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만남, 궁금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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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보는 눈, 더 밝고 건강하게 인도하다, 안과 정승아 교수

     ‘명의’라는 단어가 흔해진 세상이지만 어떤 환자들에게 의사는 명의를 넘은 구원자이자 신과 같은 대상이다. 하물며 그 존재가 내 아이의 삶을 바꿔놓은 의사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명문으로 꼽히는 아주대학교병원 안과에서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매순간 헌신하는 정승아 교수. 그는 그래서 궁금했던,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다. 소중한 눈을 선택하다아이의 손을 꽉 잡고 혹은 아기를 품에 꼭 안은 채 불안한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서는 보호자들은 대개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정승아 교수를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보호자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좋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정승아 교수의 다정다감함에 큰 위로와 희망을 품고 돌아간다. 소아안과 질환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모인 카페나 모임에 정승아 교수의 이름이 수시로 언급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국내 최초로 아주대학교병원이 만든 사경센터에서 재활의학과 임신영 교수와 함께 사경의 진단 및 치료와 관련된 ‘사시’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정승아 교수. 푸근한 온기를 품고 있는 목소리와 차분한 말투까지 마주한 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정 교수는 학창시절부터 의사를 꿈꾼 소녀였다.“중학교 2학년 때 <신식의사, 산촌에 오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었던 제게 의료 선교사 부부가 네팔에서 겪은 선교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나도 의사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여기에 하나 더, 딸만 둘이었던 아버지는 딸들에게 “직장을 갖고 제대로 일을 하려면 전문직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해주셨다.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아버지의 충고는 소녀에게 깊이 각인됐고 결국 공부를 좋아하고, 잘했던 정승아 교수는 의대 진학을 결심했다. 자신의 꿈도, 아버지의 소망도 모두 이룬 셈이었다. 수많은 과중에서 안과를 택한 건 정 교수의 타고난 성정과도 관련이 있었다. 인턴을 하면서 다급하게 생사가 오고가는 상황을 수시로 마주친 정승아 교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심한 마음의 부침을 겪었고 결국 직접적으로 목숨을 다루지는 않지만 생명처럼 소중한 ‘눈’을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눈이 좋았어요.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을 다루는 안과가 정말 중요한 과라고 생각했거든요.” 정승아 교수가 아직도 소녀 같은 말간 미소를 지었다.   어린이 안과 질환, 제게 맡겨주세요정승아 교수가 다루는 분야는 사시, 소아안과와 신경안과 분야이다. 안과 내부에서는 신경과와 접목되어 있어서 좀 더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정 교수는 “공부를 좋아하고, 아기를 예뻐하는 제게는 딱맞는 분야”라며 빙긋 웃는다.사실 환자나 보호자들은 눈과 관련된 질병에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자식인 경우에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의사 입장에서는 아픈 아이 하나가 아니라 부모의 마음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승아 교수는 단시간에 끝나지 않는 치료에 대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감사와 행복함을 훨씬 크게 끌어안고 가는 인물이다.“제 환자의 경우 대상이 아이들인데요. 특히 사시 환아들의 경우에는 끝까지 안고 가야 하는 망막 등의 만성질환과 달리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저절로 좋아지는 부분도 있는데요. 이렇게 성장기 아이들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정말 큽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니까 참 행복해요. 또 아이 진료와 함께 부모의 관심까지 관리해야 하니 힘들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연령대인 보호자들과 병의 원인이나 치료계획,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정승아 교수는 태산 같은 근심걱정을 안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사시도, 약시도 대부분의 경우 고칠 수 있다고 확신을 주는 의사다. 사시는 물론이고, 한쪽 눈이 선명한 상을 경험한 적이 없어 발달이 지연되는 약시의 경우 가림치료를 하거나 사시를 고쳐 선명한 자극으로 줌으로써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보호자들을 안심시킨다. 아이와 부모의 협조가 중요한 안과 치료의 특성을 고려해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치료방법과 기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면서 삶의 질을 위해 반드시 고쳐야 함을 강조하며 아이와 보호자, 의사 셋이 함께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또한, 약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감추지 않았다.“약시의 경우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해요. 반드시 어릴 때,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정상시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소아안과에서 하는 주요 진료 중 하나가 약시를 치료하는 건데,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관심을 갖고 영유아 시절부터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와서 확인을 하셔야 합니다. 검사가 아프거나 어렵지 않고, 모든 경우에 MRI를 찍는 것은 아니니까 망설이지 말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생후 6개월만 지나도 눈 위치는 검사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나 공부하는 의사가 될 터정승아 교수는 수많은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와 논문을 통해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제109회 대한안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포스터상을 수상했고, 2016년 11월에는 대한안과학회 제116회 학술대회에서 태준 안과 논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한 논문의 제목은 ‘한 눈 약시 환아에서 원거리 시력과 근거리 시력의 호전속도 비교’다. 이 연구 결과 한 눈에 약시가 있는 환아는 초기 근거리 시력이 원거리 시력보다 좋은 경우가 많았지만 시력이 호전되는 속도는 원거리 시력이 더 빠른 것을 밝혀냈다. 또한 초기 근거리 시력이 좋을수록 원거리 시력이 더 빠르게 호전되는 결과를 세상에 알렸다. 포스터상을 받은 논문은 ‘두개골 조기유합증으로 신경외과수술을 받은 환아들의 안과적 특징’으로 신경외과 수술이 필요했던 두개골 조기유합증 환아에서 동반된 안과적 특징을 고찰해 연구한 결과, 수술적 교정이 필요한 정도의 두개골 조기유합증 환아에게서 사시나 원시성 굴절이상이 빈번이 동반되므로 안과적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해냈다.“최근에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한 분야는 간헐외사시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시 중 가장 많은 사시로 3D나 VR을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책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증상을 보이는데 현재 이를 명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틀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정 검사방법을 개발하면서 치료 효과도 확인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현재 개발하고 있습니다.”정승아 교수는 인터뷰 내내 소아안과적 질환은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함을 거듭 이야기하며, 치료를 잘 따르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다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이들이 햇빛을 받으며 바깥놀이를 많이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실내조명은 밝게 하고 독서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합니다. 미디어는 30~40분 보면 반드시 멈춰서 휴식을 갖게 해주세요. 시신경은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쓰는 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일을 많이 먹고 식사도 골고루 해야 합니다.”여기에 하나 더, 치료 방법으로 안경을 쓰게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안경을 쓰면 얼굴이 변할까봐 우려하는 보호자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시기에 맞춰 치료하는 게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 안경을 써서 잃는 건 극히 적고 제 때 안경을 써서 얻는 게 훨씬 많다니 환자와 보호자들이 특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다.“의사로서 목표요? 제게 오는 꼬마 손님들이 언제나 최고의 진료를 받고 가는 겁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늘 공부하고 논문을 읽으면서 연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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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 언제나 오늘이 나의 마지막 수술이라는 각오로 달린다

     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태반의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큰 병원에서도 쌍꺼풀 수술을 하나?”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대상일 수 있다.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는 성형을 오직 미용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이해보다는 오해와 편견을 더 많이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국내 성형외과 재건 분야에서 미세수술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인물. 자신의 의학적 신념으로 환자를 보호하고 그 삶을 지켜내기 위해 혼신을 힘을 다하는 진정성 가득한 그를 만나보았다.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만난 성형외과 성형외과 이일재 교수와의 대화는 참으로 무덤덤하게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에도 극적인 배경 따위는 없었다. “수술로 환자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좋아서 수술하는 과를 선택했는데 이왕이면 수술을 할 때마다 뭔가 다 조금씩 달라보였던 성형외과가 좋아보였다”가 그가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였으니 말이다. ‘미용’이 아닌 ‘재건’ 분야로 진로를 정한 건 그나마 그래도 상당히 명확한 이유에서였다. “성형외과 출신 새내기 의사들은 군대를 군의관으로 안가고 공보의로 갑니다. 저도 지방에 300병상을 갖추고 있는 꽤 큰 병원에서 3년 정도를 복무를 했었는데 그 병원의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대부분 미용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젊었던 이일재 교수는 그 시간을 처음에는 재미있어 하기도 했지만 금세 지루함을 느꼈다. 그리고 외상이나 재건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공의 시절 재건 수술을 접했을 때 자신과는 먼 이야기이라고 느꼈지만 멋진 분야라고 동경했던 것이 새록새록 떠올랐던 것이다. “미세수술은 하고는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병원에 남으라는 사람도 없었던 와중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었는데 박명철 교수님께서 펠로우 때 기회를 주셨어요. 그 덕분에 연수를 가게 되었고 이 길을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연수에 가서는 미래에 대한 많은 두려움이 있었어요. 잘할 수 있을까도 고민이 되었고 또 갔다 와서 대학병원에 남지 못하게 되면 개업을 해야 할 텐데 지금 이 시간이 그냥 버리는 시간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를 했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연수 후에 개업을 했더라도 저는 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운명인 듯, 우연인 듯 기묘한 길이 닿고 연결돼 지금의 이일재 교수를 만든 셈이었다.  1막이 내리면 2막이 시작된다 성형외과는 크게 미용과 재건이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재건은 화상, 골절상, 찰과상, 열상, 심하게는 절단상 등을 입었을 때 일차적으로 치료를 하고 외상 때문에 생긴 흉터나 변형을 교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일재 교수는 재건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고 힘든 미세수술 전문가이다. “미세수술은 외상, 암, 당뇨발 등으로 결손이 생겼을 때 그 부위를 메워 주는 수술입니다. 당뇨발, 유방재건 등도 많이 하지만 다른 과에서 수술을 한 뒤 결과가 좋지 않은 상처를 치료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대부분의 수술이나 치료가 검증된 보편타당한 치료 방법으로 시행되는데 그 길을 벗어나 있는 환자들이 있어요. 당뇨가 조절이 안 된다거나 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로 인해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경우 미세수술을 통해 상처가 아물게끔 해줍니다. 혈관을 잘랐다가 다시 꿰매거나, 발라서 길게 뽑아서 쓰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 입니다.” 이일재 교수는 성형외과를 두고 ‘사고조사반’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누굴 구할 수도 없고 불을 끌 수도 없는 조사반은 남들 눈에 띄는 공을 세우기가 어려운 법. 이는 성형외과 미세수술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메인 수술이나 치료가 끝난 뒤 피부를 봉합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가장 마지막 순간에 투입, 자정이 넘도록 수술을 하지만 때로는 동료 의사들로부터도 ‘현미경을 들여다 보면서 하는 간단한 수술’이라는 오해를 받곤 하는 것도 “그 분들이 근무할 때는 우리가 간단한 수술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미세수술을 할 때는 그 분들이 퇴근을 한 뒤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상처는 의사의 눈으로 아문다 세상 어느 의료 행위가 쉽겠냐만은 미세수술의 경우 육체적인 고단함과 스트레스가 타과와 견주어 더했으면 더했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혈관의 경우 4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결해도 살지 못하기 때문에 이일재 교수는 병원에서 2시간 안에 올 수 없는 곳은 갈 수 없고 전공의 선생들은 2시간마다 한 번씩 수술한 환자들을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통상 0.5미리쯤 되는 혈관을 12 바늘을 꿰매고 그 혈관을 3~4개쯤 연결해야 하는 미세수술에 쏟아 부어야 하는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부담감은 매 순간이 숙제이자 사명감이다. “미세수술의 어려운 점은 실패하면 안 되는 수술이라는 점입니다. 암은 완치가 안돼서 사망할 수도 있고 골절은 안 붙거나 곪을 수 있어요. 하지만 미세수술은 멀쩡한 내 살을 떼어내 덮는 건데 실패하면 멀쩡한 살도 희생시키고 상처는 덮지 못한 채로 남아 있는 거죠.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는 긴장과 압박 때문에 제 성격도 까칠하고 별로 좋지 않아요(웃음).”그렇다면 위에서 숨차게 열거한 성형외과에 대한 오해, 성형외과적 치료에 대한 낮은 수가, 수술 자체가 주는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난관 속에서 이일재 교수가 보람을 얻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 그리고 지치지 않고 수술실로 달려갈 수 있는 동기부여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 “저희 과장님께서 는 ‘상처는 의사의 손으로 아무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눈으로 아문다’고 하셨습니다. 자주 가서 보면 환자의 통증, 문제점, 치료 방법이 보인다는 거죠. 환자와의 관계도 자주 가서 보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환자가 아무 문제 없이 퇴원한다면 제게 그보다 큰 보람은 없습니다. 또 동기부여를 물으셨는데 사실 저희 수술에 대해서 주변 선생님들이 잘 모르신다고는 했지만 모든 치료는 절대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영상의학과, 내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유방외과 등 많은 선생님들이 저를 챙겨 주시고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십니다. 저희 전공의 선생님들은 수술도 많고 정말 많이 고생을 하는 데 그래도 내색 않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저는 늘 감사함을 느낍니다. 평소 내색은 잘 못하지만요. 타과의 부탁 덕분에 저는 의사로 존재하는 이유를 찾는 거니까 서로 공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업 자체가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삶이에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당뇨발 수술 재건 미세수술에 있어서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최고 레벨이라는 게 정설이다. 외상과 당뇨 환자가 많아 수술 케이스도 워낙 많고 미국 미세수술학회장도 한국계 미국인일 정도다. 이일재 교수는 이 같은 우수한 의료 환경 안에서도 당뇨발의 ‘최고’는 수술을 잘 해서 내보내는 게 아니라 환자가 안 아프고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긴가로 결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지원이 뭔지를 알아내서 생활도 하고 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어느 병원에서나 그다지 반가운 환자가 아닌 수많은 당뇨발 환자를 고객으로 받으면서 이일재 교수가 조금이라도 더 그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고 가급적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것도 그 길이 곧 최고로 가는 길임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발을 수술해 살렸던 환자가 결국 2~3년 뒤 당뇨 악화로 사망하고 장례식을 치르던 그 날, 80세가 넘은 그의 아내가 일부러 찾아와 “그 동안 성심껏 수술해 주시고 치료에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던 기억은 그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이쯤 되니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우리만치 솔직하게, 담담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던 이일재 교수는 궁극적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일까? “제가 대만에서 공부할 때(대만은 재건 수술 세계 1위 국가다) 절 가르치는 선생님의 수술방에 한문이 붙어있었습니다. 뜻이 궁금해서 물어보니까 ‘제가 내일 실패하게 해주십시오’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성공하게 해달라는, 이게 나의 마지막 수술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수술에 임 하겠다는 의미였죠. 저 역시도 수술방에 들어갈 때마다 늘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마지막 수술이다, 라는 각 오를 늘 다지는 거죠.” 수천만 원짜리 고가 수술이 아니어도, 언제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과가 아니더라도, 이일재 교수는 행복하다. 자신으로 인해 조금 더 건강하게, 조금 더 자신 있게,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환자들을 위해 그는 오늘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수술실로 들어선다. 우직하게 뚜벅 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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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과 홍지만 교수, 뇌의 세계를 탐험하는 챌린저

     눈부신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아직 뇌는 미지의 영역이다. 뇌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목도하게 되지 않을까. 신경과 홍지만 교수는 뇌의 세계를 종횡무진 탐험하는 의사다. 그는 쉼 없는 연구와 도전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간다. 딴따라가 신경과 의사가 되기까지홍지만 교수는 ‘딴따라’다. 홍지만 교수는 ‘아웃사이더’다. 이렇게 발칙한 정의를 내리는 전말이 궁금하다면, 홍지만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전 딴따라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빠져 밴드에서 기타를 쳤어요. 부모님 속도 많이 썩혀드리고, 공부를 아예 손에서 놓기도 했죠. 그런데 어떻게 의사가 됐냐고요?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음악과 완전히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의대를 선택하게 되었죠. 하지만 의대 생활은 음악밴드 생활과는 전혀 다르잖아요? 당연히 적응을 잘 못했고, 아웃사이더로 지냈어요. 의대 친구들 중 제가 교수가 될 거라 생각한 사람이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인터뷰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선생님’의 과거가 딴따라라니…. 하지만 그 계기가 어떠했듯, 홍지만 교수는 신경학을 공부하며 뜻밖의 재미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신경학은 기존의 지식을 외우기보다는 파고들어야 하는 학문이다. 의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기에 그만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홍지만 교수는 대학 작곡 동아리에서 작곡과 연주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맡아 너른 음악의 세계를 항해했다.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며 음악과 신경학의 분석 미학적 접점이 생겨났다.“예전에 신경과 레지던트 과정을 정리해본 적이 있어요. 그시절은 제게 ‘If(이프, 만약)의 미학’을 가르쳐줬더라고요. 신경과학 자체가 If입니다. ‘만약 이 환자의 신경학적 증세가 척수에 있다면 증상은 이러이러할 것이고, 연수에 있다면 몸의 마비 및 감각증상 등은 어떨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중 방정식을 풀어나가는 거죠. 그래서 신경학은 외우는 학문이 아니에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의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If로 정의해 논리적으로 파고듭니다.”만약 다시 전공과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답은 ‘신경학’일 것이라 단호히 말하는 홍지만 교수. 그는 신경과 레지던트 시절 내내 병원에서 가까웠던 집을 그토록 멀리했다.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느라 퇴근을 잊은 레지던트 의사’를 상상하기 쉽지만, 홍지만 교수에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집에 갈 수 없을 정도로 신경학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딴따라의 환골탈태(換骨奪胎)란 이런 게 아닐까. 그렇게 락과 재즈를 사랑하는 기타리스트는 밤낮 없이 연구에 매진하는 신경과 의사가 되었다. 통찰력과 끈기를 바탕으로과연 꿈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하는 일에 특별한 지름길이 있을까? 특히나 그 목표가 ‘연구’라면 더더욱 지름길이란 없을 것이다. 홍지만 교수는 스승으로부터 ‘통찰력’과 ‘끈기’란 귀중한 가치를 배웠다고 말한다. “허균 교수님은 타고난 임상가입니다.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누군지를 다 알아내시고요, 감별진단을 하시는 모습은 감탄 그 자체랍니다. 김장성 선생님은 관찰의 명수세요. 제 레지던트 동기의 신발 스타일이 바뀐 것을 보고 항상 같이 지내고 있는 저도 모르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셨을 정도죠! 주인수 교수님은 타고난 인덕의 소유자입니다. 감정이 다소 격앙된 환자도 주인수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환한 미소를 되찾거든요.” 좋은 스승은 좋은 제자를 만든다. 세 명의 스승이 전해준 가치는 홍지만 교수를 단단히 여물게 했고 더욱 좋은 의사, 노력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했다.“저와 같은 임상의사는 환자에게도 영감을 받아요. 환자가 의사를 만나면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요. 의사는 눈에 보이는 증상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자리한 근원을 꿰뚫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최종적인 대답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죠.”이야기 끝에 홍지만 교수가 기억에 남는 환자와의 일화를 들려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오른쪽 마비와 실어증으로 홍지만 교수를 찾아온 미용사 환자의 이야기다. 계속되는 치료에도 환자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환자의 남편은 홍지만 교수를 만나 ‘뭐라도 좋으니, 잘못돼도 좋으니 어떻게든 해달라’며 멱살을 잡기에 이른다.“당시 제가 생각해왔던 치료법은 있었지만 검증이 되지 않아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리스크를 감내하겠다고 해서 그 치료법을 적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서 다시 미용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들은 2016년에 보건복지부 첨단 의료기술 개발사업 줄기세포·재생의료 실용화 부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국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혈관 폐쇄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신생혈관 재생을 유도해 뇌관류 저하를 호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는 과제죠.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그 미용사 환자입니다.”물론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홍지만 교수는 성공이든 실패든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애물을 만나면 이를 타파하거나 둘러갈 방법을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작은 성과를 발판으로 다른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그는 이를 ‘작은 성공’이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때, 새로운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지난 2014년 홍지만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심장마비 환자에서 신경보호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저체온 치료법’이 뇌졸중 환자에서도 임상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는 뇌졸중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유력한 미국심장학회의 Stroke지에 실리면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개발한 새로운 프로토콜의 우수함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그때로부터 약 3년이 흐른 지금, 홍지만 교수는 저체온 치료법을 모티브로 한 SONIC연구(뇌졸중 치료제 후보물질)의 한국 임상 총괄연구책임자이다.“‘세계 최초의 다중표적약물(멀티타깃) 연구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뇌 신경세포 보호제 개발을 위해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어요. 본 연구가 성공한다면 치료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것입니다. 뇌졸중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죠.”지난 6월 17일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홍지만 교수팀이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 구연상을 수상하였고 이 논문의 내용은 일본 순환기학회지(Circulation Journal)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Early Neurological Prognostication during Targeted Temperature Management after Out-of-Hospital Cardiac Arrest’로, 연구팀은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심정지 후 뇌손상 환자의 신경학적 예후를 조기 예측하는 법을 개발하였다.  “이번 연구는 심정지에 관한 스탠다드를 바꾸는 시초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심정지 후 뇌손상 환자의 예후를 조기에 예측해 환자의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혈관중재팀과 혈관수술팀을 포함하여 아주대학교병원 뇌졸중팀은 뇌졸중 치료분야에서 분명 대한민국 NO.1이라고 자신합니다. 뇌졸중은 전형적인 커뮤니티병(지역사회병)이에요. 뇌졸중 발생시간부터 치료까지의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주대학교병원은 중증의 뇌졸중 급성기 환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병원이기도 합니다. 그런 중환자를 잘 치료하기 위해선 병원의 시스템이 그물처럼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합니다.”홍지만 교수는 국내 최초의 한국형 뇌졸중 인지 프로그램인 ‘아주 뇌졸중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아주 뇌졸중 프로그램’은 3단계(1단계: 뇌졸중의 빠른 발견, 2단계: 개개인 맞춤식 신경 집중치료, 3단계: 지역 병원과의 연계협력)로 이뤄진다.“뇌졸중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선 평소 뇌졸중에 대한 인지교육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서구에서는 미국의 브로델리 박사팀이 만든 뇌졸중 의심증상 ‘FAST(Face, Arms, Speech, Time)’를 사용하지만, 우리에겐 영어단어가 바로 와 닿지 않잖아요. 그래서 6개월 여 간의 고민 끝에 ‘이웃-손-발(이하고 웃어보세요, 양손 들어보세요, 발음이나 언어장애가 오면 119에 연락하세요, 바로 당신의 이웃을 구할 수 있습니다)’을 개발했어요. 하나씩 우리 실정에 맞게 한국형 토착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죠.”앞으로도 쉼 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며 환자와 함께하겠다는 홍지만 교수. 그의 확고한 철학이 담긴 연구들로 신경학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동그란 안경 너머, 홍지만 교수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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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와 함께 숨 쉬는 ‘천생 의사’,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는 가녀린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다. 환자를 가족처럼, 애틋한 연인처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진료를 하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는 감정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대학교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몸은 물론 아픈 마음 돌보기에도 여념 없는,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믿고 찾는 김현아 교수를 만나보았다. 꿈 많은 소녀, 의사를 꿈꾸다마주 앉은 김현아 교수의 눈이 반짝거린다. 호기심과 명석함, 따스함, 수줍음이 여러 빛깔로 물든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의사 이전의 삶이 절로 궁금해진다. 아마도 대단히 역동적이거나 모험이 가득한 시간들은 아니었겠지만 소녀 같은 이미지 속에 감춰진 금강석 같은 단단함이 범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한 번도 부모님의 기대를 거스른 적이 없었던 모범생이자 문학소녀였던 그 시절의 김현아 교수는 고등학교 때 다른 또래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해 돌덩이 같은 고민을 짊어지고 있었다.“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던 시기였어요. 때마침 읽고 있던 책이 A. J. 크로닌의 <성채>와 <천국의 열쇠>였는데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타인을 돕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라고 느꼈고 당시 저는 생물학을 좋아하는 이과 학생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의사의 길을 택할 수 있었어요.”집안에 의사는 아무도 없었지만 부모님은 김현아 교수의 선택을 지지해주었고 그렇게 그녀는 무난히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그러나 현실은 소녀의 부푼 기대와는 달랐다. 특히나 암기할 것이 태산처럼 많은 해부학이라는 학문은 커다란 장벽이었다. 사람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무수한 뼈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고, 심지어 뼈 안의 해부학적 구조까지 파악해야 했기에 그것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느껴졌다.“암기에 원래 취약했었거든요. 그렇게 바닥을 치고 있다가 본과에 진입하고 나서야 요령을 터득했고 그때부터 점점 나아졌습니다.”다행히도 김현아 교수는 스스로를 파악하고, 자신이 가야할 길의 방향을 알아보는 명석함을 갖고 있었다. 생리학과 면역학 등에 재미를 느끼는 와중에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내과 의사’로, 그 중에서도 ‘류마티스’로 조금 더 정확히 목적지를 설정해 나갔다. 아직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 발이 충분히 닿지 못한 바다와 닮아 있었던 류마티스 분야가 크게 다가왔다. 아직 할 말과 할 일이 많은 학문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탐구정신을 충족해 줄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류마티스 전문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잘 알기에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환자와 함께 산다, 환자와 함께 간다김현아 교수에게 환자는 함께 호흡하는 존재다. 김 교수에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환자는 ‘환자’에서 벗어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동생, 언니, 오라버니, 자식으로 바뀐다. 그 덕분에 김현아 교수는 환자와의 인간적인 믿음을 나누며 열심히 치료하는 과정을 기쁨으로 삼을 수 있었고, 호전이 없는 환자와는 힘듦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 가능했다. 진료시간이 짧아서 아쉬울 때도 많지만 그 짧은 시간을 쪼개 한 마디라도 더 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그의 진심은 ‘선생님을 만나 호전이 되었다’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로 돌아오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산 작은 캔커피가 선물로 돌아오기도 했다.이런 김현아 교수에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환자가 있다. 임신 30주차인 임산부로 류마티스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인 루푸스로 병원을 찾은 환자였다. 처음에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했고 출혈이 안 멈추는 위험한 순간을 이겨낸 뒤 감염내과를 거쳐 김현아 교수에게 오게 되면서 루푸스 감염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이나 머무르는 동안 아기는 인큐베이터에서 홀로 고된 싸움을 하는 엄마를 기다렸다. 그 전쟁 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김현아 교수의 마음은 새까맣게 탔지만 결국 환자는 기적처럼 3개월 만에 건강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기가 엄마 품에 돌아간 것은 물론이다. 몇 달 간 가슴 졸였던 기억을 차근차근 꺼내놓는 김현아 교수의 얼굴에서는 그때의 긴장과 안타까움이 그대로 떠올랐다.“이렇게 내 일처럼, 내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깝게 생각하고 환자를 대하고 감정이입을 하고 있지만, 매 순간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애정을 쏟은 만큼 작은 상처에도 쓰라리기 때문이지요. 최선을 다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환자들도 있으니까요.”온 마음을 다해도 그 마음을 알 턱이 없는 환자의 보호자가 거칠게 항의를 하기도 하고, 치료를 하지 않다가 상태가 악화되어 환자가 찾아올 때면 환자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을 한다는 김현아 교수.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는 의사였다. 완치 없는 병, 류마티스 바로 알기처음 류마티스 분야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타 분야에 비해 정보가 많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많은 것이 변화했지만 김현아 교수는 여전히 더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완치가 쉽지 않은 질병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나 그 부분에 대한 홍보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숨에 병이 치유되길 바라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으며, 민간요법을 권유 받아 악화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질병이 활성화되어 일상생활에 영향이 덜 미치게 하는 것, 관절염이 악화되어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치료하는 것이 제 치료의 핵심입니다. 루푸스의 경우에는 써야 할 약물이나 입원 횟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도록 하고 통풍 환자는 발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거죠. 이 병들은 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유전 요인, 환경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그 중 루푸스는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쏟고 있어요. 많은 루푸스 환자들이 아주대학교병원을 찾는 이유도 그 때문일 거예요.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적인 학습 및 계발에 힘쓰고 있으며 정기적인 환자 모임을 통해 환자에게 직접적인 식습관 개선, 약물 치료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올해 5월 성인형스틸씨 병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도,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치사율이 높은 이 병을 홍보하여 보다 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김현아 교수는 앞을 바라보며 정진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묻는 질문에 단칼에 ‘없다’고 답할 정도로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이 같은 태도는 의사로서의 삶을 조금 더 반듯하게 정리하고, 발전시키며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갈 목표만을 확고히 남긴다.“저를 찾는 환자분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일 수 없느냐는 매우 중요한 삶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과를 찾는 분들이 겪는 병들은 완치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목표를 ‘완치’에 둔다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병을 악화시키게 되지만, 질병 활성화가 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둔다면 조금 더 의료진을 신뢰하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아져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부디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긍정적으로 자신의 병을 바라본다면, 똑같은 약을 먹어도 몸에 잘 들 것이라며 김현아 교수가 보물 같은 ‘팁’을 주었다. 물론, “저와 함께 노력하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환자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의사의 길을 걷는 그. 김현아 교수는 고교 시절의 꿈을 이룬, 성공한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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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인증관리위원회 박문성 위원장, 아주대학교병원 2017년 JCI 3차 인증에 성공하다

      지난 7월, 아주대학교병원에 낭보가 하나 날아들었다. 다름 아닌 세 번째로 도전했던 JCI 3차 인증에 통과했다는 소식이었다. 까다롭고 엄격한 국제표준의료서비스로 이름이 난 JCI 인증은 ‘가장 안전하고 믿을 만한 병원’에 대한 보장과 다름이 없으며 3차 인증에 성공함으로써 아주대학교병원은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에 대한 인정과 동시에 다가올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믿고 찾는 아주대학교병원, 다시금 인정받다당연한 말이지만 JCI 평가기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준비가 부실해서가 아니라 준비된 것이 제대로 평가가 됐는지, JCI 측 심사위원들이 혹여 오판은 하지 않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1차, 2차 JCI 평가와 인증을 거치고 3번째 인증에 도전하면서 박문성 위원장은 완벽한 평가 준비를 기반으로 평가 그 자체에 대한 염려보다는 준비한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혹여 저평가 받는 부분이 없도록 물 샐 틈 없는 체계를 만드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인증을 제대로 받으려면 전체적인 틀, 즉 1천2백여 가지의 인증기준들을 다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에 대해서 우리가 준비한 내용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건 그 사람들이 잘못 보고 가도 우리가 모르면 반박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심사기간 동안 우리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당신들이 본 게다가 아니다, 더 있다, 이런 부분들을 더 정확하게 평가해달라고 주문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3차 JCI 인증에 도전해 이번에도 성공한 병원인증관리위원회 박문성 위원장의 자신감 넘치는 설명이다. JCI 인증은 전 세계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엄격한 국제표준 의료서비스 심사를 거친 의료기관에게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 전 세계적으로는 980여 개의 의료기관이, 우리나라에서는 31개 기관만이 인증을 획득할 만큼 희소가치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JCI 3차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JCI 인증은 3년마다 이루어집니다. JCI 1차 인증을 받을 때는 과거 6개월 동안의 데이터로 인증 준비내용을 보고했고 2번째 때는 1년치를, 3번째는 3년치를 전부 다 봅니다. 3번째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가 와서 봐도 완벽히 인증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예요. 4차 인증, 5차 인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즉 3차 인증까지 온다면 그 평가 과정 자체가 병원의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의미로 병원의 시스템이 ‘어떤 경지’에 올라서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함께 달린다아주대학교병원은 3차 인증을 앞에 두고 지난 1, 2차와 비교해 좀 더 심화되고 미래지향적인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안전한 병원을 만들 기반이 있는지, 더 나아질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는지, 정말로 발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 자료들은 평가 인증단을 만족시켰고 결과는 당연히 성공적이었다. JCI 인증 평가단이 심사 내내 아주대학교병원의 각 분야별 시스템에 대해 평가를 넘어선 관심과 흥미를 보인 것 역시 이례적이었다.“평가 항목 중 병원의 수입이 증가된 부분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평균 재원일수가 과거에 7.5일정도 되는 걸 7일 정도까지 줄였어요. 입원환자의 재원일이 줄면 아무래도 병실에 여유가 생기고 그것 때문에 병원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지요.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지금껏 들었던 방법 중에서 제일 효과적인 것 같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어려운 환자들이 수시로 들이닥쳐 진료기록 등이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와 응급의료센터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놓은 것도 평가단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이제 공인된 안전한 병원이라는 걸 믿고 찾아주십시오. 또 3차 인증을 위해 고생하신 우리 직원분들께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더불어 환자 안전이 우리의 목표니까 그 목표를 위해 지금처럼 변함없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JCI 3차 인증을 통해 다시금 경기 지역 병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선도적 위치를 재확인한 아주대학교병원. 환자와 직원 모두가 더 행복하고 더 안전한 파트너로서 함께 걷는 그 길은 여전히 무척이나 단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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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외과 안영환 교수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 취임

      지난 4월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는 아주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안영환 교수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1990년 창립해 27년의 역사를 가진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는 2015년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정식 분회로 가입한 세계수준의 중견학술단체로 그 위상을 확인 받은 곳. 중요한 시기에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안영환 교수는 학회의 질적·양적 발전을 이끌어낼 것임을 다짐했다. 난치성 뇌 기능 질환, 정위기능신경외과가 해결해 가게 될 터“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저를 믿고 선출해주신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제 수준의 학회로 이끌어오신 전임 회장님들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학회가 전문 지식과 다양한 임상 경험을 회원 간에 공유하는 모임의 장이 되도록 이끌어가겠습니다.” 정위기능신경신경학회 제21대 회장 안영환 교수가 짤막하지만 겸손한 마음으로 진중하게 소감을 밝힌다. 일반인들은 물론 의사들도 낯설어하는 정위기능신경외과는 뇌의 기능장애를 치료하는 신경외과의 한 분야이다.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차원적인 접근법인 정위(stereotactic) 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뇌 기능 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뇌질환을 주로 치료하기 때문에 ‘정위기능’이라는 명칭을 쓴다.“정위기능신경외과는 다양한 질환을 다룹니다. 파킨슨병, 손떨림, 강직 등을 포함한 운동질환, 안면경련증, 삼차신경통, 설인신경통 등을 포함하는 뇌신경기능장애, 안면통증을 포함하는 난치성 통증, 난치성 뇌전증 등이 이 분야에 해당하는 질환들 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위적 초음파 뇌수술,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 재생의학 분야 등 최신 치료기술이 적용되는 첨단 분야로서 현대에 이르러 그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종종 우주에 비견되는 뇌는 미지의 장기다. 딱 5분만 산소 공급이 중단돼도 회복이 불가능한 매우 특별한 장기지만,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한 치료기법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나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정위기능신경외과 분야는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알파고로 시작된 인공지능의 발달과 뇌 기능 연구 분야의 발전으로, 우리가 불치병으로 알고 있던 많은 질환들이 뇌 이상에 의해 발생된 것임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죠.” 안 교수는 한 예로 고도 비만 등이 소화기 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관련된 질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 또한 장 절제 수술이 아닌 뇌정위 수술로 가능할 수도 있음을 설명했다. 정위기능신경외과의 비전 제시정위기능신경외과 분야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으로서 안영환 교수가 가진 매우 중요한 책무이다. 대국민 봉사와 홍보를 비롯해 회원 간 지식과 경험의 상호교류 활성화, 연구 역량 증진 및 환경 조성과 더불어 정위기능신경외과학 분야의 편찬,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지의 국제 학술지 등재 노력, 학회의 양적 및 질적인 성장 등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안영환 교수는 지난 6월 말에 열린 ‘2017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정기 학술대회’ 참가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 석학들의 발표를 짧은 기간 내에 듣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예년보다 많은 젊은 교수들과 전공의들을 포함해 국내에서 30~40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 양성에 있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분야에서 세대교체가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동기부여가 될 만한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번 학술대회는 4년마다 열리므로 매년 개최되는 국제 학술대회와는 다릅니다. 이번 세계학회를 통해 우리의 발전된 위상을 알리고 빠르게 발전하는 지식과 트렌드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안 교수 역시 국내 학회의 회장으로서 설인신경통 분야의 치료 경험 발표와 주요 세션들의 좌장을 맡았고, 한국 대표로서의 축사도 했다. 안 교수는 환자 진료 이외에, 뇌기능과 관련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자파학회와 함께 전자파 생체 영향에 대한 국가 과제에 10년째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동물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데, 밤에 전자파에 8시간 이상 노출되면 멜라토닌의 생성이 현저히 감소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참고한다면 잠을 잘 때 휴대폰을 머리에서 30cm이상 떨어진 곳에 두고 자는 것이 좋습니다.”서양에 비해 뒤늦게 시작했지만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실력으로 빠른 시간 내에 세계수준에 도달한 정위기능신경외과. 안영환 교수는 학회의 역사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실력을 초석 삼아, 잠재되어 있는 학회 회원들과 젊은 세대들의 뇌와 열정을 깨워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 갈 것임을 다짐했다. 그가 이끄는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가 지나온 길보다 다가올 길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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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가 아닌 모두의 진심으로 한 걸음, 소화기내과 정재연 교수

      ‘명의’의 조건은 무엇일까. 의학적 지식과 경험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정한 명의의 자격은 환자를 향한 애정으로 완성된다. 소화기내과 정재연 교수는 그러한 애정의 구성 요소가 혼자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을 넘어 함께하는 동료들의 힘이 더해질 때, 비로소 사람들은 진짜 명의를 만날 수 있다. 병원에서 놀던 소년, 명의로 자라다전북 군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정재연 교수의 놀이터는 병원이었다. 아버지께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개인 의원을 운영하셨기 때문이다. 집과 맞닿아 있던 병원은 몇 걸음이면 도착할 만큼 가까웠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병원 풍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할 때 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성장기 내내 이어졌던 까닭이었다.“워낙 작은 도시여서 진료시간이 끝나고 아버지와 함께 저녁 산책을 하러 나가면 길에서도 환자들과 마주쳤어요. 동네 주민과 친근하게 인사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호감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어머니는 아들이 힘든 의대 공부를 견딜 수 있을지 잠시나마 염려했지만, 아버지는 처음부터 그를 지지해주었다. 당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을 아들의 진로 선택을 통해 확인한 셈이니 자부심을 느낄 법했다.그때만 해도 ‘교수는 선택받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던 그는 언젠가는 아버지처럼 개원할 것으로 생각해 소화기내과로 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의 꿈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간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지도교수를 만나면서, 대학병원의 울타리 안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어릴 적 상상했던 ‘우리 동네 의사 선생님’의 삶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의 가슴에 뿌리내렸다. 정작 그 자신은 쑥스러워 손사래 치는 ‘명의’라는 평가가 주변의 입을 통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환자와 함께하는 희로애락의 여정정재연 교수는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왕희정 교수와 함께 지난 2016년 6월에 방송된 EBS 프로그램 <명의>를 통해 간질환과 관련한 자문을 심도 있게 전하기도 했다. 간암의 경우 같은 병기의 환자라도 내과적 치료나 외과적 치료 모두 표준 치료의 일환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과와 외과의 협진을 포함해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조가 원활한 아주대학교병원 간센터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병원의 전략에 따라 치료법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최우선으로 다학제 진료를 하는 까닭이다.정 교수는 “양질의 진료를 비롯해 간질환에 대한 연구 측면에서도 아주대학교병원은 제 몫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인체자원은행과 연계해 임상 샘플을 연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 이를 통해 난치성 간암 환자들이 임상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열었다.  “아주대학교병원 간센터는 진료와 연구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창구를 열어두고 있어요. 간혹 새로운 임상 약물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있는 환자들이 계신데요. 그분들에게는 이러한 인프라가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아무래도 의사이기에,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의 발걸음을 다시 생명의 길로 되돌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재연 교수. 그 역시 환자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항상 특별한 교훈을 얻는다.평생 잊지 못할 기억도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동료 의사였던 고(故) 용석우 교수를 환자로 만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면서 진료를 이어갔던 일이다. 30대 초반에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젊은 의사는 위중한 상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후배 의과대학생을 위한 책을 써나갔다. 3년간의 치열한 투병 생활은 안타깝게도 이별로 끝났지만, 당시 삶의 끝자락에서 용 교수가 보여준 행보는 의사가 지녀야 할 자세를 다시금 정비하게 했다. 임상과 연계한 연구 열정모름지기 대학병원 교수라면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사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간장학을 전문 분야로 하는 정재연 교수는 이제까지 진행성 간암과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치료제의 임상 연구를 다수 시행해왔다. 그 중에서도 간암 및 간염의 진행과 관련한 유전적 소인 규명을 위한 유전체와 단백체 연구와 간섬유화의 비침습적 진단법 개발에 관한 연구에 주력했다.지난해 8월에는 보건복지부의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 인간유전체 중개이행연구 분야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 주제는 진행된 간암에서 간외 전이를 비롯한 예후를 예측하는 새로운 혈액내 바이오마커를 도출하고 검증하는 것이었다.“암의 경우 과거에는 조직을 얻어야만 진단이나 치료반응 관련 바이오마커를 개발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혈액을 통해 바이오마커를 도출할 수 있다면 암조직을 얻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나 합병증 없이 새로운 진단 기술을 하나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죠. 혈액은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으니 개개인의 치료 경과에 따라 적합한 약물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우리나라는 B형 간염 만연 지역에 속하지만, 예방접종이 보편화된 지금은 과거와 비교해 감염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B형 간염 치료제뿐만 아니라, 한때 미개척 영역으로 꼽혔던 C형 간염 역시 치료제가 개발되어 완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대부분의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C형 간염 치료제가 선보인 것은 최근 3~4년 사이의 일. 우리나라는 불과 1~2년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C형 간염 치료제가 간암 발생 여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국내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정 교수가 C형 간염에 의한 간암 환자에서 새로운 C형 간염치료제인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irect acting antivirals)치료가 간암 재발과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면역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계획한 배경이다.“C형 간염으로 간암이 발생한 환자들은 간암 치료와 더불어 C형 간염에 대한 치료도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이 적지 않은 데다 진행된 간경변증이 동반된 분들에게는 적용하기 힘들었습니다. 최근 간암 혹은 간경변증 환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C형 간염 치료제가 나왔지만, 간암 발생 및 재발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해서는 연구 결과가 분분합니다.”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고자, 지난 4월부터 정재연 교수는 아주대학교병원을 중심으로 분당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동산의료원으로 구성된 다기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C형 간염 치료제인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가 인체에 미치는 면역학적 기전을 밝혀내고, 심평원 자료를 이용한 빅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2018년 연말에 종료 예정인 해당 연구 결과는 국내외 C형 간염 및 간암 치료와 관련된 의과학자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정재연 교수팀은 대한간암학회로부터 학술연구기금을 지원받았다. 소소하지만 중요한, 간 건강을 지키는 습관간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재연 교수는 우리나라가 음주에 관대한 문화라는 점을 아쉬워했다. 술이 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사회적 풍토가 변한다면 알코올성 간질환은 상당 부분 줄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하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 4~5일 정도는 간이 쉴 수 있는 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요즘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장기간 방치하면 간경변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간질환 환자들이 워낙 많아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도 심해요. 정확한 용법에 대한 검증 없이 생약 등을 섭취하면 오히려 간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정재연 교수는 간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했다.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에 차 검사를 미루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든다. 그래서 그는 사전에 병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고 홍보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환자의 회복과 만족은 뛰어난 의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병원에서 마주하는 모든 의료팀의 진심이 더해질 때, 비로소 의사의 진료도 빛이 난다. 그래서 한 사람의 명의가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이의 노고가 필요하다. 그 바탕에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팀 직원들의 자부심이 있다. 자신이 행복할 때 비로소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 정재연 교수가 더욱 낮은 자세로, 주변의 행복을 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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