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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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길을 걷다 -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함석진 교수는 한창 진료 중이었다. 한번 들어간 환자는 좀체 나올 줄 몰랐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자 약속했던 인터뷰 시간이 슬쩍 지나버렸다. 마지막 환자가 나왔구나 싶은 순간, 누군가 번개처럼 취재진 앞을 달려 지나갔다. “잠시만요!” 생리현상을 해결할 틈도 없이 환자들에게 몰입했던 그, 함석진 교수였다. 오늘의 인터뷰는 함 교수의 그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한 느낌이었다.

 


하얀 가운을 동경하던 소년, 의사가 되다


이과 공부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의대를 졸업했지만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의 느낌은 참으로 문과적이다. 단어 한 마디, 문장 하나가 소설처럼 풍성하고 윤기가 흐르니 평소 대화의 양이나 질이 참으로 높은 게 아닐까, 하는 짐작도 하게 만든다.


마주한 이를 목소리 톤이나 표정만으로도 무장해제 시키는 건 함석진 교수의 또 다른 장점이다. 환자입장에서는 구세주 혹은 저승사자라는 극단의 존재인 의사가 친근함과 소박함으로 다가온다는 건 몸의 치료, 그 이상을 받는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불현듯 그의 진료시간이 왜 남보다 조금 더 길었는지 그 이유가 슬며시 납득이 간다.


함석진 교수는 폐 질환에 특화되어 있는 전문의이다. 폐암과 폐 이식, 다한증 등에서 풍부한 임상경험과 다양한 연구 및 논문 이력을 쌓아온 그는 어느덧 의사의 길을 걷게 된 지 20여 년을 바 라보고 있다. 수많은 환자들이 그가 빚어낸 손끝의 마술에서 생명을 되찾기도 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도 했으니 흉부외과의로서 뜻 깊은 삶을 살아왔음은 자명해 보인다.


함석진 교수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꽤나 낭만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약국과 병원에 가면 기분이 편안했어요. 겨울에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난로에 얹혀 있는 주전자에서 뽀얗게 김이 솟아오르는 풍경들이 굉장히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막연히 나도 흰 옷을 입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의사가 되기 위한 첫발자국을 떼기도 전에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의사가 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아버지는 심지어 의대에 진학한다면 학비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함석진 교수가 껄껄 웃는다. 아들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는 아버지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의사가 되겠다는 아들을 막아서는 아버지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 터라 눈이 동그래졌다.

 
“아버지 생각은 이제 우리나라 경제사정도 많이 좋아져서 밥 굶는 사람이 없지 않냐, 그런데 의사가 되면 평생 공부를 해야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너무 힘들지 않겠냐. 내 자식은 좀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셨던 거예요.”


전세가 바뀐 건 아들이 받아온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합격통지서 덕분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축하인사와 축하전화에 그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걱정이 봄눈처럼 녹아버린 것. 합격까지 했는데 어쩌겠냐며 그제야 아버지는 마지못한 듯, 사실은 기쁘게 학비를 준비해주셨다.

 


환자를 위로하는 의사,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


의대생으로서 함석진 교수의 삶은 꽤나 역동적이었다. 학교와 도서관만 오가는 범생이의 삶 대신 공부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에 더 역점을 둔 것. 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는 와중에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한 기억은 그에게 매우 소중하다.


흉부외과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멋있어 보였다”라고 명쾌하게 답변을 준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이야기를 덧붙인다.


“인턴 때 흉부외과 회진을 돌다가 수술 부위에 갑자기 출혈이 일어난 환자를 발견했습니다. 선배 선생님이 차분하게 지혈하고 바로 보호자에게 동의를 구해 수술방에 들어가서 조치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매끄럽고 순탄하게 흘러갔어요. 그때까지 봐 왔던 실습장면이나 다른 과를 돌면서 느꼈던,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료행위와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풍경이었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해 생명을 구했던 그 모습이 정말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때 흉부외과를 가야겠다고 결정한 거죠.”


그 결심 이후 중년으로 넘어오는 세월 내내 흉부외과의로 살아 오면서 함석진 교수가 한결같이 지켜온 가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대상은 ‘병(病)’이 아니라 ‘환자’라는 사실이었다.


“저는 어떤 경우에서든 우선순위가 병이 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암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는 빼고 오직 암만 보는 상황을 경계하는 거지요.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환자를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의사는 수술 뒤 환자가 살아갈 삶의 질이나 경제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병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런 걸 다 놓치게 되는 거죠.”


실제로 6, 7년 간 꾸준히 함 교수에게 찾아온 암 환자가 사망한 뒤, 그 보호자가 일부러 찾아와 그간 가족처럼 위로해주고 공감해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 경우도 있었다.


“환자에게 때로는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게 위로나 공감입니다. 그러한 소통으로 환자가 좀 더 행복해지고 힘이 생긴다면 의사로서 그만큼 보람 있는 경우도 없어요.”


함석진 교수는 덧붙여 어떤 수술이든 환자의 상황에 따르는 맞춤형 치료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 마인드로 치료를 하며 환자의 생존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폐 질환,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최근 그의 진료는 폐암이나 식도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폐암 수술의 경우 약 80%를 내시경으로 실시하고, 식도암은 로봇을 이용한다. 과거 ‘Big incision, Big surgeon.’ 즉 ‘훌륭한 의사는 크게 열어야 한다’고 해서 가슴 전체를 크게 열고 수술을 했던 때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 폐암의 경우 옆구리 약 5cm 절개만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식도암은 손가락 굵기의 구멍 4개만으로 식도를 절제해 낸다.


폐 이식은 함석진 교수의 또 하나의 중요한 전공분야다. 사실, 폐 이식은 환자는 물론 일반 의사에게도 낯선 단어이다. 폐가 이식이 가능한 장기라는 걸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폐 역시 여러 질환들이 발생하여 이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이때 가장 중 요한 것은 적절한 기증자를 찾는 것이라고.

 

 


“흉부외과에서 난이도가 제일 높은 수술이 폐 이식 수술입니다. 수술을 통해 기증자의 폐를 단순히 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수술 한 뒤 약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합병증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 등 모든 의학적 지식이 총망라되어야 하는, 아주 난이도가 높은 종합예술인 거죠.”


폐 이식과 관련해 많은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 함석진 교수는 현재 법적으로 뇌사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만 기증받을 수 있는 폐의 경우 100명 중 겨우 10명 정도만 그 폐를 쓸 수 있고 그나마 그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증된 폐를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왔다.


“폐 이외의 타 장기들은 현재 의학 기술로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인공장기가 있습니다. 투석이나 절제 등 다양한 치료법과 수술법들도 나와 있고요. 하지만 폐는 안 좋을 경우 치료도 까다롭고 생명과 바로 직결이 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 해요.”


함 교수는 장기이식, 그 중 특히 폐 이식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너무 낮다며 다양한 홍보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기증자를 찾고, 폐 이식을 받아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보다 멀리 확산되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함 교수에게 폐 건강을 위한 비결을 물었다.


“진료를 보다 보면 폐암 수술을 받은 뒤에도 담배를 못 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금연이고요. 적절한 운동으로 폐활량을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서 암 발생률이 높아 지는 것에 대한 대비책은 ‘빨리 발견하는 것’만이 답입니다. 흡연력,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젊었을 때부터 정기적인 진단을 꼭 받 기를 바랍니다.”


유연하고 소박한 인간미와 날카롭고 치밀한 전문의로서의 상반된 매력을 가진 함석진 교수. 정확한 진료와 치료만큼이나 의사와 환자 간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그에게서 더할 나위 없는 신뢰의 향기가 깊고 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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