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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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소화기내과 황재철 교수 <인생을 바꾸는 건강 참스승>

 

 
좋은 스승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바른길로 이끌어준다. 어린 시절 황재철 교수도 그런 참스승을 만났다. 그리고 그 역시 애정 어린 진찰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스승이 되어 지금 이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환자들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생을 바꾼 운명의 한 달


“인터뷰 질문들을 보고 곰곰이 생각하며 답변을 정리해봤습니다. 덕분에 저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소화기내과 황재철 교수. 그는 읽기 편한 글자 크기로 답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전해주었다. 인터뷰를 위해 성실하게 준비한 모습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병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한다는 그의 평소 진료 모습이 엿보이는 듯했다.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황재철 교수. 하지만 고등학생 때만 해도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내내 공대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성향을 눈여겨본 담임선생님이 대학 입학 원서를 쓸 시기가 되자 의대 진학을 권유했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국어 선생님이었던 담임선생님 역시 경북대 의대에 진학한 경험이 있던 터였다.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갈등이 많았습니다. 손재주는 좋았지만 비위가 약해서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부모님은 판단을 오롯이 제 몫으로 남겨두셨죠.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사람은 다 적응하기 나름이란다. 내가 지켜봐 온 너에겐 충분히 자질이 있어.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응원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결정한 의대생의 길. 그러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배울 것이 많은 하루하루가 흥미롭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인턴을 마치고 내과 전공의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막상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임상실습을 통해 해당 분야 의사로서 필요한 자신의 자질과 흥미를 빠르게 파악해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소화기내과다.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내과 분야 중에서도 특히 내시경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내시경을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소화기내과는 당연한 선택, 아니 운명이었을 터다.

 


어렵지만 가치 있는 도전


소화기내과는 체내에 들어온 음식의 소화부터 영양소 흡수, 저장, 생체 활성 물질의 합성과 해독, 배설 등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소화기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크게 위장관 분야, 간 분야 그리고 황재철 교수가 전문으로 하는 췌담도 분야로 나뉜다. 췌담도 분야는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인 췌장(이자)과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모든 경로를 아우르는 담낭(쓸개), 담도(담관)를 다룬다. 관련 질환으로는 결석이나 종양으로 인해 담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급성 담관염을 비롯해 담낭용종, 담낭결석, 담낭염, 담관결석, 담도암, 급성이나 만성 췌장염, 췌장낭종, 췌장암 등이 있다.


“해부학적으로 췌담도는 몸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췌장은 복막 뒤 공간에 있으며, 담관은 상당히 가늘기 때문에 진단이나 시술의 난이도가 높고 어려운 분야로 꼽힙니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성공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이 있으니까요.”


황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는 대부분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많은 편이다. 10년 전보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이 필요한 80세 이상 췌담도질환자가 많이 늘었고, 최근에는 90세 이상 환자들도 생기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동반 질환이 늘어나는데, 고령 환자는 진정내시경 관련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이유로 황재철 교수는 환자를 진료할 때 더 내밀히 관찰해 진료하고, 내시경 시술의 적응증이 되는지부터 자세히 검토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영상의학과와 췌담도외과의 협의 진료와 같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서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힘쓴다. 또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입장에서 병을 명확하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병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증 환자의 비율이 높고 환자 치료를 위해 시행하는 시술이 많을수록 환자 및 보호자와의 소통은 더욱 중요하지요. 그래야 치료에 대해 믿고 잘 따라오실 수 있습니다. 또 질환의 특성상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환자와 가족들이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빠른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살린 값진 시간들


황재철 교수의 입원환자는 대부분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위급한 환자인 경우가 많다. 괴사성 췌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왔던 40대 환자도 그런 경우였다. 괴사성 췌장염은 췌장의 심한 염증으로 인해 췌장 조직의 일부가 죽거나 죽어가는 상태로 사망률이 25%에 이를 만큼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괴사성 췌장염은 몸 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둔해지는 다장기 부전이 발생하기도 하며, 이때에는 사망률이 50%까지 높아진다. 당시 환자의 상황은 분초를 다투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급성 호흡부전으로 기도삽관과 기계적 인공호흡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쇼크와 급성 신부전, 대사성 산증의 소견을 보여 지속적 신대체요법을 시행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치료 중 열이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다.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괴사성 췌장염과 관련된 복강 내 감염이 의심되는 체액저류 소견이 나왔고, 이에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했다.


“영양 공급을 위해 내시경적 영양보급관을 삽입하고, 적절한 칼로리의 영양을 공급하며 보존적 치료를 지속했습니다. 감사하게도 6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전실하여 3개월간 치료하고 무사히 퇴원하실 수 있었습니다.” 수척한 상태로 퇴원했던 환자는 이제 살도 제법 붙었고 외래진료 시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건강해졌다.


때로는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기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담당 의사가 얼마나 숙련되고 풍부한 경험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총담관 결석에 의한 급성 담관염과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20대 중반 여성 환자가 그랬다. 말기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로, 담관과 십이지장이 만나는 유두부를 내시경을 이용하여 절개 또는 확장하여 결석을 제거하는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이 필요했다. 투석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에는 유두부 절개 시 출혈이 잘 생기고 지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출혈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혈액투석 후에 내시경적 시술을 시행한다. 또한 시술 중에 유두부 절개보다는 풍선도관을 이용한 유두부 확장을 시행하여 담관 결석을 제거한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은 통상적으로 시행되는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나 대장 내시경 검사와 비교하여 시술 시간이 더 길고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진정을 유도하면서 진행하는 진정내시경으로 진행된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들어간 시술이었으나 내시경 시술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변수가 발생했다. 진정을 유도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환자가 진정된 후에 내시경 시술을 진행하였으나 환자가 몸부림치며 호흡마저 불안해지는 소견을 보였다. 환자의 몸부림을 억제하기 위해 진정제를 더 투여해볼 수도 있었으나, 그로 인해 호흡 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기에 일단 시술은 중단해야만 했다.


“담관결석이 제거되지 않으면 담관염에 의한 패혈증이 해결되지 않아 쇼크로 진행되고, 그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전신마취하에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을 시행하여 합병증 없이 담관결석을 제거하고 담관배액술을 무사히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췌장암 조기진단이라는 새로운 꿈


그동안 수많은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췌담도질환의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내시경적 시술 관련 연구를 여러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연구도 꾸준히 진행해온 황재철 교수.


황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췌담도학회 학술위원으로서 우리나라에 맞는 총담관결석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당시 진료 가이드라인은 위장관질환과 간질환 일부에만 있었고, 췌담도질환에 대해서는 전무했던 것.


학회는 췌담도질환 가운데 국내에서 비교적 흔한 급성 췌장염과 총담관결석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추진해 국내 췌담도 질환의 진료와 치료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총담관결석 중에서도 ‘난치성, 재발성 총담관결석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근거 연구 자료가 많지 않아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진료지침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국 것을 그대로 도입하면 국가마다 의료 문화와 제도에 차이가 있다 보니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우리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검사방법과 치료법이 개발되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현실에 맞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 교수는 앞으로도 췌담도질환에 대한 내시경적 시술의 합병증을 줄이고 시술 성공률을 높일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물론, 췌장암의 조기 진단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유방암이나 대장암, 폐암은 암 예방 계획과 표적 치료법의 진보 덕분에 실질적인 생존율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췌장암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상황입니다. 아직 췌장암에 대한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점이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도전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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