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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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위한 우리의 몇 초, 신경과 이진수 교수

 


회복이 불가능한 반신불수 증상을 남기는 뇌졸중. 특히 급성뇌경색은 초기에 적절한 판단과 신속한 치료로 사망률을 낮추고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뇌경색’ 환자 수는 더욱 늘고 있다.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를 위해 밤새 연구하고 분석하여 조금씩 개선시킬 수 있었다는 신경과 이진수 교수. ‘내 주변에 최선을 다하자’는 그의 모토는 오늘도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3S’를 기억하세요


“갑자기 몸 한쪽에 마비가 왔다는 의미의 ‘3S’를 기억하세요.” 신경과 이진수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이다. 아주대학교병원의 분위기 메이커답게 말투는 쾌활하지만 내용은 사뭇 비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진수 교수의 전문분야가 국내에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뇌졸중’이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마비가 발생하거나 의식을 잃는 증상을 말한다. 크게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혈관계 질환은 갑자기 생깁니다. 뇌졸중도 마찬가지예요. 갑자기 나타나면서, 99% 한쪽 마비를 동반하죠. 우리 뇌는 하나지만 반으로 나뉘어 있어 각각의 동맥에서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입니다. 좌뇌에 문제가 생기면 오른쪽 몸이, 우뇌에 문제가 생기면 왼쪽 몸이 마비됩니다. 뇌에서 신경이 내려올 때 중간에서 한 번 반대로 꺾이거든요.”


그렇다면 ‘3S’는 뭘까. Sudden·Side·Symptom. “갑자기 몸 한 쪽에 마비가 와요.” 이진수 교수가 뇌졸중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119에 신고해서 최대한 빨리 병원에 오는 게 중요합니다. 뇌세포는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아 시간이 경과할수록 뇌손상과 후유증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급성뇌경색의 경우 혈관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정맥혈전용해제는 4시간 반 이내에, 굵은 혈관이 막혔을 때 시도하는 동맥혈전제거술은 8시간(측부순환이 좋은 환자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치료가 허가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치료제가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에 그야말로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인 것이다.


“이렇게 강조하지만, 빨리 못 오는 환자가 허다합니다. 마비가 왔는데 치료시기를 놓쳐 외래에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절뚝거리는 환자들을 보면 가슴이 정말 미어집니다.” 초기 일주일 이내의 예후가 이후 인생을 좌우한다고 강조하는 이진수 교수. 신경과 의사들을 응급실에서 자주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려움이 도전이 되어


이진수 교수는 ‘시술하는 신경과 의사’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분야가 곧 연구라는 생각으로 임상연구에 끊임없이 매진해왔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때마다 진료에 적극 반영해왔다.


“저로서는 감사하게도 정말 훌륭한 기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아주대학교병원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뇌질환연구센터를 만들었던 만큼 뇌 연구의 역사가 길고 진료의 질 또한 상당한 편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급성뇌경색 환자에게 CT로 뇌 단면만 찍을 때, 우리 병원에서는 15년 전부터 이미 혈관 촬영을 병행했거든요. 뇌혈관 CT에 심전도, 심장초음파까지…. 혹자는 과잉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위해 선배들이 노력한 결과입니다. 다른 부서의 배려와 협업 없이는 불가능한 시스템이거든요. ‘선견지명’이었던 것이죠. 운 좋게도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시술을 해오면서 이진수 교수는 우리나라 뇌경색 환자들에게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을 발견했다.“심근경색의 원인이 대부분 동맥경화인 반면, 뇌경색의 원인은 훨씬 다양합니다. 특히 굵은 혈관이 막히는 원인은 보통 심장 등에서 발생한 혈전이 뇌로 이동하면서 발생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5~20% 정도 동맥경화성으로 굵은 혈관이 막혀요. 인종 차이가 있다는 거죠.”


서양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동맥경화성 뇌혈관 폐색. 협착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을 뚫어도 다시 막히고, 좁아진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등 시술 후에도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


“뇌는 잔가지 하나만 막혀도 치명적이에요. 아직까지 뇌 분야에서 머리 안쪽 혈관에 발생한 동맥경화성 폐색에 대한 시술이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들을 통해 국제 학회에서 여러 차례 초청받아 강의를 했습니다.” 이진수 교수에게 어려움은 곧 도전이다.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을 연구하는 것이 의사의 또 다른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존 혈전제거술 외에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후향적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아시아 혹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에 대한 전향적 연구를 위해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당뇨 환자가 일반 환자보다 뇌경색 예후가 좋지 않은 원인을 밝히는 동물 실험 연구도 한창이다.

 


의학은 ‘족보’다


“아버지께서 전자공학과 교수셨어요. 아버지 문패에 적혀 있던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문구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천생 의사인 것 같은 이진수 교수지만, 그는 한때 아버지 같은 공학자를 꿈꿨다. 우리말 음성인식과 문자인식을 연구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20여 년 전부터 인공지능(AI)이니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같은 개념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들에게 의과대학 진학을 권유한 것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그것도 콕 집어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가라고 하셨어요, 하하. 아버지께 의견을 구했더니 ‘공학과 의학을 융합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하셔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죠.” 그렇게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한 이진수 교수. 물리, 수학은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A를 받았지만, 해부학부터 조금씩 고난이 찾아왔다. “제가 단기 기억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대에 와서 깨달았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어쨌거나 의대를 졸업할 때가 되니 제게도 단기 기억력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이진수 교수는 공학과 의학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학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마음껏 실험하거나 시험할 수 없어요. 그래서 모든 현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흔히 의과대학생들이 ‘족보(대대로 선배들이 빼내온 기출문제 정리집)만 공부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의학은 족보예요. 뇌도 뇌경색이 잘 생기는 부위가 따로 있거든요. 어딘가에 이유는 있을 텐데 사람과 환자를 통해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으니 의학이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고, 또 몸은 정말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지식을 외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나 신경과를 전공하며 반전이 일어났다. “신경은 전선이랑 똑같아요. 함수가 있어요. 뇌의 기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증상에 따라 신경계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진찰만으로 95% 이상 짚어낼 수 있지요.” 신경과에서 활동하며 공학적인 부분과 실제로 접목하는 것이 많다는 이진수 교수. 아버지의 말씀이 어느 정도 현실화된 셈이다.

 


내 주변에 최선을


“언제, 어디서든 진료의 질을 일정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의 교육도 그런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환자들, 연구진, 의료원 동료들….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소수일지라도 저와 옷깃이 닿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제 모토입니다.”


백화점보다는 단골가게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이진수 교수. 그의 ‘단골’이 된다면,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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