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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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음으로 환자를 보듬는,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 동반자

 

 

신성재 교수는 의사로서 그 역할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성숙해지기를 꿈꾼다. 기계적으로 환자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돌보는 의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고 돕는 소명의식으로 오랜 시간 환자와 함께 인생길을 걷고 있는 신성재 교수를 만났다.

 

 

운명처럼 걷게 된 생명의 길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일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의사가 된 이유를 묻는 말에 신성재 교수는 크게 거창한 이유는 없다며 쑥스러운 미소로 답한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다부진 눈빛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했다.


“대학 입시에서 공과대학에 응시했다가 실패한 뒤 처음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살던 모습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게 됐어요. 그때 미래를 꿈꾸며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 일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나름 진지하게 꽤 많이 고민했지요.”


그때 든 생각 중 하나가 ‘의사가 되면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사람으로 살 수 있겠구나’였다. 그러나 두 번째 선택 역시 공과대학이었고, 처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아, 벌받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윤리 시간에 배웠던 칼뱅의 직업 소명설이 떠올랐어요.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일이 내가 맡은 소임이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결론을 내리게 됐죠.”


의과대학으로 진로를 바꿔 도전한 세 번째 선택. 의료로 타인을 돕는 선택에 비로소 그의 앞에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현재 신성재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암인 위암과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는 소화기내과에서 그 소명을 다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2015년 암 발생률을 살펴보면 1위가 위암(13.6%), 2위가 대장암(12.5%)이다. 두 암을 합치면 발병률이 25%를 넘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암이기에 그의 하루는 수많은 환자를 보느라 숨가쁘게 돌아간다.


“다행인 건 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검진 활성화로 조기 발견이 많아져 예전보다 심각한 환자가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위암을 3기 이상의 심각한 상태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위암의 50%가 조기에 발견되어 초기 완치되는 일이 많아요. 우리나라의 의료기술도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발달해 위암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신성재 교수는 주로 대장 질환자를 만나고 있다. 그중 반이 대장암 환자다. 예전에는 접근조차 어려웠지만, 요즘은 위암과 마찬가지로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 결과도 좋아졌다.


“대장암은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의심이 쉽지 않아요. 항문 바로 위에 직장이 있습니다. 암이 커지면 살이 썩으면서 피가 납니다. 그런데 피가 미량으로 나오기 때문에 환자가 암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해 초기 발견 사례가 많아졌어요.”


검사하면서 떼어낸 용종은 조직검사를 하는데 그 중 암이 되는 선종도 있다. 문제를 미리 제거하여 대장암 예방 효과도 보는 셈. 때문에 암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환자와 의사


진료를 하다 보면 안타까운 환자를 많이 만난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자가 그런 경우다. 장에염증이 생겨 화장실을 하루에 수십 번 들락거리며 묽은 변이나 설사 증상이 나타나 일상에 큰 불편을 겪는 질환이지만, 암처럼 수술로 치료할 수 없어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탈이 났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거죠. 복통도 심해지고, 변에서 피가 보이고, 장으로 영양 흡수가 안 돼서 살이 쪽 빠지면 그제야 병원을 찾아요. 밖에서 화장실을 잘 못 가는 사람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닐 정도로 생활이 불편하고, 간혹 장에 구멍이 생기는 장천공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어 증상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이른 나이인 10대 후반에 발병하기도 한다. 평생 약으로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보니 오랜 기간 진료하는 환자들이 많다. 산부인과에서 협진 요청으로 만난 궤양성 대장염 환자도 벌써 10년 넘게 진료하고 있다.


“출산 직후 소화기내과로 옮겨와 한 달간 입원해 위궤양 수술과 장을 치료한 환자예요. 20대 초반부터 증상이 나타났다는 이 환자는 처음 만났을 때 염증으로 항문이 좁아져 내시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어요. 매일 아기가 보고 싶다고 퇴원시켜 달라며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요즘도 석 달에 한 번씩 환자를 만나는데 아주 씩씩한 엄마가 되었어요. 초등학생 아이가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원수 같다나요. 하하.”


10대 어린 학생으로 만났던 환자가 늠름한 청년이 되어 인생을 함께 나눌 동반자를 만나 결혼한 경우도 생겼다. 그렇게 환자들이 불편함 없이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고 또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일궈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신성재 교수. 환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다 보니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애착을 느낀다.


“환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재진할 때 10초 안에 환자 상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죠.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재진 환자의 상태를 바로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러면 환자가 서운함을 느끼거든요. 미리 진료할 환자의 파일을 살피고, 진료실에 들어오면 10초 안에 낯빛과 눈빛을 빠르게 살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어요.”

 


마음으로 보듬고, 공감하는 의사 되고파


신성재 교수는 TV 방송이나 라디오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건강을 전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검사하고 파악해 전달하는 맞춤형 질병 정보가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건강 이야기. 조금은 낯설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다.


“방송은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질병이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외래 볼 때 밖에서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 보니 더 많이 설명하지 못해 죄송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는 방송에서 위장관 건강 비결 중 하나로 주저 없이 ‘스트레스 관리’를 꼽는다.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장 건강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복통을 호소하는데 내시경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환자는 밥맛도 없고,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대신 가슴에 뭔가 걸린 것 같다며 답답해하죠. 이런 경우 마음이 불편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어요. 위장관은 신장이나 간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장기입니다. 때문에 외적인 스트레스 같은 요소도 장운동에 영향을 끼치거든요.”


장이 예민해지는 과민성 장 질환도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마음의 병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신성재 교수는 이런 환자들의 마음까지 돌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불교 금강경에 나오는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삽니다. ‘어느 곳에도 마음을 머무르지 않게 하여 마음을 일으키라’는 뜻이에요. 진료를 보면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다양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저 역시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어요. 이런 마음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머무르지 말고 다시 비우려고 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환자들의 입장에서 더 이해하려고 해요. 이런 제 소신을 지키면서 살고 싶습니다.”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신성재 교수. 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지켜가야 할 일, 그것이 바로 ‘나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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