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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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신경과 홍지만 교수, 뇌의 세계를 탐험하는 챌린저

 


눈부신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아직 뇌는 미지의 영역이다. 뇌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목도하게 되지 않을까. 신경과 홍지만 교수는 뇌의 세계를 종횡무진 탐험하는 의사다. 그는 쉼 없는 연구와 도전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간다.

 


딴따라가 신경과 의사가 되기까지


홍지만 교수는 ‘딴따라’다. 홍지만 교수는 ‘아웃사이더’다. 이렇게 발칙한 정의를 내리는 전말이 궁금하다면, 홍지만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전 딴따라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빠져 밴드에서 기타를 쳤어요. 부모님 속도 많이 썩혀드리고, 공부를 아예 손에서 놓기도 했죠. 그런데 어떻게 의사가 됐냐고요?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음악과 완전히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대를 선택하게 되었죠. 하지만 의대 생활은 음악밴드 생활과는 전혀 다르잖아요? 당연히 적응을 잘 못했고, 아웃사이더로 지냈어요. 의대 친구들 중 제가 교수가 될 거라 생각한 사람이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인터뷰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의 과거가 딴따라라니…. 하지만 그 계기가 어떠했듯, 홍지만 교수는 신경학을 공부하며 뜻밖의 재미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신경학은 기존의 지식을 외우기보다는 파고들어야 하는 학문이다. 의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에 그만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홍지만 교수는 대학 작곡 동아리에서 작곡과 연주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맡아 너른 음악의 세계를 항해했다.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며 음악과 신경학의 분석 미학적 접점이 생겨났다.


“예전에 신경과 레지던트 과정을 정리해본 적이 있어요. 그시절은 제게 ‘If(이프, 만약)의 미학’을 가르쳐줬더라고요. 신경과학 자체가 If입니다. ‘만약 이 환자의 신경학적 증세가 척수에 있다면 증상은 이러이러할 것이고, 연수에 있다면 몸의 마비 및 감각증상 등은 어떨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중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거죠. 그래서 신경학은 외우는 학문이 아니에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의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If로 정의해 논리적으로 파고듭니다.”


만약 다시 전공과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답은 ‘신경학’일 것이라 단호히 말하는 홍지만 교수. 그는 신경과 레지던트 시절 내내 병원에서 가까웠던 집을 그토록 멀리했다.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느라 퇴근을 잊은 레지던트 의사’를 상상하기 쉽지만, 홍지만 교수에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신경학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딴따라의 환골탈태(換骨奪胎)란 이런 게 아닐까. 그렇게 락과 재즈를 사랑하는 기타리스트는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신경과 의사가 되었다.

 


통찰력과 끈기를 바탕으로


과연 꿈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하는 일에 특별한 지름길이 있을까? 특히나 그 목표가 ‘연구’라면 더더욱 지름길이란 없을 것이다. 홍지만 교수는 스승으로부터 ‘통찰력’과 ‘끈기’란 귀중한 가치를 배웠다고 말한다. “허균 교수님은 타고난 임상가입니다.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누군지를 다 알아내시고요, 감별진단을 하시는 모습은 감탄 그 자체랍니다. 김장성 선생님은 관찰의 명수세요. 제 레지던트 동기의 신발 스타일이 바뀐 것을 보고 항상 같이 지내고 있는 저도 모르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셨을 정도죠! 주인수 교수님은 타고난 인덕의 소유자입니다. 감정이 다소 격앙된 환자도 주인수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환한 미소를 되찾거든요.” 좋은 스승은 좋은 제자를 만든다. 세 명의 스승이 전해준 가치는 홍지만 교수를 단단히 여물게 했고 더욱 좋은 의사, 노력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했다.


“저와 같은 임상의사는 환자에게도 영감을 받아요. 환자가 의사를 만나면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요. 의사는 눈에 보이는 증상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자리한 근원을 꿰뚫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최종적인 대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죠.”


이야기 끝에 홍지만 교수가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일화를 들려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오른쪽 마비와 실어증으로 홍지만 교수를 찾아온 미용사 환자의 이야기다. 계속되는 치료에도 환자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환자의 남편은 홍지만 교수를 만나 ‘뭐라도 좋으니, 잘못돼도 좋으니 어떻게든 해달라’며 멱살을 잡기에 이른다.


“당시 제가 생각해왔던 치료법은 있었지만 검증이 되지 않아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리스크를 감내하겠다고 해서 그 치료법을 적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미용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들은 2016년에 보건복지부 첨단 의료기술 개발사업 줄기세포·재생의료 실용화 부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국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혈관 폐쇄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신생혈관 재생을 유도해 뇌관류 저하를 호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는 과제죠.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 미용사 환자입니다.”


물론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홍지만 교수는 성공이든 실패든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애물을 만나면 이를 타파하거나 둘러갈 방법을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작은 성과를 발판으로 다른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는 이를 ‘작은 성공’이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때, 새로운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


지난 2014년 홍지만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심장마비 환자에서 신경보호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저체온 치료법’이 뇌졸중 환자에서도 임상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는 뇌졸중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유력한 미국심장학회의 Stroke지에 실리면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개발한 새로운 프로토콜의 우수함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그때로부터 약 3년이 흐른 지금, 홍지만 교수는 저체온 치료법을 모티브로 한 SONIC연구(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의 한국 임상 총괄연구책임자이다.


“‘세계 최초의 다중표적약물(멀티타깃) 연구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뇌 신경세포 보호제 개발을 위해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어요. 본 연구가 성공한다면 치료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것입니다. 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죠.”


지난 6월 17일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홍지만 교수팀이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 구연상을 수상하였고 이 논문의 내용은 일본 순환기학회지(Circulation Journal)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Early Neurological Prognostication during 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 after Out-of-Hospital Cardiac Arrest’로, 연구팀은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심정지 후 뇌손상 환자의 신경학적 예후를 조기 예측하는 법을 개발하였다.

 

 


“이번 연구는 심정지에 관한 스탠다드를 바꾸는 시초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심정지 후 뇌손상 환자의 예후를 조기에 예측해 환자의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혈관중재팀과 혈관수술팀을 포함하여 아주대학교병원 뇌졸중팀은 뇌졸중 치료분야에서 분명 대한민국 NO.1이라고 자신합니다. 뇌졸중은 전형적인 커뮤니티병(지역사회병)이에요. 뇌졸중 발생시간부터 치료까지의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주대학교병원은 중증의 뇌졸중 급성기 환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병원이기도 합니다. 그런 중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선 병원의 시스템이 그물처럼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홍지만 교수는 국내 최초의 한국형 뇌졸중 인지 프로그램인 ‘아주 뇌졸중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아주 뇌졸중 프로그램’은 3단계(1단계: 뇌졸중의 빠른 발견, 2단계: 개개인 맞춤식 신경 집중치료, 3단계: 지역 병원과의 연계협력)로 이뤄진다.


“뇌졸중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선 평소 뇌졸중에 대한 인지교육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서구에서는 미국의 브로델리 박사팀이 만든 뇌졸중 의심증상 ‘FAST(Face, Arms, Speech, Time)’를 사용하지만, 우리에겐 영어단어가 바로 와 닿지 않잖아요. 그래서 6개월 여 간의 고민 끝에 ‘이웃-손-발(이하고 웃어보세요, 양손 들어보세요, 발음이나 언어장애가 오면 119에 연락하세요, 바로 당신의 이웃을 구할 수 있습니다)’을 개발했어요. 하나씩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형 토착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죠.”


앞으로도 쉼 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며 환자와 함께하겠다는 홍지만 교수. 그의 확고한 철학이 담긴 연구들로 신경학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동그란 안경 너머, 홍지만 교수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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