 응급환자 수송, 원양 수송, 조난 구조 등 임무에 최적화된 기종이다. 센터가 2019년 보건복지부 주도의 닥터헬기 구축 사업으로 지원받은 H225보다 크기는 작지만, 응급환자 수송에 최적화된 만큼 성능은 한 수 위다.

 

 


첫째, 기동성이 좋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중형 기종 AW169는 헬기의 몸체가 작아 예열에 필요한 시간이 짧다. 따라서 응급 현장으로 빠르게 출동할 수 있다. 둘째, 하향풍이 적다. 하향풍이란 비행체가 낮게 날면서 프로펠러가 일으키는 바람을 말한다. 환자 또는 의료진과 의료 장비 가까이 헬기가 착륙하는 경우 자칫 바람에 의해 안전사고나 재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AW169는 하향풍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적다. 셋째, 출입구 위치가 낮다. 기체가 클 경우 그만큼 출입구와 지상 간 높은 단차가 발생하고, 환자가 헬기에서 타고 내릴 때 위험 부담이 발생한다. AW169는 이러한 부담이 적다. 마지막으로, 응급의료 전용으로 제작한 헬기 의료용 침대를 적절한 위치에 고정하고 환자를 돌보기에 용이하다. 기존 대형 헬기의 경우 구조상 의료용 침대를 고정하기 어려웠고 환자를 돌보기에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려웠다.


이것은 헬기를 이용한 환자 이송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가 닥터헬기 기종을 AW169로 변경하면서 환자 이송은 더욱더 용이해지고 의료진의 안전까지 확보하게 됐다.

 


환자를 가리지 않고 24시간 빠르고 안전하게


닥터헬기 운영체계도 확 바뀌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올해부터 일출~일몰 시각까지 경기남부권역 닥터헬기 계류장소를 병원 내 지상 헬기장으로 바꿨다. 덕분에 닥터헬기가 출동 요청을 받은 후 10분 내 이륙해 사고 현장까지 25분 안에 도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2011년 헬리콥터를 이용해 처음 응급환자를 이송할 당시, 용인에 있는 계류장소에서 소방헬기가 병원에 들러 의료진을 태우고 응급 현장에 가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출동 시간만 3분의 1가량 줄어든 셈이다. 소방헬기 출동 빈도가 적은 일몰 시각 후에는 경기 소방특수대응단 소속 소방헬기가 아주대학교병원 의료진과 동승해 인계점으로 출동하는 형태로 24시간 출동 체계를 유지한다. 이송 환자 범위도 늘었다. 올해 1월부터는 중증외상환자 이외에도 급성 심·뇌혈관질환을 포함한 응급환자도 닥터헬기로 이송할 수 있게 되었다.

 

 


새 기종, 새로운 운영체계 도입 후 효과는 확연히 드러났다. 지난 3개월(1월~3월) 동안 닥터헬기 출동 건수는 전국 최다 이송 횟수 78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의미가 큰 것은 골든아워(Golden Hour)를 지키게 되었다는 점. 골든아워란 사고 후 1시간 이내, 응급치료 성공 가능성이 높을 때를 의미한다. 헬기가 빠르고 안전하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것은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에서 교통사고로 심각한 수준의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으나 닥터헬기 출동 32분 만에 아주대학교병원에 도착해 즉시 응급 개복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소장은 “앞으로도 아주대학교병원과 소방 당국, 지역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경기 남부에서 발생하는 중증외상환자가 언제나 제때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죽음이 없는 세상을 위해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중점 관할 지역인 경기 남부는 도시와 농어촌, 산업단지가 혼재되어 있다. 지리적으로 산간과 해안 지역, 다수의 섬도 포함한다. 그만큼 사고 양상도 다양하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가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다행인 것은 앞서 언급했듯 센터가 사고 발생 시 위협으로부터 더욱더 빠르게 환자를 지켜내고 있다는 것. 2020년 2월, 정경원 소장이 부임한 이래 센터의 방어벽은 한층 공고해졌다. 첫째, 센터 볼륨에 맞게 의료 인력을 확보했다. 현재 센터에는 25명의 외상 전담 전문의와 300여 명의 간호사, 방사선사, 행정 직원, 보안 직원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응급환자 발생 시 특수 영역 분야에 지원하는 기타 임상과 의료 인력을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둘째, 의료진 근무 환경을 개편했다. 의료진 각각의 선호 분야를 고려해 전담 팀을 구성하고, 해당 팀의 책임자를 지정해 팀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의료진 교대 근무 체계도 더 세분화했다. 또 별도 항공의료팀을 운영해 현장 대원과 직접 소통하는 등 소방 당국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갖추었다.


근무 환경이 의료진 맞춤형으로 개선되면서 그 혜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갔다. 의료진이 받는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줄면서 수술 후 환자가 일반 병동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서비스 질도 크게 개선된 것. 그 결과 센터는 보건복지부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2015년부터 7년 연속 최상위 등급(A등급)을 달성했다.


경기 남부 지역 예방가능사망률도 크게 감소했다. 예방가능사망률이란 쉽게 말해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중증외상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센터 설립 이전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의 예방가능사망률은 30%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한 자릿수까지 낮아졌다. 특히 센터의 외상 진료에 관한 정량적·정성적 지표를 미국 상위 510개 외상센터들과 비교했을 때 5위 이내, 2배의 생존율을 나타냈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경원 소장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의 목표는 예방가능사망률 제로(0)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방법으로 적절한 곳에서 치료하는, 이 삼 박자가 잘 맞아야겠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도 환자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규모와 자원도 더 확보해야 합니다. 이번 닥터헬기 변경 및 체계 개선은 우리가 꿈을 향해 계속 날아가는 데 좋은 날개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영원히 안전한 장소도, 안전한 시간도 없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져도 누군가 나에게 달려와 치료해줄 수 있다면 언제 어디에 있든 안심할 수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가 만들고픈 세상의 모습도 그러하다. 예방가능사망률 제로, 그 꿈을 향해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닥터헬기는 오늘도 힘차게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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