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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병원 어떻습니까] 인공와우 수술로 세상의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아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의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듣게 된 이윤아 환아의 보호자 이지은 님이 행복을 찾은 이야기를 전한다(신생아 및 영유아 청각조기진단재활 심포지엄 수기 최우수상 작).

 

 

“선생님, 윤아가 못 듣는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 있나요?”


윤아는 두 달 전 24개월 차 영유아 검진 언어평가에서 하위 소견을 받았다. 그 후로 아이를 유심히 관찰했지만 못 듣는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렇다고 윤아가 말을 따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눈에는 예쁘게만 보여 혹시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 싶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아마 ‘설마 못 듣겠어?’라는 생각과 선생님이 ‘아니요’라고 확인해주실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이~ 어머니, 어린이집 생활을 얼마나 잘하는데요. 언어는 느릴 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가 듣지 못한다고요?


‘왜 말이 느린 걸까? 소근육 활동이나 사회성 등 기타 발달사항은 또래보다 빠른 편인데, 유독 언어만 느린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발달검사만 기다리지 말고 다른 검사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아이도 말이 늦은 편이었지만 책 제목을 이야기하며 가져 오라고 하면 그 책을 정확히 찾아왔었다. 윤아는 ‘기저귀 가져와’ 같은 상황 지시 수행 능력에 비해 책을 찾아오는 수행 능력은 제로였다.


“어머니, 윤아가 많이 못 듣네요. 이 정도 청력이면 장애 3급입니다. 대학병원에 가서 보청기를 착용하고 인공와우 수술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공.와.우.


처음 듣는 그 네 글자가 얼마나 낯설고 생소했는지 또 무서웠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전대를 움켜쥔 채 행여나 아이가 깰까 봐 소리 죽여 울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어차피 못 듣겠구나….’ 그 생각을 하니 더욱더 마음이 아팠다.


수술하기에는 이미 늦은 연령이라 하루하루가 아쉬울 때라는 의사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다음 날 예약도 없이 아주대학교병원을 찾아가 무작정 기다렸다. 아닐 거라는 믿음으로 여러 상급 병원에 예약해둔 상태였다. 그 중 한 곳에서만이라도 좋으니 윤아의 청력검사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진단이 나오기를 기대했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이었다.

 


수술을 결정하고 돌이켜본 나날들


“윤아 귀가 안 들려서 속상해? 윤아가 말을 못해서 그래?”


첫째 아이가 물었다. 명랑한 윤아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밤새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러다 동이 트면 정신을 차리고 와우 기기를 조사하고 여러 세미나에 참석했다. 수술 후 재활 등에 대해 검색하고 관련 서적을 읽고, 밤이 되면 자는 아이를 보면서 꿈은 아닐까 생각하며 울면서,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생각보다 덤덤하게 수술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윤아는 수술이 끝난 직후 회복실에서 한 시간을 목 놓아 울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수술을 그리 힘들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것만이 감사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엄마가 아이가 듣는지 못 듣는지도 몰랐냐고….’ 돌이켜보면 내가 알 수 있는 상황이 많았던 듯하다. 아이가 부르면 쳐다보고 과자 먹자고 하면 뛰어오던 때를 더듬어 보니 그때마다 곁에 건청인 첫째 아이가 있었다. 아마 윤아는 언니를 보고 눈치 빠르게 행동했던 것 같다. 아이를 앉혀놓고 색이나 모양, 동물 등을 인지하는지, 개월 수에 맞게 어휘가 느는지 좀 더 예민하게 관찰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눈치채기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청력이라는 것에 무지했으니까. 둘째 아이이다 보니 첫째 아이 때보다 아이가 취하는 몸짓이나 눈짓에 무뎌진 부분이 있었고 당연히 누구나 듣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제껏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착용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한 경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윤아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 들리지 않는 사람은 모두 수화를 사용한다고 알았을 것이 분명하다.

 


의료진, 가족 모두가 바라는 아이의 행복


윤아 머리의 반짝이는 와우 기기를 보며 이게 무엇인지 묻거나 불빛 나는 머리핀이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 동생이 못 들어서 그런 거예요. 근데 이제 들을 수 있대요. 조금 있으면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올해 일곱 살이 된 첫째 아이가 윤아의 와우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하는 기특한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윤아에게 언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첫째가 말한 대로 윤아는 말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언니에게 이런 상황에선 이런 말을 해야 한다며 짧은 말이지만 언어치료 시간에 배운 대로 지시를 해 나를 웃음 짓게 한다.


윤아가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등 앞으로 극복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윤아의 재활은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다고 했다. 우리 윤아에게는 청력 대신 다른 능력이 주어졌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 글을 통해 아주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정연훈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모두 한마음으로 윤아를 위해 노력해주셨다. 또한 윤아 곁엔 언제나 가족이 함께하니까 좌절하거나 외로워하지 말고 지금처럼 밝게, 자신에게 주어진 미래를 슬기롭게 극복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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