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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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비인후과 신유섭 교수, 최선과 최적은 환자마다 다르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어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를 찾아온 환자들에게는 최선과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이비인후과 신유섭 교수. 그의 단정한 눈동자를 바라보자니 ‘뿌리 깊은 나무’가 떠올랐다.

 


외유내강, 이비인후과의 ‘천사’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읽고 과학도를 꿈꾸던 학생이 있었다. ‘Born to be 의사’인 것만 같은 이비인후과 신유섭 교수 이야기다.


“고3 때 생명과학이나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싶었어요. 진로상담을 받으면서 기초의학을 통해서도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의대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막상 의과대학에 가보니 임상의학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신유섭 교수. “아무래도 환자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인 것 같습니다. 아주 위중한 상태로 입원했다가 호전돼서 퇴원하는 환자들을 바라볼 때의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드니까요.”


신유섭 교수의 원내 비공식 별명은 ‘천사’다. 환자에게든 동료에게든 언제나 웃는 얼굴로 조곤조곤 차분하게 소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화한 외양과 다르게 의외로 ‘단호한’ 면도 있다.


“보통 ‘이비인후과’ 하면 중이염이나 목감기 등을 먼저 떠올리시죠. 대학병원의 이비인후과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사람 몸에서 가장 작은 뼈인 ‘이소골’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저처럼 때로는 턱뼈를 자르는 험한 수술이 필요한 두경부암을 다루는 의사도 있지요.”


신유섭 교수는 ‘섬세함과 결단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점이 이비인후과의 매력’이라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두경부(頭頸部)’는 뇌 아래부터 가슴 윗부분 사이를 지칭한다. 비강, 혀, 입, 후두, 인두 등 두경부에 발병한 암을 통틀어서 ‘두경부암’이라 부른다. 언뜻 낯선 이름이지만 설암, 후두암, 편도암, 구강암 등이 두경부암에 포함된다.


“쉽게 말하자면 밥 먹는 길과 숨 쉬는 길에 생기는 암입니다. 유병률은 5% 정도이며, 세계 암 순위로는 7위 정도 됩니다. TV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백혈병보다 훨씬 많은 병인데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두경부암의 주된 원인은 음주와 흡연이다. 특히 흡연은 후두암의 경우 15배, 설암의 경우 5~6배까지 발병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 담뱃갑에 붙어 있는 경고성 사진이 바로 두경부암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발병인자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두경부암을 일으킨다는 것이 학계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따라서 현재 만 11~12세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HPV 무료접종을 남자 어린이에게도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환자마다 최선의, 최적의 치료법 치료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 병변을 확실하게 분리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신유섭 교수에게도 두경부암 수술은 쉽지 않다. 대부분 점막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암이지만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부위일 경우 말 그대로 ‘험한’ 수술이 된다. 턱뼈를 절단해서 암세포에 접근한 뒤 다리뼈의 일부를 활용해 턱뼈를 재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발해서 이 험한 과정을 네 번이나 겪은 환자도 있었어요. 평생 재건수술을 한 번도 겪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마음이 많이 아프죠. 특히 재건수술은 ‘All or none’, 즉 1 아니면 0이거든요. 예를 들어 혀를 재건할 때, 허벅지 등에서 조직을 떼어내 붙이게 됩니다. 이때 조직이 괴사하지 않도록 동맥과 정맥을 같이 떼서 연결합니다. 재건술의 경우, 세계적으로 봤을 때 실패율이 4% 정도라고 합니다만, 환자 입장에서는 그저 0%일 뿐입니다. 조직의 96%는 살고 4%만 죽는 게 아니니까요.”


밥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데 생기는 두경부암의 특성상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삶의 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눈에 바로 보이는 부위이기에 미용적인 고민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행히 아주대학교병원 두경부암센터는 여러 과가 협진하는 ‘투머보드’ 시스템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기로 유명하다. 절제 범위부터 수술 전 방사선치료의 선행 여부 등 환자의 직업과 사회경제적인 환경까지 고려해서 환자마다 최적의, 최선의 치료를 고민한다.


“거의 모든 두경부암 환자를 투머보드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많으면 7~8개 과에서 들어오기도 합니다. 아주대학교병원의 자랑거리인 로봇수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암 발생 부위에 따라 입안, 귀 뒤쪽, 겨드랑이 등에서 터널을 뚫어 암세포를 제거하면 겉에서 흉터가 보이지 않아 환자 만족도도 높습니다.”

 


 


두경부암의 미래를 고민하다


신유섭 교수는 두경부암 연구에도 꾸준히 매진해왔다. 특히 다양한 조직공학적 접근을 통한 기관 재생과 성대주입물 관련 연구에 조예가 깊다. 2013년에는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기초의학심포지엄에서 ‘난치성 기도협착질환에서 3D 프린팅을 이용한 다양한 세포-지지체-조절인자 기반의 인공기도 제작 및 분석’이라는 주제로 최우수 연구과제에게 수여하는 동아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등에 사람 귀가 달린 쥐 사진을 보신 적 있나요? ‘바칸티 마우스(Vacanti Mouse)’라 불리는데, 조직공학을 상징하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보통 조직공학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해요. 세포, 지지체(Scaffold), 조직 재생을 촉진시키는 단백질. 제가 했던 연구는 3D 프린팅 지지체와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토끼의 기관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어요.”


동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 하나였던 세포가 분화를 거듭해 피부가 되고 뼈가 되고 혈액이 된다. 한번 분화가 일어난 세포는 다른 조직으로 분화할 수 없지만,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를 생산할 수 있어 조직공학에서 꾸준히 주목하고 있다. 한때 줄기세포의 다중분화 능력을 활용해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제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체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분화가 잘되면 좋지만 나쁠 경우 원하지 않는 조직이나 암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수술하랴, 연구하랴 바쁜 와중에 신유섭 교수가 유일하게 즐기는 취미가 있다. 바로 농구다. 대학 시절 의과대학 농구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원내 농구 동아리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의과대학 선후배와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치과대학 등이 모이는 의료인 농구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키가 작아서 가드를 맡는다”면서도 농구를 이야기하는 신유섭 교수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암 수술은 생존율이 중요하잖아요. 아주대학교병원 두경부암센터가 모든 환자를 수술할 순 없겠지만, 우리를 찾아주는 분들만큼은 최선과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아주대학교 송재관 농구코트에서 누군가를 발견한다면, 그는 겉으론 온화할지라도 안으론 누구보다 치열한 외유내강형 의사 신유섭 교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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