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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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 언제나 오늘이 나의 마지막 수술이라는 각오로 달린다


 


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태반의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큰 병원에서도 쌍꺼풀 수술을 하나?”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대상일 수 있다.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는 성형을 오직 미용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이해보다는 오해와 편견을 더 많이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국내 성형외과 재건 분야에서 미세수술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인물. 자신의 의학적 신념으로 환자를 보호하고 그 삶을 지켜내기 위해 혼신을 힘을 다하는 진정성 가득한 그를 만나보았다.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만난 성형외과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와의 대화는 참으로 무덤덤하게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에도 극적인 배경 따위는 없었다. “수술로 환자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좋아서 수술하는 과를 선택했는데 이왕이면 수술을 할 때마다 뭔가 다 조금씩 달라보였던 성형외과가 좋아보였다”가 그가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였으니 말이다.


‘미용’이 아닌 ‘재건’ 분야로 진로를 정한 건 그나마 그래도 상당히 명확한 이유에서였다.


“성형외과 출신 새내기 의사들은 군대를 군의관으로 안가고 공보의로 갑니다. 저도 지방에 300병상을 갖추고 있는 꽤 큰 병원에서 3년 정도를 복무를 했었는데 그 병원의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대부분 미용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젊었던 이일재 교수는 그 시간을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기도 했지만 금세 지루함을 느꼈다. 그리고 외상이나 재건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공의 시절 재건 수술을 접했을 때 자신과는 먼 이야기이라고 느꼈지만 멋진 분야라고 동경했던 것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것이다.


“미세수술은 하고는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병원에 남으라는 사람도 없었던 와중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었는데 박명철 교수님께서 펠로우 때 기회를 주셨어요. 그 덕분에 연수를 가게 되었고 이 길을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연수에 가서는 미래에 대한 많은 두려움이 있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 되었고 또 갔다 와서 대학병원에 남지 못하게 되면 개업을 해야 할 텐데 지금 이 시간이 그냥 버리는 시간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를 했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연수 후에 개업을 했더라도 저는 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운명인 듯, 우연인 듯 기묘한 길이 닿고 연결돼 지금의 이일재 교수를 만든 셈이었다.

 


1막이 내리면 2막이 시작된다


성형외과는 크게 미용과 재건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재건은 화상, 골절상, 찰과상, 열상, 심하게는 절단상 등을 입었을 때 일차적으로 치료를 하고 외상 때문에 생긴 흉터나 변형을 교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일재 교수는 재건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고 힘든 미세수술 전문가이다.


“미세수술은 외상, 암, 당뇨발 등으로 결손이 생겼을 때 그 부위를 메워 주는 수술입니다. 당뇨발, 유방재건 등도 많이 하지만 다른 과에서 수술을 한 뒤 결과가 좋지 않은 상처를 치료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대부분의 수술이나 치료가 검증된 보편타당한 치료 방법으로 시행되는데 그 길을 벗어나 있는 환자들이 있어요. 당뇨가 조절이 안 된다거나 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로 인해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경우 미세수술을 통해 상처가 아물게끔 해줍니다. 혈관을 잘랐다가 다시 꿰매거나, 발라서 길게 뽑아서 쓰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 입니다.”


이일재 교수는 성형외과를 두고 ‘사고조사반’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누굴 구할 수도 없고 불을 끌 수도 없는 조사반은 남들 눈에 띄는 공을 세우기가 어려운 법. 이는 성형외과 미세수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메인 수술이나 치료가 끝난 뒤 피부를 봉합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가장 마지막 순간에 투입, 자정이 넘도록 수술을 하지만 때로는 동료 의사들로부터도 ‘현미경을 들여다 보면서 하는 간단한 수술’이라는 오해를 받곤 하는 것도 “그 분들이 근무할 때는 우리가 간단한 수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미세수술을 할 때는 그 분들이 퇴근을 한 뒤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상처는 의사의 눈으로 아문다


세상 어느 의료 행위가 쉽겠냐만은 미세수술의 경우 육체적인 고단함과 스트레스가 타과와 견주어 더했으면 더했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혈관의 경우 4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결해도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일재 교수는 병원에서 2시간 안에 올 수 없는 곳은 갈 수 없고 전공의 선생들은 2시간마다 한 번씩 수술한 환자들을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통상 0.5미리쯤 되는 혈관을 12 바늘을 꿰매고 그 혈관을 3~4개쯤 연결해야 하는 미세수술에 쏟아 부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부담감은 매 순간이 숙제이자 사명감이다.


“미세수술의 어려운 점은 실패하면 안 되는 수술이라는 점입니다. 암은 완치가 안돼서 사망할 수도 있고 골절은 안 붙거나 곪을 수 있어요. 하지만 미세수술은 멀쩡한 내 살을 떼어내 덮는 건데 실패하면 멀쩡한 살도 희생시키고 상처는 덮지 못한 채로 남아 있는 거죠.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는 긴장과 압박 때문에 제 성격도 까칠하고 별로 좋지 않아요(웃음).”


그렇다면 위에서 숨차게 열거한 성형외과에 대한 오해, 성형외과적 치료에 대한 낮은 수가, 수술 자체가 주는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난관 속에서 이일재 교수가 보람을 얻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그리고 지치지 않고 수술실로 달려갈 수 있는 동기부여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 “저희 과장님께서 는 ‘상처는 의사의 손으로 아무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눈으로 아문다’고 하셨습니다. 자주 가서 보면 환자의 통증, 문제점, 치료 방법이 보인다는 거죠. 환자와의 관계도 자주 가서 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환자가 아무 문제 없이 퇴원한다면 제게 그보다 큰 보람은 없습니다. 또 동기부여를 물으셨는데 사실 저희 수술에 대해서 주변 선생님들이 잘 모르신다고는 했지만 모든 치료는 절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영상의학과, 내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유방외과 등 많은 선생님들이 저를 챙겨 주시고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십니다. 저희 전공의 선생님들은 수술도 많고 정말 많이 고생을 하는 데 그래도 내색 않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저는 늘 감사함을 느낍니다. 평소 내색은 잘 못하지만요. 타과의 부탁 덕분에 저는 의사로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 거니까 서로 공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업 자체가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삶이에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당뇨발 수술


재건 미세수술에 있어서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최고 레벨이라는 게 정설이다. 외상과 당뇨 환자가 많아 수술 케이스도 워낙 많고 미국 미세수술학회장도 한국계 미국인일 정도다. 이일재 교수는 이 같은 우수한 의료 환경 안에서도 당뇨발의 ‘최고’는 수술을 잘 해서 내보내는 게 아니라 환자가 안 아프고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긴가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지원이 뭔지를 알아내서 생활도 하고 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어느 병원에서나 그다지 반가운 환자가 아닌 수많은 당뇨발 환자를 고객으로 받으면서 이일재 교수가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고 가급적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것도 그 길이 곧 최고로 가는 길임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발을 수술해 살렸던 환자가 결국 2~3년 뒤 당뇨 악화로 사망하고 장례식을 치르던 그 날, 80세가 넘은 그의 아내가 일부러 찾아와 “그 동안 성심껏 수술해 주시고 치료에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던 기억은 그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이쯤 되니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우리만치 솔직하게, 담담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던 이일재 교수는 궁극적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일까?


“제가 대만에서 공부할 때(대만은 재건 수술 세계 1위 국가다) 절 가르치는 선생님의 수술방에 한문이 붙어있었습니다. 뜻이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제가 내일 실패하게 해주십시오’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성공하게 해달라는, 이게 나의 마지막 수술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수술에 임 하겠다는 의미였죠. 저 역시도 수술방에 들어갈 때마다 늘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마지막 수술이다, 라는 각 오를 늘 다지는 거죠.”


수천만 원짜리 고가 수술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과가 아니더라도, 이일재 교수는 행복하다. 자신으로 인해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자신 있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환자들을 위해 그는 오늘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수술실로 들어선다. 우직하게 뚜벅 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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