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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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기본을 지키는 의사 원칙을 따르는 의사 - 위장관외과 허훈 교수

 

 

의사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 방황하거나 한 눈 파는 일도 없었다. 이따금 찾아오는 인생의 난제들에 곤란해질 때도 있지만 문제를 푸는 열쇠는 의외로 간단하다. 기본을 지키면 되는 일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에 따르며 인생을 보람 있고 멋있게 사는 일. 그런 의미에서 외과의사는 허훈 교수에게 천직이나 다름없다.

 


인생에서 가장 멋있는 일을 찾다


한 번뿐인 인생, 사람들은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진로를 결정한다. 위장관외과 허훈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떠오르는 직업은 딱 하나, 의사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저희 부모님도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분들이시고, 의과대학을 가라는 말씀도 없었죠. 그냥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의과대학에 가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원하던 대로 의과대학에 들어갔고, 별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의과대학이 가고 싶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던가. 분명 운도 실력이다. 다른 곳에 곁눈 주지 않고 의사가 될 만반의 준비를 일찍이 했기에 가능했다. 외과를 선택한 이유도 쿨하고 명료했다. 멋있어서다.


“의과대학 시절에 의사들의 삶을 지켜보니 가장 멋있고 보람 있어 보이는 게 외과더라고요. 그렇게 멋있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던 거죠(웃음). 환자의 불편함이나 질환을 가장 확실하게 해결하는 과라고 생각했어요. 수술로 환자를 완치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외과에 들어갔고, 그중에서도 위장관외과를 선택했다. 우리나라가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기도 하지만, 외과의사로서 질환 치료 과정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과가 위장관외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어머니가 위암 수술을 받았던 일도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다행히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수술이 적성에 맞았다. 대학 시절 생각했던 것처럼 멋있기만 한 일은 아니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허훈 교수가 있는 위장관외과는 위암 치료를 주로 하고 그 외에도 탈장 수술, 각종 위장관질환, 양성 종양 등을 진료한다. 그리고 지금 새롭게 개척하는 분야가 비만이다. 보통 비만이면 운동이나 약으로 살을 뺀다는 인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주를 이룬다. 서양에서는 십 수년 전부터 수술로 비만을 치료하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 위 절제 수술로 식사량을 조절해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비만 수술에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위장관외과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 분야의 경험과 연구로 이뤄낸 성과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 이후 통증을 두려워한다. 그 통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복강경 수술이다. 위장관외과도 이 부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결국 외과 전체의 발전 방향이기 때문이다. 2010년, 그가 아주대학교병원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복강경 수술은 전체 위암 수술의 40~50%에 불과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은 90% 가까운 수술을 복강경으로 진행하고 있다.


“저희 과가 남다른 것은 실제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임상적인 증거, 안전하게 적용 가능한 부분에 대해 굉장히 신경 써왔다는 점입니다. 무턱대고 수술하고 연구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는 수술이나 외과 치료 방법들이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하고, 더 나은 치료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허훈 교수를 비롯한 위장관외과 교수들은 새로운 수술 적용에 앞서 학문적인 접근을 많이 한다. 그래서 임상시험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환자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부분에서는 아주대학교의료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임상적인 증거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허훈 교수는 임상 수술 결과를 모아서 분석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국내외 위암학회에서 수여하는 여러 학술상과 젊은연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기 위암에만 적용하던 복강경 수술을 거의 모든 위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점점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은 위암 호발국가이기 때문에 위암 연구나 임상시험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서가야 한다는 게 허훈 교수의 생각이다. 위장관외과 의사로서 더 많이 기여하고 싶고, 더 나은 수술 방법은 없는지 자연스럽게 미래의 수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위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술 후에도 잘 먹을 수 있느냐는 문제예요. 결국 환자의 삶의 질과 연관된 거죠. 그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를 덜 잘라내야 하거든요. 문제는 암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위를 절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암을 남김없이 제거하면서도 위의 기능을 충분히 보전하는 수술, 그게 현재로선 제일 큰 화두예요.”


실제로 그에 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암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 부위만 깨끗하게 도려내는 게 결국 앞으로의 수술 방향이 되지 않을까 한다. 허훈 교수는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하면서 수술 이후에도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기본을 지키는 삶


누구에게나 처음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기 마련이다. 허훈 교수도 아주대학교병원에 와서 맡은 첫 위암 수술 환자를 잊을 수 없다. 수술을 받는 환자 입장에서도, 수술을 담당한 그에게도 부담되고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병원에서도 제가 누군지 잘 몰랐고, 환자 입장에서는 저 같은 초짜한테 중요한 수술을 맡긴다는 게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그런 우려의 시선과 걱정을 잘 아니까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환자분은 수술 후 5년 동안 재발 없이 잘 회복해서 완치 판정을 받았어요. 힘들게 수술한 만큼 결과도 좋아서 기억에 오래 남네요.”


예전에는 위암 수술이 굉장히 큰 수술이었고 합병증도 많고 사망률도 높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치료 의술이 발달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안전하고 회복도 잘되는 편이다. 하지만 수술 방법이 날로 발달해도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위암은 전이가 있으면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 대부분은 CT 검사로 예측 가능하지만 수술실에 들어가서야 확실해지기도 한다.


“CT 상에는 전이가 없는 걸로 나와도 수술실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항상 환자 보호자를 수술실에 불러요. 실제 상태를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이러한 이유로 수술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설명해드리죠. 그래야 그분들도 이해를 하거든요.”


외과의사에게 환자의 질환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환자나 보호자에게 현재 상황을 원칙에 따라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주는 일이다. 이것은 의사로서 지켜야 할 기본 중 하나다.

 

 


“제가 외과 전공의 1년 차였을 때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수술장에서의 술기 하나하나와 환자를 대면 진료함에 있어 10년을 공부해온 의사로서의 기본, 외과의사로서의 기본을 항상지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런 부분을 지키지 않으면 엄청 꾸지람을 하셨어요. 생각해보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환자가 불편해하면 직접 가서 어디가 불편한지 확인하고, 수술장에서 시행하는 봉합 하나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기본이에요. 그런데 그걸 깜빡하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는 거죠.”


허훈 교수는 그때의 초심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좋아서 선택했고,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힘든 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치료한 환자들이 모두 다 좋은 결과를 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의사로서 ‘기본’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원칙에 따른 조치를 취해 일을 해결하면 어떤 위기든 넘길 수 있다. 기본을 지킨다는 건 가장 쉬운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기본을 잘 지키는 의사야말로 정말 멋있는 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허훈 교수가 그토록 갈망했던 인생의 진정한 멋은 결국 기본을 지킬 때 나오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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