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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진정성 있는 태도와 최선의 치료로 환자에게 희망을 전하다
대학병원을 처음 찾는 환자는 치료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쉽다. 대체로 많은 환자가 잔뜩 긴장한 채로 진료실의 문을 두드린다. 심한 경우 들어오자마자 우는 환자도 있고, 간혹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의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쌓인 채 찾는 이들도 있다. 윤정한 교수는 환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건네며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끈다.“의학적 지식을 늘어놓기보다는 환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궁금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료하려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정확한 진단을 원하고, 어떤 환자는 새로운 치료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때로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길 바라는 분도 있으니까요.” 윤정한 교수가 환자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려 애쓰는 이유다.다양한 가능성 탐구하기 위해 신경과 선택윤정한 교수는 특정 신체 부위에 한정하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전반의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껴 신경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문제와 답이 정해져 있는 증상과는 달리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원인을 찾고 탐구해야 한다는 점에도 흥미를 느꼈다.“신경과 질환은 증상의 원인이 다양하고 신체 어디에서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해야 합니다. 열린 생각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심이 필요한 진료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신경과 질환 중 윤정한 교수가 주로 진료하는 분야는 이상운동증이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원하지 않는 움직임, 즉 움직이고 싶지 않은데 움직이거나 반대로 움직임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상운동증에는 파킨슨병을 비롯해 머리나 손을 떠는 수전증, 사경을 비롯한 근긴장이상증, 반측안면경련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윤정한 교수가 가장 많이 다루는 질환은 파킨슨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유병율이 높다. 그래서인지 파킨슨병을 치매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파킨슨병은 동작이 느려진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질환이다. 또한 파킨슨병은 도파민 부족으로 생기는 병이기 때문에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되며 충분히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파킨슨병은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 등이 주로 나타납니다. 신경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경우, 이런 증상을 가진 분들이 꽤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우선 증상의 원인을 찾아서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과 수술 치료로 환자 삶의 질 향상최근 윤정한 교수는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술적 치료(뇌심부자극술)에 주목하고 있다. 뇌 기저부의 이상 부분에 전극을 삽입하고, 이를 통해 전기 자극을 주어 이상신경회로를 조절함으로써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 외에도 본태성 떨림,근긴장이상증, 강박성 장애, 우울증 등에도 효과를 보여 점점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금은 수술적 치료가 널리 알려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킨슨병에 왜 뇌수술이 필요해요?”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파킨슨병은 60대 초반에 주로 발병하는데, 처음 5~8년간은 약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약에 대한 반응이 점점 짧아져 환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 먹던 약을 5년쯤 후에는 여덟 번씩 먹어야 하거든요. 이런 경우 전기 자극을 통해 뇌의 비정상적인 신호를 차단하여 약물 용량을 80% 가량 줄이고, 증상이 호전되는 등 삶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습니다.”하지만 수술적 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일례로 파킨슨증후군은 수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를 적절히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윤정한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은 후 새로운 일을 찾고 일상생활로 복귀한 50대 환자의 사례를 덧붙였다. “손을 심하게 떨어서 직장에서 해고된 남성 환자가 찾아오셨습니다. 나이도 많지 않은데 상황이 너무 안쓰럽고 절망적이라며 부인이 펑펑 우시더군요. 약물이 전혀 듣지 않아 뇌심부자극술을 권유했습니다. 이후 약물을 완전히 끊고 새로운 일을 찾아 순조롭게 일상생활로 복귀하셨어요. 이럴 때 마치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모든 병이 그렇듯 좋은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조기 진단이다. 파킨슨병 역시 전구 증상을 미리 발견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정한 교수도 발병 전 치료와 관리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걸음이 느려지고 떨리는 것 등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파킨슨병의 증상이지만 이때는 이미 도파민 세포가 50% 이상 소실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런 운동 증상이 발현되기 10년 전부터 냄새를 못 맡거나 변비, 수면 중 생생한 꿈을 꾸면서 소리를 지르는 렘수면 행동장애 등의 비운동 증상이 나타난다. 윤정한 교수는 “이러한 증상이 보이면 파킨슨 위험이 높으므로 꼭 신경과를 방문하라”고 조언한다.단단한 신뢰관계 속 진심을 담은 진료아주대학교병원은 지난 2016년부터 파킨슨센터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윤정한 교수는 파킨슨센터를 이끄는 한 축으로 파킨슨병을 포함한 이상운동질환의 초기 진단과 약물 및 보톡스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수술적 치료를 위주로 하는 신경외과 안영환 교수와 함께 주기적으로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치료에 대해 논의하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법을 갖춰나가고 있다. 아울러 대중에게 파킨슨병을 제대로 알리고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윤정한 교수는 진정성 있는 의사로서 환자와 동료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모든 관계가 그렇듯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신뢰관계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의사의 진심 어린 마음이 잘 전달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사도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진정성을 눈여겨봅니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지가 높으면 의사도 돕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마련입니다.”의사와 환자 간에 쌓인 돈독한 신뢰가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의사는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환자에게 희망을 준다. 윤정한 교수는 “환자에게 공허한 울림이 아닌 현실에 발 디딘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새로운 약물과 수술적 치료 등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환자와 의사가 진정성과 희망을 바탕으로 함께 치료해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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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병원
빠르고 안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아주대학교병원이 함께 합니다.
‘소중한 일상의 회복, 백신이 답이다!’수원시는 지난 4월 1일부터 제1호 예방접종센터인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만 75세 이상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지난 3월 17일 질병관리청·행정안전부 공동 주관, 행정·의료·군·경·소방 인력, 가상 접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의 훈련을 진행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아주대학교병원은 수원시와 의료 인력 위탁 협약을 맺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약사, 행정 인력을 투입하는 등 전폭적인 의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진부터 이상 반응 모니터링까지 이상 ‘無’코로나19 백신 접종 둘째 날인 지난 4월 2일 찾은 수원시 제1호 예방접종센터는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의료용 가운과 방호복을 갖춰 입은 의료진들이 곳곳에서 백신을 접종하거나 혹은 접종 예정인 어르신들을 살피며 철저하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현장 안내에 따라 원활하게 순서를 기다렸다.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한 접종자는 우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열 체크와 손 소독을 거친다. 입구를 지나 들어가면 본인 확인 후 예진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임상현 아주대학교병원 진료부원장은 아침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 의료진을 진두지휘했다. 일과를 쪼개 수시로 접종센터를 돌아보고, 접종센터의 업무 종료 후에도 관계자들을 모아 개선점을 논의했다. 수원시 제1호 예방접종센터 담당 병원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다. 예방접종센터에 파견된 아주대학교병원 의료진 역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에서 의료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관리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진지하게 업무에 임했다. 체육관 내부는 크게 예진 대기, 접종 대기, 접종 후 대기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번호가 호출되면 의사의 예진 후 접종을 받는다. 백신 접종을 끝낸 어르신은 모니터링을 위해 마련된 넓은 공간에서 15~30분 정도 대기하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핀다. 이후 확인서를 발급받는 것으로 접종이 마무리 된다. 이날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장세붕(90세)·김진옥(85세) 어르신 부부는 접종 후 크게 아프거나 불편한 느낌은 없다고 전했다.“독감 백신과 비슷했어요. 자녀와 손주들 생각해서라도 얼른 맞아야죠. 혹시라도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여기 와 보니 힘들게 줄을 설 필요도 없고,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리다가 순서대로 가서 맞으니 편합니다.”최병주(89세) 할아버지도 평소 맞던 주사와 큰 차이가 없다며 안심했다.“나라에서 백신 접종 시작한다고 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맞았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야 하루 빨리 안정이 되지 않겠어요?”첫날인 4월 1일 아침에는 접종에 동의한 어르신 중 수원시 최고령자인 만 104세 김 모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예방접종센터를 찾아 일반인 첫 접종자로 백신을 맞아 주목을 받았다. 김 할머니는 앞서 일반인 접종 소식을 듣고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이끌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 동의서를 제출해 화제가 됐다. 발열과 알레르기, 기저질환 등 꼼꼼히 확인예방접종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접종을 신청한 만 75세 이상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19일까지 1차 접종이 이루어져 총 8789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고, 2차 접종은 4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하루에 투입되는 의료진 인력은 총 15명이다. 예진 의사 4명을 비롯해 분주, 접종,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간호사 8명과 소방청 간호사 2명, 약사 1명으로 구성된다. 행정 인력과 자원봉사자들도 현장에서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현장에서 접종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응급의학과 조준필 교수는 어르신들의 발열 여부와 기저질환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과거에 주사 후 쇼크나 호흡곤란, 전신 알레르기 증상이 있었는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접종과 관련한 여러 주의사항도 자세히 설명했다. 간혹 이 과정에서 접종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접종이 미뤄지거나 늦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접종 첫날, 닷새 전에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고 온 접종자가 있어 백신 접종일을 연기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다른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주 이후에 맞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전에는 너무 과격한 운동을 하면 안 되고, 열이 있다면 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기저질환을 가진 분, 그리고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건강한 분들도 반드시 맞아야 합니다.”최성희 간호사는 “첫날 오전에는 접종자가 많이 몰려 다소 혼잡했는데, 둘째 날에는 접종자가 분산됐고 의료진도 한결 익숙해진 모습”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이상 반응 모니터링 중 간혹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계시면 의사 선생님께서 한 번 더 진료를 보시고 이후 증상을 관찰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백신을 접종하면 방어 항체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증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 또한 70% 이상의 국민이 접종해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더 이상 감염이 전파되지 않는다. 일상 회복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이 더없이 든든하다. [인터뷰] 한상욱 아주대학교병원장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민의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는 와중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은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이러한 가운데 아주대학교병원이 이번 수원시 제1호 예방접종센터에 의료 인력을 파견해 안전하고 신속한 백신 접종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현재 백신 접종 대상자가 노인 시설, 75세 이상 어르신들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아주대학교병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민안심병원·중증응급진료센터 지정, 응급·외래·소아외래 선별진료소 운영,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중증환자 치료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응급중증환자 치료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자 경기남부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 동참하며 항상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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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리포트
췌장성당뇨병, 합병증·사망률 위험 더 높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형, 2형 당뇨병이 아닌 췌장성 당뇨병(외분비 췌장질환 유발 당뇨병)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췌장성 당뇨병에 대해서 한국인 빅데이터를 이용해 그 특성과 임상 경과를 밝힌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내분비대사내과 한승진 교수팀(이나미 임상강사)은 최근 당뇨병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 ’Diabetes care(IF 19.112)' 온라인판에 ‘췌장성 당뇨병이 2형 당뇨병보다 임상 경과가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 157,523명 중 췌장질환 진단 이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췌장성 당뇨병 환자 3,629명(2.3%)과 2형 당뇨병 환자 153,894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췌장성 당뇨병 환자군은 2형 당뇨병 환자군보다 당뇨병 진단 5년 후 인슐린 치료 비율이 38% 더 높았으며, 합병증인 저혈당 발생은 85%, 당뇨병성 신경병증·신병증·안병증 발생 위험은 각각 38%, 38%, 10% 높게 나타났다. 또한 심·뇌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은 각각 59%, 38%, 34% 더 많이 발생했으며, 사망률 발생의 경우 74% 더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췌장성 당뇨병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2형 당뇨병 환자에 비해 당뇨병 진행으로 인한 인슐린 치료를 더 많이 받았고, 치명적일 수 있는 당뇨병 합병증과 함께 사망률 발생이 눈에 띄게 높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만성·급성 췌장염, 췌장암 등의 췌장질환 진단 시 췌장성 당뇨병 발생에 더욱 유의해야 하며, 만일 진단을 받는다면 더욱 적극적인 혈당 관리, 당뇨병 합병증 관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한승진 교수는 “췌장성 당뇨병의 특성과 합병증 발생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드물다. 이에 1형·2형 당뇨병은 비교적 잘 진단되는 반면, 췌장성 당뇨병은 간과하기 쉬워 2형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이번 연구로 췌장성 당뇨병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인한 췌장 베타세포 파괴로, 2형 당뇨병은 주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인슐린 분비의 감소를 주요 기전으로 하는 반면, 췌장성 당뇨병은 췌장의 모든 세포(알파세포, 베타세포, 췌장 폴리펩티드세포)를 파괴해 고혈당 위험성뿐 아니라 저혈당 위험성도 높으며, 흡수 장애 및 영양결핍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이번 논문 제목은 ‘Characteristics and Clinical Course of Diabetes of the Exocrine Pancreas: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외분비 췌장질환에 의한 당뇨병 특성 및 임상과정 : 전국민 건강검진 코호트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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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환자
나는 26명 아기의 엄마입니다
나는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다. 우리는 가끔 스스로 엄마라고 말한다. 담당 환자라는 말보다는 우리 아기, 나의 아기. 하루 24시간 3교대를 하는 8시간 동안 나는 담당하는 아기의 엄마가 된다. 아기의 곁을 지키며 두 시간마다 체온을 재고, 세 시간마다 수유하며, 울 때마다 달려가 안아주고 잠들 때까지 토닥여주며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관찰한다. 아기가 퇴원하여 엄마 품에 안길 때까지는 내가 엄마 역할 대신이라 늘 다짐하며 출근을 한다. 코로나 이후, 면회가 금지된 신생아 중환자실열 달을 채 못 채우고 나오는 아기들은 출생의 기쁨과 탄성을 맞이하기도 전에 부모와 떨어져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작고 가느다란 몸 이곳저곳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연결되어 있고, 아기의 이상 신호를 알리는 알림음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대신한다. 막 분만을 마치고 아직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엄마는 휠체어에 의지하여 아기를 마주한다. 좌절과 절망의 그 순간 모든 엄마의 첫 절규는 언제나 “엄마가 미안해…”였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 30분 남짓한 면회시간은 엄마가 아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인큐베이터를 두드리며 따뜻한 엄마의 목소리로 “힘내 우리 아기, 오늘도 잘했어”라고 하면 아기는 엄마 배 속에 있는 듯 편안한 지 미소로 답하곤 한다.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병원에서의 일상도 달라져 버렸다. 면회가 금지되고 오로지 엄마가 아기를 볼 수 있는 건 아기가 입원할 때와 집으로 데려가는 날 뿐이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백일이 넘게 이곳에 머무르는 아기들은 엄마보다는 간호사의 목소리와 손길이 더 익숙해져 가고, 엄마들은 중환자실 문 앞까지 와서는 아기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하루는 담당하는 아기의 엄마가 새벽 내내 유축한 모유를 건네며 “아기가 너무 보고 싶은데 대신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라며 미안한 듯 핸드폰을 내밀었다. “물론이죠”라며 나는 핸드폰을 덥석 받아 아기의 사진을 담아냈다. 엄마는 우리에게 겨우 부탁해서 얻어간 사진 한 장에 “우리 아기 코는 아빠를 닮았네”, “쌍꺼풀이 있는걸 보니 나를 더 닮았어”라며 찰나의 사진에 온갖 상상력을 덧붙여 아기의 모습을 되뇌며 행복해했다.엄마는 “아기가 잘 있는 것 같아 안심되네요”라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한동안 엄마의 사진 요청이 이어졌고 나는 아기의 가장 예쁜 모습을 담고 싶어서 이리저리 핸드폰을 돌려 가며 사진을 찍어 전달했다. 하지만 바쁘기라도 한 날에는 사진을 몇 장 찍지도 못하고 핸드폰을 돌려주며 미안해해야 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미안함도 커졌다. 엄마를 대신해 매일 쓰는 아기 일기갓 태어난 아기를 마주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하루하루 커가는 아기의 성장 과정, 생명유지장치를 하나씩 떼어낼 때의 기쁨, 하루의 피로를 싹 잊게 해주는 아기의 미소, 우리가 아기의 곁에서 지켜보며 느끼는 감정을 엄마와 공유하고, 아기를 볼 수 없는 엄마의 불안함과 아기에 대한 미안함을 덜어내 주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하나씩 모여 우리는 신생아 중환자실 26명 아기의 일기를 매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장씩 가장 예쁜 사진을 담아내고 “오늘은 우리 아기가 몸무게가 늘었어요”, “오늘은 아기가 처음 젖병으로 수유를 했어요”, “엄마가 담아온 모유를 먹고 잘 잤어요”라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써서 엄마에게 보내 주었다. 매일 좋은 소식을 전할 수는 없었지만, 아기의 하루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안도했다. 간호사들도 찰나에 미소짓는 아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날이면 뿌듯해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그 순간 우리는 신생아 중환자실 26명 아기의 엄마가 되는 듯했다.어느덧 나에게 사진 요청을 했던 엄마의 아기가 한 달 동안의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날이 되었다. 엄마는 “그동안 보내주신 사진과 일기 덕분에 우리 아기 성장일기 한편 만들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우리가 전달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1.2kg의 작은 몸으로 인큐베이터 안에서 힘겹게 숨을 내뱉고 있을 때부터 어느덧 2kg이 넘어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는 모습까지 모두 다 담겨있었다. 엄마는 “덕분에 우리 아기가 잘 커서 퇴원하네요,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남기고 아기와 함께 퇴원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날이었다. 답답한 마스크 속에서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코로나 사태로 인해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다. 아픔을 더 아프게 하는 날들…. 어쩌면 간호사인 나보다 아픈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기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엄마인 것처럼,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아기 엄마와 함께 아기의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난 오늘도 26명의 엄마가 되기 위해 바삐 발걸음을 재촉한다. 글 신생아집중치료실 박은지 주임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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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감염병
연애소설 읽는 노인
치과의사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책은 치과의사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인류에겐 이 저린 오랜 역사가 있다는데 첫 페이지부터 치과의사가 나온다. 기이한 방법으로 구강 마취하는 법, 생니를 빼달라고 내기 거는 사람과 협상하는 법(금이 생긴다), 1년에 배가 두 번 들어가는 밀림에 진료소 차리는 법, 기성복처럼 이미 만들어진 틀니를 입에 맞게 골라주는 법이 있다. 구강 소독은 언제나 술이고 입에 맞는 틀니는 형편에 맞게 고르게 한다. 꽉 끼는 것 같아 입을 다물 수 없다고 하면 까탈스럽다고 하고, 너무 헐거워 재채기할 때 튀어나올 것 같다고 하면 감기에 걸리지 말라고 한다. 아프다고 기를 쓰는 환자에게는 “젠장, 가만 있지 못해! 이 손을 떼란 말이야. 아프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게 다 누구 탓인데? 생각해봐. 아픈 게 내 잘못이야? 천만에! 이렇게 이가 썩고 아픈 것은 내가 아니라 이놈의 정부 탓이라고! 내 말 알아듣겠어?”라며 모든 허물을 정부에 돌린다. 한데 이 욕쟁이 치과의사를 사람들은 손꼽아 기다린다.이 책은 또 뭐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초보 독자에게도 적당하다. 일흔 넘은 노인이 대통령 선거의 투표 용지를 읽게 되면서 자신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읽을 것이 없는 밀림에서 읽을 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신부님이 졸다가 떨어뜨린 책을 슬며시 주워 읽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성프란체스코 성인에 대해 얘기해주는 신부님께 “신부님은 그런 걸 어떻게 아십니까?”라고 묻자 “책을 읽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는 “세상에는 수백, 아니 수천만 권의 책이 있고 그 책들은 이 세상의 모든 말과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 덧붙인다. 예를 들면, 모험에 관한 것이나 과학에 관한 것이나 기술에 관한 것이나 사랑에 관한 것. 노인은 또 묻는다. “사랑에 관한 책은 어떤 것입니까?” 신부는 곤란한 듯 답한다. “그 책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게 유감일세. 이른바 연애소설이라곤 겨우 두 권밖에 읽지 못했거든.” 노인은 간절하게 요청한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신부는 “그러니까 말이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나중에는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숱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라네”라고 말한다. 아, 노인은 책 한 권 갖지 못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책을 구하자. 약이 되는 이야기 책이 책은 밀림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데도 유익하다. 보아뱀에게 먹히지 말아야 하고, 살쾡이 가족은 건드리면 안 된다. 호기심 많은 원숭이와 박쥐 똥을 피하는 법을 배워야 똥 세례를 피할 수 있다. 우기에 걷는 법은 평소와 다르다. 무기 없이 원숭이와 앵무새를 생포하는 법도 있다. 기발하다. 이 방법으로 뱃삯을 마련한다. 순식간에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아마존의 장례는 예측불허다. 인생의 허무와 감탄을 자아낸다. 밀림에서는 말라리아로 사망하기 쉽다는 것도 알고, 그때의 고열이 뼈를 깎는 통증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노인이 보기에 ‘늙어감’은 고독한 짐승에게 사로잡히는 일이다. 그때의 해독제는 연애소설이다. 200쪽도 안 되는 책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야기는 인생을 살 만하게 한다. 사람들은 왜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끝이 없는가에 대해 이 책만큼 유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도 없을 듯하다.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는 2020년 4월에 스페인에서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초기이고 당시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대유행이 있었다. 1949년에 태어나 71세였으니 심한 폐렴이 왔다면 피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2022년 3월엔 국내에서만 하루 확진자 30만 명이 연일 넘어섰다. 저문 인생을 보내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힘없이 스러지는 달이 되었다. 그나마도 세 번이나 되는 백신 접종에 이 정도라는데 초점 잃은 눈빛을 보면 마음이 아리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육체에 진한 고독이 느껴진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가야 하는 육체인지라 집중 치료는 무의미한 고통에 욕심인 경우가 태반이지만, 참으로 많은 노인이 돌아가시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코로나19에 노인은 바람 앞의 등잔불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도 그렇게 갔다. 아마존의 노인은 늙어감의 고독을 연애소설을 읽으면서 상대하였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도 책을 보는 분이 있다. 성경이 가장 많지만 무협지와 소설 등 각양각색이다. 환자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회진 중에라도 꼭 물어본다. “그 책 뭐예요? 재미있나요?” 질병이라는 인생의 곤경에 이야기책이 약이 되기도 한다. 글 감염내과 최영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