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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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술 사업화 및 교수 창업 활성화 토론회

       최근 의료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의 실용화가 큰 화두다. 환자 치료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연구하고 적용하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대학교병원은 2017년을 ‘의료기술 사업화의 원년’으로 발표하고 장기간 축적한 기술을 통해 치료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1년이 지난 현재, 아주대학교병원의 의료기술 사업화와 교수 창업의 향후 방향 논의가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박해심_ 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을 실용화하고 사업화하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도 축적된 다양한 의료기술의 실용화를 거쳐 어떻게 사업화할지 논의 중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아주대학교의료원 산하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CEO인 분들을 모셨습니다. 의료기술의 실용화와 사업화, 창업과 고용 창출까지 이룬 교수님들과 향후 의료기술 사업화 및 교수 창업진행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김철호 부원장님이 임상교수로서 창업의 필요성과 당위성 그리고 ㈜플라리트 창업 경험담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김철호_ 대학과 병원의 의료기술 사업화와 이를 통한 창업은 세계적인 의료기관에서는 이미 활성화되고 보편화되었습니다. 환자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가장 잘 알려주는 곳이 의료현장이고, 이곳에 종사하는 의료인이야말로 의료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이겠지요. 따라서 임상의사로서의 역할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연구로 얻은 다양한 지식과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는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 최근 창업 관련 다양한 지원이 늘고 있고, 의료기술 사업화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창업 관련 과제와 다양한 지원을 기반으로 ‘바이오플라즈마’라는 새로운 의료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창업했습니다. 의료기술 사업화는 학교, 창업한 의료인뿐만 아니라 최근 국가 문제인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플라리트도 현재 정규직 직접고용은 8명이지만, 3~4년 뒤에는 간접고용 포함 30명 정도를 고용하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바이오플라즈마 의료기술과 의료기기로 많은 난치성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박해심_ 정회종 대표님이 보시기에 병원이 진행하는 의료기술 실용화에 대해 외부 병원이나 국내 반응은 어떻습니까?정회종_ 찬반으로 입장이 나뉩니다. 의료 영리화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병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마지막에 환자에게 적용하는 곳 역시 병원이죠. 대부분의 의료기기 업체가 제품을 만들어 병원에 판매하는 형태이다 보니 환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는 의사들이 실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양한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실용화하여 환자에게 제공한다면 바이오산업의 핵심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이를 잘 실행하는 병원을 보면 사업화 주체가 내부에 있습니다. 조직에서 수요 발견부터 문제 해결까지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연결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병원으로 환원하는 구조이죠. 아주대학교병원이 이러한 수요를 적극 반영하는 것도 트렌드에 잘 부합된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병원과 IT 기술 및 타 업종의 융합이 진행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국가적 강점으로 손꼽히는 IT 산업과 병원의 기술을 융합하여 시너지를 높이는 조직을 만든다면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박해심_ 최근 의료기술의 화두는 의료정보와 임상 데이터의 융합입니다. 독자 기술보다는 반드시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와 융합해야 기술 부가가치가 올라갑니다. 박래웅 교수님은 미래를 위해 젊은 연구자나 병원 조직이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박래웅_ 기존에는 병원 데이터를 거의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특정 연구자가 특정 주제의 데이터에만 접근했고, 이 역시 소속 병원 데이터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병원 외부 기업이나 연구자는 데이터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죠. 우리가 빅데이터 공유망을 만드는 기업을 창업한 이유도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정보, 자산 침해와 관련이 있다 보니 외부 연구자들은 병원 내부 데이터 사용을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만들고 설득해, 현재 41개 병원이 빅데이터 공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공유는 매우 낯선 개념인데, 각 병원의 보유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분석 코드를 각 병원이 분석하여 통계를 내는 방법입니다. 연구자가 직접 데이터에 접근할 수는 없지만, 궁금한 통계 값을 손쉽게 구할 수는 있죠. 현재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는 정형 데이터입니다. 그 외의 영상·유전체·조직은행 데이터와 생체 신호, 자유진술문 등의 데이터는 아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활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박해심_ 정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약 개발보다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만으로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기를 활용하도록 의료기기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 의료기기연구 TF(Task Force)팀을 이끌고 있는 홍지만 교수님이 현 상황에서 젊은 임상교수들의 의료기기 분야 연구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홍지만_ 의료기기 개발 트렌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에는 의료기기를 회사가 먼저 개발하여 환자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해 안전성과 유용성을 확보했습니다. 대학병원의 의료기기 개발이나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첫째, 시제품을 제공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완벽한 시제품을 만들 수는 없지만 제품 생산 기업에 아이디어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시제품이 필요합니다. TF팀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험 제작 원형을 어느 정도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사업화 아이디어를 실제의료 상황에 잘 활용해 성과를 입증해야 합니다. 의료기기 사업화는 기업 간 관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대면하는 우리에게는 B2C(Business to Consumer)라는 장점도 있는 만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실제 환자 치료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의료기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박해심_ 곽종영 교수님은 현재 의사들의 창업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곽종영_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용어 사용은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의 창업 목적은 의료 관련 신기술 개발입니다. 의료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려면 의료 사업화가 되어야 하지만,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닙니다. 일부 기업이나 정부가 말하는 ‘교수들이 의료행위는 하지 않고 사업을 하느냐’는 의견과는 분명 다릅니다. 환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의료 관련 신기술을 교수들이 개발하여 창업하고 사업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의료 질 향상은 물론 의료 관련 일자리와 수입을 함께 창출하는 것이죠. 영리를 위한 의료행위 사업화가 아닌 만큼 용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박해심_ 의료기술 사업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 관련 신기술 개발이며, 의료행위 사업화와는 다른 것이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기술지주회사 1호 자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선용 교수님은 의료기술 사업화와 교수 창업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정선용_ 작년에 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하였습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는 매년 많은 교수들이 창업합니다. 영리가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연구·개발한 기술이 실용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창업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의과대학 기초 연구자인 제가 창업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기초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고, 오랜 기간 추가 연구로 기술성 높은 연구결과를 얻었습니다. 논문 발표로 끝내기보다 실용화하여 제품이 출시되고 사회에서 활용되는 것이 연구자로서 큰 보람이어서 의료기술사업화를 고민했고, 기술경쟁력과 시장경쟁력에 자신 있어 직접 창업한 것입니다. 병원과 의과대학에서의 바이오헬스 기술 실용화는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의료기술사업화의 긍정적인 면들이 의료민영화 논리에 묻혀버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교수 창업과 기술 이전으로 대학의 우수한 창의적 기술의 실용화가 더욱 촉진되기를 기대합니다.박해심_ 현재 아주대학교의료원에는 기술지주회사 산하에 5개 자회사가 운영 중이며, 추가로 준비 중입니다. 기술이전센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회사에서 기술을 개발하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 추가 회사 설립도 가능합니다. 우리가 초창기 기업을 잘 키운다면 앞으로 더 큰 발전이 있겠지요. 좋은 연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인력과 지원, 투자 등이 필요합니다. 교수님들이 다양한 콘텐츠 연구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면, 여기에 인력과 연구사업 관련 행정 인력을 확보해 앞으로 잘 실행해가겠습니다.박래웅_ 아주대학교병원의 연구자들은 창업 관련 기술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합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창업 대표가 연대보증부터 모든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지만, 작년 산학협력단의 ㈜엔포유 기술지주회사를 통한 창업은 무엇보다 컨설팅 지원이 잘되어 있어 창업이 참 쉬웠습니다. 창업자가 떠안을 리스크도 없고 2,000만 원만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도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창업은 혁신 의료서비스로 환자의 건강 증진은 물론, 일자리 창출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큽니다. 제가 창업한 회사는 연말까지 40명을 채용하고, 내년에는 60~80명을 충원할 예정입니다. 모두 정규직이고 고액 연봉자 채용입니다. 사회 문제로 대두된 취업에도 크게 기여하는 셈이죠. 새로운 의료 서비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박해심_ 수요자의 니즈를 잘 아는 각 분야 임상 연구자들이 진료로 바쁘더라도 항상 의료기술 발굴에 관심을 두고 키워주기를 부탁합니다. 필요하다면 연구원 행정 인력과 협업하거나 다른 교수님들과 상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창업한 선배 CEO와 경험을 공유하면 아주대학교병원의 의료기술을 가장 잘 발전시키는 중심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더 발전된 좋은 결과를 나누는 다음 회합을 기약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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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고 싶었습니다

    마음으로 환자를 보듬는,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 동반자

      신성재 교수는 의사로서 그 역할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성숙해지기를 꿈꾼다. 기계적으로 환자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돌보는 의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을 살리고 돕는 소명의식으로 오랜 시간 환자와 함께 인생길을 걷고 있는 신성재 교수를 만났다.  운명처럼 걷게 된 생명의 길“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일이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의사가 된 이유를 묻는 말에 신성재 교수는 크게 거창한 이유는 없다며 쑥스러운 미소로 답한다. 하지만 흔들림 없는 다부진 눈빛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했다.“대학 입시에서 공과대학에 응시했다가 실패한 뒤 처음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살던 모습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게 됐어요. 그때 미래를 꿈꾸며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별 일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나름 진지하게 꽤 많이 고민했지요.”그때 든 생각 중 하나가 ‘의사가 되면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사람으로 살 수 있겠구나’였다. 그러나 두 번째 선택 역시 공과대학이었고, 처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아, 벌받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윤리 시간에 배웠던 칼뱅의 직업 소명설이 떠올랐어요.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일이 내가 맡은 소임이구나.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결론을 내리게 됐죠.”의과대학으로 진로를 바꿔 도전한 세 번째 선택. 의료로 타인을 돕는 선택에 비로소 그의 앞에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현재 신성재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 암인 위암과 대장암 환자를 진료하는 소화기내과에서 그 소명을 다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2015년 암 발생률을 살펴보면 1위가 위암(13.6%), 2위가 대장암(12.5%)이다. 두 암을 합치면 발병률이 25%를 넘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암이기에 그의 하루는 수많은 환자를 보느라 숨가쁘게 돌아간다.“다행인 건 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검진 활성화로 조기 발견이 많아져 예전보다 심각한 환자가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위암을 3기 이상의 심각한 상태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위암의 50%가 조기에 발견되어 초기 완치되는 일이 많아요. 우리나라의 의료기술도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발달해 위암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신성재 교수는 주로 대장 질환자를 만나고 있다. 그중 반이 대장암 환자다. 예전에는 접근조차 어려웠지만, 요즘은 위암과 마찬가지로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사례가 많아 결과도 좋아졌다.“대장암은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의심이 쉽지 않아요. 항문 바로 위에 직장이 있습니다. 암이 커지면 살이 썩으면서 피가 납니다. 그런데 피가 미량으로 나오기 때문에 환자가 암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내시경을 통해 초기 발견 사례가 많아졌어요.”검사하면서 떼어낸 용종은 조직검사를 하는데 그 중 암이 되는 선종도 있다. 문제를 미리 제거하여 대장암 예방 효과도 보는 셈. 때문에 암 예방을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환자와 의사진료를 하다 보면 안타까운 환자를 많이 만난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자가 그런 경우다. 장에염증이 생겨 화장실을 하루에 수십 번 들락거리며 묽은 변이나 설사 증상이 나타나 일상에 큰 불편을 겪는 질환이지만, 암처럼 수술로 치료할 수 없어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한다.“증상이 나타나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탈이 났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거죠. 복통도 심해지고, 변에서 피가 보이고, 장으로 영양 흡수가 안 돼서 살이 쪽 빠지면 그제야 병원을 찾아요. 밖에서 화장실을 잘 못 가는 사람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닐 정도로 생활이 불편하고, 간혹 장에 구멍이 생기는 장천공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어 증상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염증성 장 질환은 이른 나이인 10대 후반에 발병하기도 한다. 평생 약으로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다 보니 오랜 기간 진료하는 환자들이 많다. 산부인과에서 협진 요청으로 만난 궤양성 대장염 환자도 벌써 10년 넘게 진료하고 있다.“출산 직후 소화기내과로 옮겨와 한 달간 입원해 위궤양 수술과 장을 치료한 환자예요. 20대 초반부터 증상이 나타났다는 이 환자는 처음 만났을 때 염증으로 항문이 좁아져 내시경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어요. 매일 아기가 보고 싶다고 퇴원시켜 달라며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요즘도 석 달에 한 번씩 환자를 만나는데 아주 씩씩한 엄마가 되었어요. 초등학생 아이가 말을 너무 안 들어서 원수 같다나요. 하하.”10대 어린 학생으로 만났던 환자가 늠름한 청년이 되어 인생을 함께 나눌 동반자를 만나 결혼한 경우도 생겼다. 그렇게 환자들이 불편함 없이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고 또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일궈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신성재 교수. 환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다 보니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깊은 애착을 느낀다.“환자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재진할 때 10초 안에 환자 상태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죠.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재진 환자의 상태를 바로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러면 환자가 서운함을 느끼거든요. 미리 진료할 환자의 파일을 살피고, 진료실에 들어오면 10초 안에 낯빛과 눈빛을 빠르게 살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어요.” 마음으로 보듬고, 공감하는 의사 되고파신성재 교수는 TV 방송이나 라디오를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도 건강을 전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검사하고 파악해 전달하는 맞춤형 질병 정보가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건강 이야기. 조금은 낯설고,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다.“방송은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에요. 하지만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질병이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외래 볼 때 밖에서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 보니 더 많이 설명하지 못해 죄송스러울 때가 있거든요.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그는 방송에서 위장관 건강 비결 중 하나로 주저 없이 ‘스트레스 관리’를 꼽는다.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장 건강 악화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도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복통을 호소하는데 내시경 검사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환자는 밥맛도 없고,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고 대신 가슴에 뭔가 걸린 것 같다며 답답해하죠. 이런 경우 마음이 불편해서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어요. 위장관은 신장이나 간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장기입니다. 때문에 외적인 스트레스 같은 요소도 장운동에 영향을 끼치거든요.”장이 예민해지는 과민성 장 질환도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마음의 병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신성재 교수는 이런 환자들의 마음까지 돌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불교 금강경에 나오는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삽니다. ‘어느 곳에도 마음을 머무르지 않게 하여 마음을 일으키라’는 뜻이에요. 진료를 보면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다양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저 역시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어요. 이런 마음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머무르지 말고 다시 비우려고 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환자들의 입장에서 더 이해하려고 해요. 이런 제 소신을 지키면서 살고 싶습니다.”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신성재 교수. 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지켜가야 할 일, 그것이 바로 ‘나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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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규 교수, 환자의 남은 삶의 질을 고민한다

      이른 아침 환자들이 건강하기를, 수술이 무사히 잘 진행되기를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한 땀 한 땀 수술 부위를 봉합해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 환자가 병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조력자로서 그 역할을 매일 성실히 감당한다는 김형규 교수. 환자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채우는 따뜻한 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픈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다김형규 교수에게는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이 하나 있다. 다리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강아지를 치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당시 수의사였던 아버지는 강아지의 굽은 다리에 나무젓가락을 부목 삼아 대주셨다. 몇 개월 동안 말라비틀어진 다리로 절뚝거리던 강아지는 어느새 큰 불편 없이 다리를 잘 사용하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생명을 치료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어린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병든 생명을 도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된 것이. 대학에 진학할 때에도 생명에 도움을 주는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생명을 돌보는 일에 마음이 더 가더군요. 아버지처럼 수의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당신을 뛰어넘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기를 바라셨죠. 그래서 다시 공부해 의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김형규 교수는 갑상선암을 비롯한 내분비 관련 질환과 두경부 질환을 담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갑상선암 환자를 주로 치료한다.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여성 발병 암 1위이지만, 조기 발견율이 높아 5년 상대생존율은 100.3%, 10년 상대생존율은 99.9%에 달할 정도로 예후가 좋다. 그렇다 보니 치료만 받으면 쉽게 낫는 병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아무리 흔하고 예후가 좋아도 환자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어요. 주변 사람들이 별것 아니라는 반응까지 보이니 갑상선암 환자들의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마음을 다해 위로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갑상선포럼카페에 게시된 환자들 글을 보면 마음으로 다가가는 김 교수의 진료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천사를 만난 것 같다. 안정감 있게 위로하고 진찰해줘 감사하다”, “친절하고 세심하게 살펴주셔서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교수님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설명에 마음을 놓았다” 등 환자들의 칭찬을 전하니, 김 교수는 몸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의사의 도리를 다했을 뿐이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삶의 질까지 고려한 최적의 치료최근 갑상선암 치료는 치료 효과의 극대화뿐 아니라 치료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형규 교수는 ‘갑상선암 치료는 의사가 환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환자라도 지나치게 적은 부위 또는 필요 이상의 부위를 수술하거나, 추가 치료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교수는 환자 나이, 직업, 진단 질병의 상태, 다른 질병 동반 여부 그리고 남은 삶과 활동 정도 등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꼼꼼히 고려하고, 그 환자가 수술 후 최상의 삶의 질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재발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 전부를 제거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큰 변화다.“갑상선암은 조기 발견이 많아 대부분의 환자가 치료 후에도 오랜 시간 삶을 유지하기 때문에 치료법 선택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환자가 오페라 가수라면 고음 관련 신경은 환자의 목숨과도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 고음 관련 신경을 반드시 살리는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예후가 나쁜 다른 암을 동반하는 70대 고령의 어르신이라면 갑상선암을 즉시 수술하기보다는 경과를 관찰하며 관리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그래서 김 교수는 환자의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남은 삶의 질을 고려해 수술과 치료의 득과 실을 따진다. 환자와 충분히 의논해 최적의 치료를 결정하고, 그럴 때 바로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의사로서 김형규 교수가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환자를 외래에서 만나 함께 기뻐하고 감사하는 순간이다. 특히 어렵거나 후유증이 예상되는 수술이라는 고비를 함께 잘 이겨낸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갑상선암 재발로 세 차례나 수술했던 환자도 그런 경우였다. 30대 후반 여성으로 암이 목소리 신경을 침습해 미세 가위로 겨우 신경을 살려낸 환자였다. 하지만 예후가 좋다는 유두암임에도 불구하고 이후 측경부에 암이 재발했고, 또 처음 수술 부위에서 다시 종양이 커져 수술을 세 번 했다.“처음에도 그랬지만 세 번째 수술 때에는 목소리 신경까지 암이 퍼져 목소리 변화가 불가피했습니다. 젊은 환자이기에 목소리를 꼭 살리고 싶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양을 조심스럽게 제거했지만 신경 모니터링에 신호가 없었습니다. 예상하던 결과였지만 마음이 무거웠는데, 수술 후 극적으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기뻤던 순간입니다.”세 번이라는 힘든 치료 과정 동안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그를 믿고 따라준 환자와 그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김형규 교수. 그 감사한 경험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만든 결과가 아니었을까. 최상의 진료에 최선을 다하다김형규 교수는 지난 3월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후지모토 최우수연구상을 수상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20개국 300명의 내분비외과 전문의가 참석하는 학술대회로, 후지모토 최우수연구상은 갑상선내분비외과 의사에게 최고 영예의 상이다.“BRAF 유전자 변이가 없는 갑상선암에서 나쁜 예후를 갖는 환자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예측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연구였습니다. 미국 연수 중 암유전자 아틀라스를 기반으로 연구하는 것을 배우신 이비인후과 선생님을 학회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논문을 진행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비용이나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지칠 때가 많은데, 이런 큰 상을 받아 큰 격려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도전하고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하여 궁극적으로 갑상선암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현대 의학은 뛰어난 영웅 한 사람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김형규 교수. 그는 아주대학교병원 각 분야의 전문성이 더욱 발전하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지역사회 환자들이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기를 꿈꾼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안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김형규 교수가 있다.     Q 갑상선암은 착한 암일까?A 국내 환자의 95% 이상에서 진단되는 유두암이나 여포암은 예후가 좋다. 진단방법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되다 보니 수술 범위도 최소화되고 경과도 좋다. 합병증 없이 완치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나 미분화암과 역형성암과 같은 일부 갑상선암은 진단 후 3~6개월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Q 갑상선암의 후유증은 무엇인가?A 드물지만 목소리 변형이 대표적이다. 갑상선은 성대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과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하는 신경이 있는 부위다. 암이 신경을 침범하거나 수술 시 발생한 열로 인해 신경이 손상되면 쉰 소리와 같은 목소리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로 갑상선 전절제술 후 부갑상선 기능저하로 발생하는 저칼슘혈증이 있다. 이는 손 저림 등의 불편함을 야기한다. 이 외에도 목 부위 유착감과 수술 부위 상처 등을 가벼운 후유증으로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가슴, 겨드랑이, 구강 등 잘 드러나지 않는 부위를 통한 로봇수술 방법을 사용한다. 암이 많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이 가능하지만 아직은 비용 부담이 크다. Q 5년이 지나면 완치인가?A 갑상선암은 수술 후 5년간 상태가 좋더라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20~30년을 두고 보면 갑상선암 환자의 20~30%가 재발하기 때문이다. 재수술 시에는 유착 정도가 심해져 목소리 신경이나 주변 구조물을 살릴 수 없을 수도 있고, 치료가 훨씬 더 어려워지므로 처음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치료 이후에도 재발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 Q 천천히 치료받아도 될까?A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린 암이지만 자의로 치료를 늦추면 위험하다. 과잉치료 논란 이후 환자가 자의로 암 상태를 지켜보다가 측경부까지 전이되어 수술한 경우가 몇 차례 있다. 갑상선암을 방치하면 암이 커져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를 일으킨다. 일부 유두암이나 여포암 환자의 경우 전이 속도가 빠른 역형성 암으로 발전한 예도 있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으면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와 상의해 정확한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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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 두 번째 폐 이식 성공

      지난 4월 아주대학교병원은 첫 번째 폐 이식 수술 성공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번째 폐 이식 수술 성공 소식이 전해졌다.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생명을 살린 값진 성과였다. 폐 이식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흉부외과 함석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6월 두 번째 폐 이식 수술을 성공했습니다. 당시 환자는 어떤 상태였나요?특별한 이유 없이 폐 조직이 굳으면서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 일으키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앓던 60대 환자였습니다. 폐렴을 앓은 후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져서 이식이 필요해진 상태였고, 건강한 폐를 기다리며 한 달 동안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3~4일 내로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수술을 포기해야 하고,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절박한 상황이었죠. 다행히 더 늦지 않게 건강한 폐를 기증받아 무사히 수술했습니다.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진 폐 이식 수술을 연달아 성공했습니다. 수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수술 자체보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 무사히 퇴원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폐 이식 수술은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감염과 거부 반응을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환자는 말라버린 근육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시킬 때까지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같은 병을 앓았던 첫 번째 환자가 수술 후 2주 만에 퇴원한 것에 비하면 시간이 오래 걸렸지요. 내내 마음 졸이며 꼼꼼히 환자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폐 이식 수술에서는 수술 전 환자 상태가 중요하다는 말씀인 듯합니다.수술 전 환자 상태는 폐 이식 수술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수술 전 산소호흡기를 달고 지내더라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라면 수술 결과가 좋습니다. 그 때문에 특발성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이식이 필요할 때 빠르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흉부외과 의사에게 이식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이 이식 대상자인지 미리 검사 받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이식 대기자로 등록해두어야 제때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떤 환자에게 폐 이식 수술이 필요한가요?내과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말기 폐질환 환자가 대상입니다. 폐섬유증 환자가 제일 많고, 기관지 확장증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폐 이식 대상자입니다. 다만 폐암이나 최근 암을 앓은 환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환자 생존율은 외국의 경우 1년 생존율이 90%, 5년 생존율이 60%대입니다. 우리나라 생존율은 이보다 조금 낮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폐 이식 수술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폐 이식 수술에 대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초창기 수술 성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흉부외과와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분야의 협진이 필요해 소규모 병원에서는 시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아주대학교병원을 포함한 9개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폐 이식 수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나요?앞으로 생체 폐 이식 수술이 합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살아 있는 부모의 폐 일부를 자녀에게 기증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현재는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폐를 이식하는데, 기증자의 폐가 손상된 경우가 많아 폐의 10% 정도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체 폐 이식과 더불어 사체 폐 이식이 가능해진다면, 건강한 폐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는 환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폐 이식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성과는 무엇인가요?현재 체외 폐순환 장치에 대해 연구 중입니다. 구득한 폐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장치를 이용해 건강한 폐로 만들어 실제 이식에 적합한지를 보는 연구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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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내과 황재철 교수 <인생을 바꾸는 건강 참스승>

      좋은 스승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바른길로 이끌어준다. 어린 시절 황재철 교수도 그런 참스승을 만났다. 그리고 그 역시 애정 어린 진찰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스승이 되어 지금 이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환자들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생을 바꾼 운명의 한 달“인터뷰 질문들을 보고 곰곰이 생각하며 답변을 정리해봤습니다. 덕분에 저 자신을 돌아볼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소화기내과 황재철 교수. 그는 읽기 편한 글자 크기로 답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전해주었다. 인터뷰를 위해 성실하게 준비한 모습에서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병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한다는 그의 평소 진료 모습이 엿보이는 듯했다.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황재철 교수. 하지만 고등학생 때만 해도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수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내내 공대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성향을 눈여겨본 담임선생님이 대학 입학 원서를 쓸 시기가 되자 의대 진학을 권유했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이었을까. 국어 선생님이었던 담임선생님 역시 경북대 의대에 진학한 경험이 있던 터였다.“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갈등이 많았습니다. 손재주는 좋았지만 비위가 약해서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어요. 부모님은 판단을 오롯이 제 몫으로 남겨두셨죠.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사람은 다 적응하기 나름이란다. 내가 지켜봐 온 너에겐 충분히 자질이 있어. 분명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응원해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결정한 의대생의 길. 그러나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배울 것이 많은 하루하루가 흥미롭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인턴을 마치고 내과 전공의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에는 막상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임상실습을 통해 해당 분야 의사로서 필요한 자신의 자질과 흥미를 빠르게 파악해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소화기내과다.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내과 분야 중에서도 특히 내시경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내시경을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는 소화기내과는 당연한 선택, 아니 운명이었을 터다. 어렵지만 가치 있는 도전소화기내과는 체내에 들어온 음식의 소화부터 영양소 흡수, 저장, 생체 활성 물질의 합성과 해독, 배설 등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소화기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치료하는 분야다. 크게 위장관 분야, 간 분야 그리고 황재철 교수가 전문으로 하는 췌담도 분야로 나뉜다. 췌담도 분야는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인 췌장(이자)과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모든 경로를 아우르는 담낭(쓸개), 담도(담관)를 다룬다. 관련 질환으로는 결석이나 종양으로 인해 담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급성 담관염을 비롯해 담낭용종, 담낭결석, 담낭염, 담관결석, 담도암, 급성이나 만성 췌장염, 췌장낭종, 췌장암 등이 있다.“해부학적으로 췌담도는 몸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췌장은 복막 뒤 공간에 있으며, 담관은 상당히 가늘기 때문에 진단이나 시술의 난이도가 높고 어려운 분야로 꼽힙니다. 그래서 더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성공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이 있으니까요.”황 교수가 담당하는 환자는 대부분 65세 이상의 어르신이 많은 편이다. 10년 전보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이 필요한 80세 이상 췌담도질환자가 많이 늘었고, 최근에는 90세 이상 환자들도 생기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동반 질환이 늘어나는데, 고령 환자는 진정내시경 관련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이유로 황재철 교수는 환자를 진료할 때 더 내밀히 관찰해 진료하고, 내시경 시술의 적응증이 되는지부터 자세히 검토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영상의학과와 췌담도외과의 협의 진료와 같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서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힘쓴다. 또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입장에서 병을 명확하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가족들이 병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중증 환자의 비율이 높고 환자 치료를 위해 시행하는 시술이 많을수록 환자 및 보호자와의 소통은 더욱 중요하지요. 그래야 치료에 대해 믿고 잘 따라오실 수 있습니다. 또 질환의 특성상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환자와 가족들이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빠른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살린 값진 시간들황재철 교수의 입원환자는 대부분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위급한 환자인 경우가 많다. 괴사성 췌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왔던 40대 환자도 그런 경우였다. 괴사성 췌장염은 췌장의 심한 염증으로 인해 췌장 조직의 일부가 죽거나 죽어가는 상태로 사망률이 25%에 이를 만큼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괴사성 췌장염은 몸 속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둔해지는 다장기 부전이 발생하기도 하며, 이때에는 사망률이 50%까지 높아진다. 당시 환자의 상황은 분초를 다투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급성 호흡부전으로 기도삽관과 기계적 인공호흡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쇼크와 급성 신부전, 대사성 산증의 소견을 보여 지속적 신대체요법을 시행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치료 중 열이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다.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괴사성 췌장염과 관련된 복강 내 감염이 의심되는 체액저류 소견이 나왔고, 이에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했다.“영양 공급을 위해 내시경적 영양보급관을 삽입하고, 적절한 칼로리의 영양을 공급하며 보존적 치료를 지속했습니다. 감사하게도 6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전실하여 3개월간 치료하고 무사히 퇴원하실 수 있었습니다.” 수척한 상태로 퇴원했던 환자는 이제 살도 제법 붙었고 외래진료 시 서로 농담도 주고받을 만큼 건강해졌다.때로는 철저하게 준비해도 예기치 못한 문제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담당 의사가 얼마나 숙련되고 풍부한 경험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총담관 결석에 의한 급성 담관염과 그로 인한 패혈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20대 중반 여성 환자가 그랬다. 말기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고 있던 환자로, 담관과 십이지장이 만나는 유두부를 내시경을 이용하여 절개 또는 확장하여 결석을 제거하는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이 필요했다. 투석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우에는 유두부 절개 시 출혈이 잘 생기고 지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출혈에 의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하면 혈액투석 후에 내시경적 시술을 시행한다. 또한 시술 중에 유두부 절개보다는 풍선도관을 이용한 유두부 확장을 시행하여 담관 결석을 제거한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은 통상적으로 시행되는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나 대장 내시경 검사와 비교하여 시술 시간이 더 길고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진정을 유도하면서 진행하는 진정내시경으로 진행된다.철저하게 준비하고 들어간 시술이었으나 내시경 시술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변수가 발생했다. 진정을 유도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환자가 진정된 후에 내시경 시술을 진행하였으나 환자가 몸부림치며 호흡마저 불안해지는 소견을 보였다. 환자의 몸부림을 억제하기 위해 진정제를 더 투여해볼 수도 있었으나, 그로 인해 호흡 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기에 일단 시술은 중단해야만 했다.“담관결석이 제거되지 않으면 담관염에 의한 패혈증이 해결되지 않아 쇼크로 진행되고, 그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전신마취하에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을 시행하여 합병증 없이 담관결석을 제거하고 담관배액술을 무사히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췌장암 조기진단이라는 새로운 꿈그동안 수많은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췌담도질환의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내시경적 시술 관련 연구를 여러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연구도 꾸준히 진행해온 황재철 교수.황 교수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췌담도학회 학술위원으로서 우리나라에 맞는 총담관결석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당시 진료 가이드라인은 위장관질환과 간질환 일부에만 있었고, 췌담도질환에 대해서는 전무했던 것.학회는 췌담도질환 가운데 국내에서 비교적 흔한 급성 췌장염과 총담관결석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추진해 국내 췌담도 질환의 진료와 치료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총담관결석 중에서도 ‘난치성, 재발성 총담관결석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근거 연구 자료가 많지 않아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진료지침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외국 것을 그대로 도입하면 국가마다 의료 문화와 제도에 차이가 있다 보니 국내에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우리에게 맞는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검사방법과 치료법이 개발되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현실에 맞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황 교수는 앞으로도 췌담도질환에 대한 내시경적 시술의 합병증을 줄이고 시술 성공률을 높일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물론, 췌장암의 조기 진단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그동안 유방암이나 대장암, 폐암은 암 예방 계획과 표적 치료법의 진보 덕분에 실질적인 생존율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췌장암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상황입니다. 아직 췌장암에 대한 효과적인 선별검사가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점이 그 원인 중 하나입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도전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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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 뛰는 삶을 사는 의사, 순환기내과 양형모 교수

      심장이 1분만 멈춰도 사람은 죽는다. 그래서 심장을 다루는 일은 분초를 다툴 수밖에 없다. 막혔던 혈관이 뚫리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는 순간. 그 찰나의 희열은 양형모 교수를 순환기내과로 이끌었다. 관상동맥질환 전문의로 환자와 함께 걸어온 지 12년. 양형모 교수는 자신에게 생명을 맡긴 환자를 대하는 순간, 여전히 심장이 뛴다.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우리 몸 속 혈관의 길이는 약 10만km, 무려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혈관을 통해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심장이다. 신체 구석구석 혈액을 보내기 위해 우리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의 박동을 만들어낸다.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 심장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려면 심장 역시 혈액이 필요하다. 심장이 건강하게 뛸 수 있도록 혈액을 공급해주는 혈관이 관상동맥인데, 이 혈관에 발생하는 질환을 포괄적으로 관상동맥질환이라고 부른다.“그러니까 관상동맥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거죠. 그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이 멈추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정확히 진단하고 막는 일이 바로 제가 하는 일입니다.”양형모 교수는 순환기내과에서도 관상동맥 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한다. 내과 의사임에도 수술복을 입는 일이 일상이다. 한 달 동안 실시하는 스텐트 시술(특수 합금으로 만든 그물망인 스텐트로, 협심증 및 심근 경색증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을 넓히는 시술)만해도 평균 20여 건. 그 중에는 분초를 다루는 급성심근경색환자도 적지 않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5분 대기조의 삶을 고집하는 이유다.“급성심근경색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막힌 혈관을 뚫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생사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골든타임은 증상 발현 후 2시간, 그 안에 병원으로 도착해 혈관을 뚫어야 합니다. 그래서 잠들 때도 핸드폰을 멀리 두지 못해요. 어느 상황에서도 절대 전화를 못 끄고요. 충전 상태를 늘 확인하는 것도 습관이죠.”365일 24시간 계속되는 긴장감. 응급 전화가 오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은 또 다른 습관을 만들었다. “나의 1분 1초가 환자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데, 어떻게 타협을 할 수 있겠어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심장이 뛰는 일을 만나다다양한 과를 돌며 경험을 쌓았던 레지던트 시절, 양형모 교수의 심장을 뛰게 한 건 순환기내과였다. 사실 양형모 교수는 생사를 다루는 외과 의사가 아닌 건강한 삶을 유지해주는 내과 의사에 더 마음이 끌렸다.“내과 의사를 꿈꾸며 의대에 진학했는데, 의대 및 인턴 생활을 거치면서 외과에도 마음이 많이 기울더라고요. 내과이면서도 시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환기내과를 택하게 됐죠. 두려움도 있었어요.”양형모 교수가 레지던트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심장혈관 중재시술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직경 3mm의 가는 혈관을 뚫는 정밀한 시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의사의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기에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형모 교수는 순환기내과, 그 중에서도 심장혈관 중재시술을 전공으로 선택했다.“심장 혈관이 막혀 실려 온 환자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는 걸 봤어요. 그걸 해내는 교수님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심장이 뛰더라고요.”그로부터 15년, 후배들에게 관상동맥 전문의를 꿈꾸게 하는 선배이자, 환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받는 의사로 성장한 양형모 교수. 그는 여전히 환자의 심장이 건강히 뛰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질병이 아닌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짧은 진료 시간이 죄송하고 아쉬울 때도 많다는 양형모 교수. 그럴 때면 공중보건의 시절을 떠올린다. 지금도 5일장이 서는 양평의 시골 병원에서 근무했던 시간은 ‘질병이 아닌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대해 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시골 병원에는 어르신들이 주로 오세요. 필요한 의료 시설들이 많지 않다 보니 진료에도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가시라 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환자들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그 배움을 지켜가기 위해 환자 한 명 한 명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마냥 녹록치만은 않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초심을 지켜가려 노력 중이다.“항상 진료 시간보다 30분 먼저 가요. 환자분들은 늘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시거든요. 적어도 30분은 먼저 시작했으니, 진료가 길어지더라도 뒤에 분이 기다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환자 분들한테 꼭 질문할 것이 있으면 적어오라고 해요. 진료실에 들어오면 꼭 해야 할 질문이나 얘기를 못 하고 그냥 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최소한 환자와 제가 마주한 시간만큼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뛰는 심장심장혈관 중재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양형모 교수가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더 나은 치료법을 위한 연구에 힘을 쏟는 이유다. 2014년에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혈관센터로 연수를 떠났다. 관상동맥 혈류 역학의 선두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곳에서 더 많은 경험과 배움을 쌓고 싶어서다.“연수 기간 동안 ‘혈관 내 압력측정 검사’를 심장이식 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처음으로 시행했습니다. 협심증, 심근경색에 사용했던 검사를 심장이식 환자에 처음으로 적용한 거죠. 국내에는 심장이식수술이 드물지만, 앞으로 심장이식이 좀 더 발전하게 되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세계적인 심혈관센터에서 거둔 의미 있는 연구 결과. 양형모 교수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시절부터 최고의 스승이 되어준 탁승제 병원장을 비롯한 선배 교수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탁승제 병원장님은 혈관 내 압력측정 검사의 선구자세요. 관상동맥 협착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평가하는(얼마나 막혔는지를 검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혈관내 초음파 검사와 혈관내 압력 측정 검사.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더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병원이 많지 않았어요.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일 때, 우리 병원은 두 방법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이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수준을 갖게 된 거죠.”정확한 진단을 통해 시술의 성공률은 높아졌고, 불필요한 시술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시술 이후의 합병증 가능성과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함께 줄어들었다. 이는 1994년 병원 개원과 함께 심도자실을 2개나 마련하는 등, 심장혈관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연구를 지속해 온 결과다. 여기에 의료진들의 열정과 노력, 실력이 더해져 아주대학교병원 심도자실은 2016년 6월 5만 명을 돌파, 6만 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제가 인턴을 하던 당시에는 경기도에 심도자실이 있는 곳은 우리 병원이 유일했어요. 덕분에 학생 때부터 자연스레 다양한 진료 과정들을 접할 수 있었고요. 학생일 때 부족함 없는 배움터였던 아주대학교병원은 지금도 최고의 배움터입니다. 얼마 전에는 ‘저걸 어떻게 뚫지’ 싶은 환자가 왔는데, 혈관 어디가 막혔는지가 도무지 안 보였어요. 그런데 탁승제 병원장님께서 그걸 정확히 뚫으시더라고요. 최고의 위치에서도 여전히 배우고 훈련하셨음에 대한 반증이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아직 멀었구나 느꼈어요.”365일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활, 의사의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부담감. 그럼에도 양형모 교수는 순환기내과 심장혈관 전문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막혔던 혈관을 뚫고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는 그 순간, 양형모 교수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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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당뇨병연맹 회장 취임 의료계의 반기문, 조남한 교수를 만나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남한 교수가 동양인 최초로 세계당뇨병연맹 총회장으로 취임했다. 170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세계당뇨병연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것. 한 층 무거워진 어깨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조남한 교수. 그의 시선은 여전히 단 한 명의 환자를 향하고 있다. 세계당뇨병연맹 최초의 동양인 회장2015년 12월 2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당뇨병연맹(IDF) 정기총회. 170개 회원국을 대표해 연맹을 이끌 차기 회장이 선출됐다. 호명된 이는 대한민국의 조남한 교수, 1950년 연맹이 설립된 이후 최초로 동양인 회장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영광이죠. 기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순간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책임감과 사명감이었습니다. 세계당뇨병연맹은 당뇨병의 현황과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정치, 종교, 이념을 넘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유일한 단체이기 때문이죠. 저의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가 가져올 영향력을 생각하니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당선 후 차기 회장으로 활동한 2년여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 조남한 교수가 얼마나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 달에 방문하는 회원국만 해도 평균 4~5개국. 의료 현장을 방문하고 당뇨병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강연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의 만남 등 정해진 일정을 소화한 후에는 잠깐의 휴식도 없이 다음 국가로 이동해야 한다. 동시에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서 꾸준히 후학을 양성하는 일, 안성유전체연구소를 통해 지역사회 코호트를 구축·운영하는 일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시간을 쪼개서 사용한다’는 말이 아니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정이다.“개인의 성취라 생각한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습니다. 세계당뇨병연맹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인 거죠. 실제로 우리나라의 당뇨병 관련 수준은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납니다. 앞선 선배님들과 함께 걸어가는 동료, 후배들이 함께 만든 성과라고 생각하기에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회장에 선출된 만큼, 제가 걸어가는 길이 후배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1분 1초를 허투루 사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날까지조남한 교수는 2018년부터 2년 동안, 세계당뇨병연맹 총회장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차기 회장으로 활동했던 지난 2년보다 더 촘촘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170개 회원국을 모두 방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 조남한 교수의 기준은 명확하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아닌, 도움이 절실한 나라를 우선적으로 방문하는 것. 기준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지켜지고 있다. 임기가 시작된 후 시리아 난민촌,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 등 당뇨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나라들부터 방문하기 시작했다.“현재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 25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후진국의 경우 진단 자체를 못 받는 비율이 70%를 넘으니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겠죠. 후진국에서는 자신이 당뇨병에 걸린지도 모른 채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다수에요. 이 모든 것이 당뇨병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조남한 교수는 “당뇨병은 모든 질병의 어머니”라고 강조했다. 비전염성 질병으로 사망에 이르는 숫자가 1년에 1000만 명인데, 그 중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500만 명이라는 것.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고령화로 인해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조남한 교수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있다.“3차 세계대전은 벌써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2초마다 당뇨병 환자가 발생하고, 6초마다 한 명이 그로 인해 사망하고 있죠. 어떤 전쟁이 매년 5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할까요? 세계당뇨병연맹 회장의 자리가 갖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그 영향력을 선하게 사용해 당뇨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물론 제 임기 동안 이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겠죠. 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단단한 디딤돌을 놓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남한 교수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3월 24일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제 40회 UN과 함께 하는 라이온스의 날’ 행사에 참석, 세계당뇨병연맹과 국제라이온스협회 간의 MOU 체결을 이끌어냈다. UN 연설을 통해 당뇨의 심각성을 알리고 ‘Serving size(한 끼 분의 식사에 나오는 양)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제라이온스협회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역동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향후 당뇨병과의 전쟁에 큰 지원군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조남한 교수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2019년에는 전 세계 당뇨병 분야 전문가 1만 명 이상이 참석하는 세계당뇨병연맹 총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조남한 교수. ‘의료계의 반기문’이라 불리는 그의 진짜 바람은 소박하다. “2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만나게 될 많은 환자들. 그 중 한 명에게라도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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