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상세페이지
[만나고 싶었습니다] 환자와 함께 숨 쉬는 ‘천생 의사’,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는 가녀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다. 환자를 가족처럼, 애틋한 연인처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진료를 하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대학교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몸은 물론 아픈 마음 돌보기에도 여념 없는,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믿고 찾는 김현아 교수를 만나보았다.

 


꿈 많은 소녀, 의사를 꿈꾸다


마주 앉은 김현아 교수의 눈이 반짝거린다. 호기심과 명석함, 따스함, 수줍음이 여러 빛깔로 물든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의사 이전의 삶이 절로 궁금해진다. 아마도 대단히 역동적이거나 모험이 가득한 시간들은 아니었겠지만 소녀 같은 이미지 속에 감춰진 금강석 같은 단단함이 범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한 번도 부모님의 기대를 거스른 적이 없었던 모범생이자 문학소녀였던 그 시절의 김현아 교수는 고등학교 때 다른 또래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해 돌덩이 같은 고민을 짊어지고 있었다.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던 시기였어요. 때마침 읽고 있던 책이 A. J. 크로닌의 <성채>와 <천국의 열쇠>였는데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타인을 돕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라고 느꼈고 당시 저는 생물학을 좋아하는 이과 학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을 택할 수 있었어요.”


집안에 의사는 아무도 없었지만 부모님은 김현아 교수의 선택을 지지해주었고 그렇게 그녀는 무난히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소녀의 부푼 기대와는 달랐다. 특히나 암기할 것이 태산처럼 많은 해부학이라는 학문은 커다란 장벽이었다. 사람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무수한 뼈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고, 심지어 뼈 안의 해부학적 구조까지 파악해야 했기에 그것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졌다.


“암기에 원래 취약했었거든요. 그렇게 바닥을 치고 있다가 본과에 진입하고 나서야 요령을 터득했고 그때부터 점점 나아졌습니다.”


다행히도 김현아 교수는 스스로를 파악하고, 자신이 가야할 길의 방향을 알아보는 명석함을 갖고 있었다. 생리학과 면역학 등에 재미를 느끼는 와중에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내과 의사’로, 그 중에서도 ‘류마티스’로 조금 더 정확히 목적지를 설정해 나갔다. 아직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 발이 충분히 닿지 못한 바다와 닮아 있었던 류마티스 분야가 크게 다가왔다. 아직 할 말과 할 일이 많은 학문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탐구정신을 충족해 줄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류마티스 전문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잘 알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환자와 함께 산다, 환자와 함께 간다


김현아 교수에게 환자는 함께 호흡하는 존재다. 김 교수에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환자는 ‘환자’에서 벗어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동생, 언니, 오라버니, 자식으로 바뀐다. 그 덕분에 김현아 교수는 환자와의 인간적인 믿음을 나누며 열심히 치료하는 과정을 기쁨으로 삼을 수 있었고, 호전이 없는 환자와는 힘듦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진료시간이 짧아서 아쉬울 때도 많지만 그 짧은 시간을 쪼개 한 마디라도 더 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그의 진심은 ‘선생님을 만나 호전이 되었다’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로 돌아오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산 작은 캔커피가 선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런 김현아 교수에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환자가 있다. 임신 30주차인 임산부로 류마티스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인 루푸스로 병원을 찾은 환자였다. 처음에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했고 출혈이 안 멈추는 위험한 순간을 이겨낸 뒤 감염내과를 거쳐 김현아 교수에게 오게 되면서 루푸스 감염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이나 머무르는 동안 아기는 인큐베이터에서 홀로 고된 싸움을 하는 엄마를 기다렸다. 그 전쟁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김현아 교수의 마음은 새까맣게 탔지만 결국 환자는 기적처럼 3개월 만에 건강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기가 엄마 품에 돌아간 것은 물론이다. 몇 달 간 가슴 졸였던 기억을 차근차근 꺼내놓는 김현아 교수의 얼굴에서는 그때의 긴장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떠올랐다.


“이렇게 내 일처럼, 내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깝게 생각하고 환자를 대하고 감정이입을 하고 있지만, 매 순간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애정을 쏟은 만큼 작은 상처에도 쓰라리기 때문이지요. 최선을 다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환자들도 있으니까요.”


온 마음을 다해도 그 마음을 알 턱이 없는 환자의 보호자가 거칠게 항의를 하기도 하고, 치료를 하지 않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환자가 찾아올 때면 환자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을 한다는 김현아 교수.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는 의사였다.

 


완치 없는 병, 류마티스 바로 알기


처음 류마티스 분야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타 분야에 비해 정보가 많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많은 것이 변화했지만 김현아 교수는 여전히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완치가 쉽지 않은 질병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나 그 부분에 대한 홍보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숨에 병이 치유되길 바라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으며, 민간요법을 권유 받아 악화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질병이 활성화되어 일상생활에 영향이 덜 미치게 하는 것, 관절염이 악화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것이 제 치료의 핵심입니다. 루푸스의 경우에는 써야 할 약물이나 입원 횟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하고 통풍 환자는 발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거죠. 이 병들은 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유전 요인, 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그 중 루푸스는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쏟고 있어요. 많은 루푸스 환자들이 아주대학교병원을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일 거예요.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학습 및 계발에 힘쓰고 있으며 정기적인 환자 모임을 통해 환자에게 직접적인 식습관 개선, 약물 치료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올해 5월 성인형스틸씨 병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도,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치사율이 높은 이 병을 홍보하여 보다 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김현아 교수는 앞을 바라보며 정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묻는 질문에 단칼에 ‘없다’고 답할 정도로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 같은 태도는 의사로서의 삶을 조금 더 반듯하게 정리하고, 발전시키며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목표만을 확고히 남긴다.


“저를 찾는 환자분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일 수 없느냐는 매우 중요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과를 찾는 분들이 겪는 병들은 완치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목표를 ‘완치’에 둔다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병을 악화시키게 되지만, 질병 활성화가 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둔다면 조금 더 의료진을 신뢰하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져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부디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


긍정적으로 자신의 병을 바라본다면, 똑같은 약을 먹어도 몸에 잘 들 것이라며 김현아 교수가 보물 같은 ‘팁’을 주었다. 물론, “저와 함께 노력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환자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의사의 길을 걷는 그. 김현아 교수는 고교 시절의 꿈을 이룬, 성공한 의사였다.
 

  • 글자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