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상세페이지
[만나고 싶었습니다] 좋은 선택이 이어져 좋은 결과로,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김봉완 교수


 

 

좋은 선택이 10년 동안 쌓이면 좋은 결과가 된다. 고등학교 3학년, 독서실 형의 권유로 의과대학에 간 수험생은 어느새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분야의 선두를 달리는 의사가 됐다. 계획대로 살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기에, 오늘도 ‘좋은 선택’을 이어나갈 따름이라는 김봉완 교수. 기타로 단련된 것은 단단한 손가락만이 아니었다.

 

 

‘착한 욕심’이 나의 원동력


2007년은 아주대학교병원 간센터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해다. 국내 최초로 간이식을 통해 혈우병과 간암을 동시 치료한 것에 이어, 국내 최초로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겹경사’의 중심에는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김봉완 교수가 있었다.


“2004년 5월, 군복무를 마치고 아주대학교병원 외과에서 연구강사를 시작했습니다. 그즈음 참석한 국내 간담췌외과학회에서 간이식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과 자극을 받았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1995년에 처음으로 간이식 수술을 시작했지만 2004년까지 간이식 시행이 매우 드물었고, 당시까지 10년 동안 뇌사자 간이식만 17례 시행했을 정도였기 때문에 간이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었죠. 당시 학회를 통해 ‘간이식’에 관심을 가졌고, 해외 논문자료를 살펴보고 간이식을 많이 시행하던 병원으로 연수를 가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 1년간 준비 끝에 2005년부터 왕희정 교수님과 팀을 이뤄 생체 간이식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매해 간이식 수술을 50례 정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병원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때까지 나온 논문과 여러 문헌을 찾아보면서 1년 넘게 공부하고 준비해서 2007년 국내 최초로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성공했습니다. 그 환자는 아직 잘 살고 계십니다. 혈액형 부적합 간을 이식받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고 계신 분이죠.”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말 그대로 수혈이 불가능한 혈액형끼리 간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환자 몸에서 이식할 간을 공격하지 않도록 수술 전에 항체를 제거하고, 이후에도 다시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간은 신장이나 심장과 달리 공여자와 수혜자 사이 제한점이 적은 편이다. 그런데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성공하면서 조건이 더욱 자유로워졌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간이식은 복합적인 과정과 여러 임상과의 도움이 필요한 고난도 수술이라 왕희정 교수님께 허락을 구해 2008년 마취통증의학과, 병리과 교수님들과 함께 일본 교토대학병원으로 단기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수술기법과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의 실제적 관리에 많은 영감을 얻고 돌아온 덕분에 수술 중 출혈과 수혈량이 줄고, 환자 회복 속도도 빨라졌지요.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성공률도 크게 올랐습니다.”


김봉완 교수는 이어 2012년 캐나다 토론토 의과대학 장기이식센터로 장기연수를 떠났다. 장기이식에 대한 실험연구 노하우를 많이 축적했던 시간이었다. 임상을 발전시키려면 실용적인 연구가 선행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자신을 '욕심이 많다’고 표현하는 김봉완 교수. 아마도 이런 ‘착한 욕심’이 오늘날의 그를 이루어낸 원동력이 아닐까.


“2018년까지 아주대학교병원은 간이식 630례를 달성했습니다. 연평균 40~50례 정도 발생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규모입니다. 간이식 성공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식 당시 환자의 컨디션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통원 진료가 가능한 컨디션을 가진 분들이 받는 생체간이식 성공률은 97%에 달합니다.”

 

 

 

 


생체간이식 성공률 100%를 향해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간실질(肝實質)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종양이 있어도 통증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피막까지 종양이 침범해야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간이 위치한 우상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 복수가 차 배가 불러오는 것, 황달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간암은 보통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고, 여성보다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상 간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간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B형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간경변증 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40세 이상의 간암 고위험군에게 6개월에 한 번씩 국가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간암 환자의 50% 이상이 1기에 발견되면서 생존율이 크게 올랐다. 현재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2기의 경우 90~80% 이상, 3~4기는 60~30%이다. 국내 암 사망률 2위, 중년 남성 사망원인 1위인 간암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간염입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B형간염 보균자가 많았는데, 주로 보균자로부터의 수혈이나 성 접촉, 출산 시 모체감염이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1983년부터 B형간염 백신 사업이 벌어지면서 전체 인구의 10%에 달했던 유병률이 2~3%로 크게 줄었습니다.”


B형간염이 크게 줄면서 최근에는 알콜성 간경변증이 주된 원인이다. 현재 간암 환자의 약 40%가 알콜성 간경변증일 정도다.
간암의 치료법은 크게 네 가지다. 가장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근치적 치료법은 간절제술이며, 최근 간이식술이 주목받고 있다. 병든 간을 건강한 간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치료다.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이 나뉘며, 국내에서는 뇌사자 공여가 적어 가족 간을 공여하는 생체 간이식이 대부분이다. 이 밖에 3cm 이하의 종양에 효과적인 고주파소작술, 동맥을 차단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간동맥색전술이 있다.


“2018년까지 아주대학교병원은 간이식 630례를 달성했습니다. 연평균 40~50례 정도 발생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규모입니다. 간이식 성공률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식 당시 환자의 컨디션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통원 진료가 가능한 컨디션을 가진 분들이 받는 생체간이식 성공률은 97%에 달합니다. 반면 중환자실의 위중한 환자분들이 주로 받는 뇌사자 간이식의 성공률은 80~85% 정도로 10명에 한두 분은 간이식 후 정상 퇴원이 힘들어요. 결국 환자가 좋은 컨디션에서 간이식을 받는 것이 중요한 성공 요소이고, 이를 위해 국민적으로 뇌사자 장기기증 활성화나 생체 간이식의 경우 생체 공여자의 복강경 수술 등으로 간 공여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급선무라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최선’을 반복하다


“Oceans apart day after day….” 어쿠스틱 기타에서 추억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 김봉완 교수가 요즘 한창 연습하는 곡이다.


“짬이 날 때마다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연습하고 있습니다. 기타를 연주할 때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개운해지거든요.”
취미 활동으로 단순한 마음에 시작한 기타. 꾸준히 치다 보니 어느새 손가락이 아픈 단계가 지났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던가. 때론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생의 경로가 바뀌기도 한다. 의사가 된 계기도 마찬가지였다. 경쟁심은 있었지만 놀기를 좋아했던 김봉완 교수가 의과대학에 간 것은 다름 아닌 ‘독서실 형’ 때문이었다.


“고3 때 다니던 독서실에 아는 형이 있었어요. 독서실 주인 아들이었는데, 학력고사를 얼마 앞둔 어느 날 저더러 의과대학을 추천하더군요. 돈을 아주 많이 번다면서(웃음)…. 그때까지만 해도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가야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부자를 꿈꿨건만, 의사는 학문적으로 노력을 아주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대학에 몸담은 의사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김봉완 교수는 후배들이 ‘외과의사는 수술만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간담도외과 학문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는 어떻게 임상에 적용되어 환자와 의사에게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의사 한 명이 치료에 관한 모든 걸 혼자 결정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실제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깊은 토의를 거쳐 치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수술보다 치료 전 치열한 회의가 더 중요합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 팀원, 다른 과와 함께 힘을 합쳐 최적의 치료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죠. 이 과정은 상당히 전문 영역이어서 환자나 보호자는 알기 어렵습니다. 좋은 수술은 이 치료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정확히 적용시키는 것이지요.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장을 맡은 후, 이 과정을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후배 의사들에게 끝없이 강조하고 싶은 겁니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팀’의 노력. 비록 환자가 그 노력을 몰라줄지라도 ‘최선’의 치료를 행하는 것, 10년을 내다보기보다 매일 최선의 선택을 반복하겠다는 김봉완 교수가 걷는 오늘이다.

 

 



 

  • 글자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