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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세계당뇨병연맹 회장 취임 의료계의 반기문, 조남한 교수를 만나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가 동양인 최초로 세계당뇨병연맹 총회장으로 취임했다. 170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세계당뇨병연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것. 한 층 무거워진 어깨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조남한 교수.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단 한 명의 환자를 향하고 있다.

 


세계당뇨병연맹 최초의 동양인 회장


2015년 12월 2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당뇨병연맹(IDF) 정기총회. 170개 회원국을 대표해 연맹을 이끌 차기 회장이 선출됐다. 호명된 이는 대한민국의 조남한 교수, 1950년 연맹이 설립된 이후 최초로 동양인 회장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영광이죠. 기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순간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책임감과 사명감이었습니다. 세계당뇨병연맹은 당뇨병의 현황과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정치, 종교, 이념을 넘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유일한 단체이기 때문이죠. 저의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가 가져올 영향력을 생각하니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당선 후 차기 회장으로 활동한 2년여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 조남한 교수가 얼마나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 달에 방문하는 회원국만 해도 평균 4~5개국. 의료 현장을 방문하고 당뇨병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강연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의 만남 등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 후에는 잠깐의 휴식도 없이 다음 국가로 이동해야 한다. 동시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서 꾸준히 후학을 양성하는 일, 안성유전체연구소를 통해 지역사회 코호트를 구축·운영하는 일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시간을 쪼개서 사용한다’는 말이 아니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정이다.


“개인의 성취라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습니다. 세계당뇨병연맹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인 거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당뇨병 관련 수준은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납니다. 앞선 선배님들과 함께 걸어가는 동료, 후배들이 함께 만든 성과라고 생각하기에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회장에 선출된 만큼, 제가 걸어가는 길이 후배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1분 1초를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날까지


조남한 교수는 2018년부터 2년 동안, 세계당뇨병연맹 총회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차기 회장으로 활동했던 지난 2년보다 더 촘촘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170개 회원국을 모두 방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조남한 교수의 기준은 명확하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아닌, 도움이 절실한 나라를 우선적으로 방문하는 것. 기준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지켜지고 있다. 임기가 시작된 후 시리아 난민촌,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 등 당뇨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나라들부터 방문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 25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후진국의 경우 진단 자체를 못 받는 비율이 70%를 넘으니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겠죠. 후진국에서는 자신이 당뇨병에 걸린지도 모른 채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다수에요. 이 모든 것이 당뇨병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조남한 교수는 “당뇨병은 모든 질병의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비전염성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는 숫자가 1년에 1000만 명인데, 그 중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500만 명이라는 것.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조남한 교수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은 벌써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2초마다 당뇨병 환자가 발생하고, 6초마다 한 명이 그로 인해 사망하고 있죠. 어떤 전쟁이 매년 5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까요? 세계당뇨병연맹 회장의 자리가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그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해 당뇨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물론 제 임기 동안 이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겠죠. 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단단한 디딤돌을 놓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남한 교수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3월 24일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제 40회 UN과 함께 하는 라이온스의 날’ 행사에 참석, 세계당뇨병연맹과 국제라이온스협회 간의 MOU 체결을 이끌어냈다. UN 연설을 통해 당뇨의 심각성을 알리고 ‘Serving size(한 끼 분의 식사에 나오는 양)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제라이온스협회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역동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향후 당뇨병과의 전쟁에 큰 지원군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조남한 교수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2019년에는 전 세계 당뇨병 분야 전문가 1만 명 이상이 참석하는 세계당뇨병연맹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조남한 교수. ‘의료계의 반기문’이라 불리는 그의 진짜 바람은 소박하다. “2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만나게 될 많은 환자들. 그 중 한 명에게라도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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