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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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심장 뛰는 삶을 사는 의사, 순환기내과 양형모 교수

 

 

심장이 1분만 멈춰도 사람은 죽는다. 그래서 심장을 다루는 일은 분초를 다툴 수밖에 없다. 막혔던 혈관이 뚫리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는 순간. 그 찰나의 희열은 양형모 교수를 순환기내과로 이끌었다. 관상동맥질환 전문의로 환자와 함께 걸어온 지 12년. 양형모 교수는 자신에게 생명을 맡긴 환자를 대하는 순간, 여전히 심장이 뛴다.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


우리 몸 속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km, 무려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심장이다. 신체 구석구석 혈액을 보내기 위해 우리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의 박동을 만들어낸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 심장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려면 심장 역시 혈액이 필요하다. 심장이 건강하게 뛸 수 있도록 혈액을 공급해주는 혈관이 관상동맥인데, 이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을 포괄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관상동맥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거죠. 그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이 멈추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정확히 진단하고 막는 일이 바로 제가 하는 일입니다.”


양형모 교수는 순환기내과에서도 관상동맥 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한다. 내과 의사임에도 수술복을 입는 일이 일상이다. 한 달 동안 실시하는 스텐트 시술(특수 합금으로 만든 그물망인 스텐트로, 협심증 및 심근 경색증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을 넓히는 시술)만해도 평균 20여 건. 그 중에는 분초를 다루는 급성심근경색환자도 적지 않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5분 대기조의 삶을 고집하는 이유다.


“급성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막힌 혈관을 뚫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골든타임은 증상 발현 후 2시간, 그 안에 병원으로 도착해 혈관을 뚫어야 합니다. 그래서 잠들 때도 핸드폰을 멀리 두지 못해요. 어느 상황에서도 절대 전화를 못 끄고요. 충전 상태를 늘 확인하는 것도 습관이죠.”


365일 24시간 계속되는 긴장감. 응급 전화가 오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은 또 다른 습관을 만들었다. “나의 1분 1초가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데, 어떻게 타협을 할 수 있겠어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심장이 뛰는 일을 만나다


다양한 과를 돌며 경험을 쌓았던 레지던트 시절, 양형모 교수의 심장을 뛰게 한 건 순환기내과였다. 사실 양형모 교수는 생사를 다루는 외과 의사가 아닌 건강한 삶을 유지해주는 내과 의사에 더 마음이 끌렸다.


“내과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했는데, 의대 및 인턴 생활을 거치면서 외과에도 마음이 많이 기울더라고요. 내과이면서도 시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환기내과를 택하게 됐죠. 두려움도 있었어요.”


양형모 교수가 레지던트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심장혈관 중재시술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직경 3mm의 가는 혈관을 뚫는 정밀한 시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의사의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기에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형모 교수는 순환기내과, 그 중에서도 심장혈관 중재시술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심장 혈관이 막혀 실려 온 환자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는 걸 봤어요. 그걸 해내는 교수님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심장이 뛰더라고요.”


그로부터 15년, 후배들에게 관상동맥 전문의를 꿈꾸게 하는 선배이자, 환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는 의사로 성장한 양형모 교수. 그는 여전히 환자의 심장이 건강히 뛰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질병이 아닌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짧은 진료 시간이 죄송하고 아쉬울 때도 많다는 양형모 교수. 그럴 때면 공중보건의 시절을 떠올린다. 지금도 5일장이 서는 양평의 시골 병원에서 근무했던 시간은 ‘질병이 아닌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대해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시골 병원에는 어르신들이 주로 오세요. 필요한 의료 시설들이 많지 않다 보니 진료에도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시라 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환자들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배움을 지켜가기 위해 환자 한 명 한 명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마냥 녹록치만은 않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초심을 지켜가려 노력 중이다.


“항상 진료 시간보다 30분 먼저 가요. 환자분들은 늘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시거든요. 적어도 30분은 먼저 시작했으니, 진료가 길어지더라도 뒤에 분이 기다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환자 분들한테 꼭 질문할 것이 있으면 적어오라고 해요. 진료실에 들어오면 꼭 해야 할 질문이나 얘기를 못 하고 그냥 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최소한 환자와 제가 마주한 시간만큼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뛰는 심장


심장혈관 중재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양형모 교수가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더 나은 치료법을 위한 연구에 힘을 쏟는 이유다. 2014년에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혈관센터로 연수를 떠났다. 관상동맥 혈류 역학의 선두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곳에서 더 많은 경험과 배움을 쌓고 싶어서다.


“연수 기간 동안 ‘혈관 내 압력측정 검사’를 심장이식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처음으로 시행했습니다. 협심증, 심근경색에 사용했던 검사를 심장이식 환자에 처음으로 적용한 거죠. 국내에는 심장이식수술이 드물지만, 앞으로 심장이식이 좀 더 발전하게 되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계적인 심혈관센터에서 거둔 의미 있는 연구 결과. 양형모 교수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시절부터 최고의 스승이 되어준 탁승제 병원장을 비롯한 선배 교수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탁승제 병원장님은 혈관 내 압력측정 검사의 선구자세요. 관상동맥 협착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평가하는(얼마나 막혔는지를 검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혈관내 초음파 검사와 혈관내 압력 측정 검사.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병원이 많지 않았어요.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일 때, 우리 병원은 두 방법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이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수준을 갖게 된 거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시술의 성공률은 높아졌고, 불필요한 시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시술 이후의 합병증 가능성과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함께 줄어들었다. 이는 1994년 병원 개원과 함께 심도자실을 2개나 마련하는 등, 심장혈관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연구를 지속해 온 결과다. 여기에 의료진들의 열정과 노력, 실력이 더해져 아주대학교병원 심도자실은 2016년 6월 5만 명을 돌파, 6만 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제가 인턴을 하던 당시에는 경기도에 심도자실이 있는 곳은 우리 병원이 유일했어요. 덕분에 학생 때부터 자연스레 다양한 진료 과정들을 접할 수 있었고요. 학생일 때 부족함 없는 배움터였던 아주대학교병원은 지금도 최고의 배움터입니다. 얼마 전에는 ‘저걸 어떻게 뚫지’ 싶은 환자가 왔는데, 혈관 어디가 막혔는지가 도무지 안 보였어요. 그런데 탁승제 병원장님께서 그걸 정확히 뚫으시더라고요. 최고의 위치에서도 여전히 배우고 훈련하셨음에 대한 반증이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직 멀었구나 느꼈어요.”


365일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활, 의사의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부담감. 그럼에도 양형모 교수는 순환기내과 심장혈관 전문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막혔던 혈관을 뚫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는 그 순간, 양형모 교수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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