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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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통증을 줄이는 비법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마취통증의학과 최종범 교수

 

 

딱히 원인을 찾을 수 없지만 통증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예전에는 꾀병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이런 환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진료과가 있다. 바로 ‘마취통증의학과’다. 소리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가 조금이라도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헌신하는 최종범 교수를 만났다.

 

“통증 자체가 질환인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를 했는데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통증을 참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약을 먹고 증상을 조절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통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저는 그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거나 최소한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도와드립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최종범 교수는 통증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통증을 느낄 때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맹장염 때문에, 관절염 때문에, 신경통 때문에 등 이럴 때에는 그 원인을 해결하면 통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원인을 찾아 치료하더라도 통증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꾀병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도 자신의 고통에 공감해주지 않아 괴로워하던 환자들이 최종범 교수를 만나고 위안을 받는 이유다.
“통증 치료는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통증을 설명할 수 없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통증 때문에 고생하셨겠어요, 함께 치료합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통증에 공감해준다는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으시지요.”
간혹 꾀병인 환자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 최종범 교수는 이 역시 환자의 마음을 읽어야만 구분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통증 치료의 시작은 마음 어루만지기’라는 것이 마취통증의학 한길을 걸어온 최종범 교수의 신념이다. 

 

 

 

통증의 끝판왕, 대상포진 후유증 치료에 탁월한 실력 발휘

최종범 교수의 전문 분야는 대상포진,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척추질환, 오십견, 암성통증 등이다. 그중에서도 대상포진 신경통을 가장 많이 다룬다. 마취통증의학과인데 대상포진을 다루는 이유는 뭘까?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으로도 불릴 정도로 고통이 심한 질환입니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수포가 생기죠. 몸 어디에나 생길 수 있지만 가슴, 옆구리, 목 등 몸통 한쪽에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이 얼굴에 생기는 대상포진입니다. 합병증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최종범 교수는 국내 대다수의 성인이 잠재된 대상포진 환자라고 주장했다. 수두 바이러스와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동일한데, 2005년 수두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성인이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수두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의 몸속 신경절에 이 바이러스가 계속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활동을 재개해 신경을 따라 증상을 일으킵니다. 대상포진은 단순 피부병이 아니라 신경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병하므로 적극적인 신경치료가 필요합니다.”
대상포진을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이 망가져 후유증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30대 환자들은 거의 후유증이 없지만, 50대 이후 환자들은 심각한 신경통으로 고생할 수 있다는 것.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몇 주에서 수년까지 남는데, 얼굴 부위에 대상포진이 생긴 환자의 50~70%는 만성 안질환이나 시각 상실을 겪을 수 있고, 엉덩이 부위에 생긴 경우 대소변 조절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암이나 면역질환자, 고령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주의해야 하며,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종범 교수가 전한 확실한 대상포진 예방법이자 면역력 키우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다. 특히, 얼굴 대상포진 환자의 경우 뇌졸중 발생 확률이 증가하고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을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대상포진은 나이가 들수록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50세가 지나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방률은 50%지만 만약 걸리더라도 훨씬 가볍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부모님과 장인·장모님 모두 예방접종을 놔드렸어요.”
최종범 교수는 국가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필수 예방접종으로 정하면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의료비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연구 업적을 남기고 싶다

통증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은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등 모든 진료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들이다. 그래서 마취통증의학과는 여러 진료과의 질환을 살펴 어디서 치료하면 좋을지 교통정리를 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마취통증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은 여러 진료과를 다녔거나 병원을 오래 다닌 분들입니다. 검사 결과지만 모아도 책 한 권이 될 정도인 환자도 있어요. 그 결과지를 보고 빠진 검사는 없는지, 놓친 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통증의 원인을 찾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은 제너럴리스트인 동시에 스페셜리스트일 수밖에 없다고 자평했다. 각 진료과 전문의들에 비하면 제너럴리스트에 가깝지만 통증 치료나 주사, 시술에 있어서는 스페셜리스트라는 뜻에서다.
환자의 통증 원인을 찾아내면 해당 진료과로 보내고, 끝까지 오리무중인 경우에는 통증 완화 치료에 돌입한다. 이런 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 치료 시간이 길 수도 있어, 최종범 교수는 치료 과정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환자가 이해하고 동의할 때까지 긴 시간 공들이는 최종범 교수를 보니, 그가 왜 마취통증의학과 중에서도 통증의학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취과 의사는 환자를 대면하기보다 수술실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적절한 마취를 하는 데 비해 통증 의사는 환자를 직접 만나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로 최종범 교수가 통증의학에 매력을 느낀 이유다.
“수련의 때 통증의학에 사명감이 생겼어요. 제가 환자를 대하는 시간을 더할수록 통증을 덜어드릴 수 있었고, 점점 편안해하는 환자의 표정이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최종범 교수는 통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연구 업적을 남기고 싶다는 원대한 꿈도 밝혔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열화상 카메라가 많이 대중화되었는데,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특수 질환 진단법’ 등과 관련된 연구를 기획 중이다. 열화상 카메라의 최소 단위인 화소별 온도를 데이터화해 빅데이터를 분석, 진단이 모호한 통증 질환의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을 꿈꾸고 있다. “동료 의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맡길 만큼 믿음을 주는 의사로 남고 싶다”는 최종범 교수가 펼쳐갈 새로운 통증 치료를 통해 더 많은 통증 환자들이 편안해질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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